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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Chinie
4 min readMay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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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해외 여행지인 독일에 다녀온 지 벌써 1년이 넘었다니 — 하, 진짜 세월…뭐 이제는 빠르다고 말하기도 입 아프다.

새삼 독일 여행을 떠올린 이유는 오늘 프랑스 가는 비행기 표를 샀기 때문.

아직 한참 남은 일정이라 변수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일단 질렀으면 반은 간 것. 오예! 여행이라는 전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지금 아니겠는가. 마음껏 즐겁게 상상하고 계획할 테다…라고는 하지만, 이번 여행 역시 지난 번 독일 때처럼 하린을 만나 함께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 나머지는 무 계획이어도 좋을 것. 친구 D가 마침 본가에 체류 중이어서 남불까지 들러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정도만 대충 생각하고 있다.

엊그제부터는 여름이 성큼 온 것처럼 날씨가 더워졌다가 오늘은 비가 온다. 이렇게 변하기 전, 마지막 초여름 완벽한 날씨를 누리기 위해 빠듯한 점심시간에 바닷가 카페로 짧은 나들이했던 지난 주 금요일. 이런 장관을 회사에서 그것도 점심시간에 차 타고 15분이면 마주하다니, 와 — 우린 축복 받았어, 라며 동료들과 입을 모아 제주 사는 특권을 칭송해 마지 않았던 날의 기록.

‘너무 맛있어서 화가 난다’고 쓰여 있던 유툽 레서피를 따라했는데, 기대만큼 좋지 않아서 시무룩했던 레몬파운드 케이크는 나와 달리 뭐든 잘 먹는 건이 냠냠 잘 먹어주었고.

올해 첫 한치는 집 가까운 마트에서 보이길래 좀 비싼 감이 있지만 맛이나 보자고 냉큼 집어 왔는데, 오 — 한치가 이렇게 단 거였어? 대 만족.(배경에 흐릿하게 보이는 ‘박하경 여행기’ — 나는 재미있었다. 너무 슴슴해서 그다지 인기가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나영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고 내용도 괜찮았음. 극중에서 배우가 백현진 노래를 멋드러지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사흘 연휴니만큼 먹을 게 많이 필요하겠다, 이마트 가서 이것저것 많이 사왔는데 예상만큼 처묵처묵 하진 못했다. 어쩌다 보니 먹을 시간이 그닥 엄서…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 그래도 사온 재료들로 스키야키는 야무지게 해먹었음을 기록.

토요일엔 점심도 먹을 겸 외곽으로 나가 바닷바람 쐬자 했는데 날씨가 영 좋지 않아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고 근처에서 커피 마시고 바로 돌아왔다. 바닷가 못 갔어도 드라이브 길이 좋았네 — 오랜만에 건이 리드한 코스, 굿. :)

동네에 저 빵집이 들어서는 걸 공사할 때부터 지켜보며 찜 했다가 지난 일요일에 드디어 시식. 아직 완성도가 살짝 떨어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리가 더 잡히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만한 맛. 뭣보다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재 방문 의사 높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 내가 하린에게 또는 애정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내가 니 곁에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한껏 알려주고 싶을 때 그 마음 전달되라고 듣는 노래.

전달이 되었던 걸까? 토요일 저녁 하린과 긴 영상통화를 했다. 강인한 내면을 지닌 아이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결국 극복해내리라는 믿음이 있지만, 힘든 상황에도 여건상 이래저래 다른 사람이나 엄마인 나에게조차 쉽게 토로하지 못하고 살아왔으리라는 점을 떠올리면 역시 안쓰럽다. 힘들면 힘든 티 팍팍 내고 편하게 좀 더 자주 쏟아내서 짐을 나눠 질 수 있기를, 통화 내내 바라며 대화를 나눴다.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쪼르르 응답하고 힘이 돼 줄 수 있도록 나 역시 몸과 마음을 잘 단련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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