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랩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만들며

Christy Hyungwon Choi
9 min readSep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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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시작하는 오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기획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시즌 1에 참가할 BUIDLer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웹사이트 제작, 선발 프로세스 정립, 멘토단 선정, 스타트업 선정, 표준계약서 Draft, 오피스 공간 임대 등 창업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모든 대표님들 존경합니다!) 하나 하나 모든 걸 직접 기획/실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게 된 계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을 국내 커뮤니티에게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기존에 바이낸스 랩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글을 영문으로 작성한 것에 덧붙여 개인적인 감상을 곁들여서 작성했습니다.

왜 바이낸스 랩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하는가

Binance Labs (바이낸스 랩)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꼭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자 하는 헌신된, 그리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팀들에 투자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Long-term 투자자로서, 그리고 누구보다도 블록체인이 일으킬 혁신에 대한 기대가 큰 사람으로서 생태계 내에서 수많은 팀들과 교류하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자 감사한 기회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몇 가지 어려움들을 직면하였습니다.

이슈 1: 대다수의 크립토 “프로젝트”들이 Product/ Market Fit이 부족하다.

이슈 2: 외부 시장환경과 그 변동성은 창업가들로 하여금 빠르게 제품/서비스를 제작하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이것이 창업가들의 문제점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이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고 오히려 투자자들이 이를 부추기는 행태를 바로잡고, 우리가 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환기하고 싶었습니다.

예상: 블록체인/암호화폐가 가져온 혁신은 너무나 멀고 크며, 앞으로 더 많은 인재들이 생태계에 유입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미션은,

미션: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Realizing the full potential of Blockchain Technologies”

이러한 배경 아래 우리는 Binance Labs Incubation Program (바이낸스 랩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이낸스 랩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이란

바이낸스 랩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은 초기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Product/ Market Fit을 가진 상품/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제작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지원하는 10주 On-Site 프로그램입니다.

첫 시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올해 10월부터 10주간 진행합니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선정된 10개의 스타트업들은 샌프란시스코로 모여서 생활하게 됩니다.

첫 시즌인만큼 사실은 모든 것을 Testnet에 가까운 마음으로 기획하였는데, 진행하다보니 Mainnet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 시즌부터 선정하게 될 스타트업 수는 이번 시즌을 진행하면서 얻는 배움과 지역의 특성, 멘토 수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아쉽지만 BUIDLers Day 전까지 공개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을 위해서입니다. 다만 정말 감사하게도 상상 이상의 훌륭한 팀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들의 여정을 지원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까닭은 정해진 기간 동안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에 있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단순히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크립토 “프로젝트”들이 단기성의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성공적인 스타트업/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제공하고, 이를 넘어서서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에 필요한 Mindset을 창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성공적인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목표는 단순히 거래소 상장과 Market Cap의 성장을 넘어서서 위대한 팀, 회사와 그에 맞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의 지표와 목표가 혼동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스타트업들과 함께 교류하고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우리가 만드는 것은 플랫폼이자 네트워크입니다. 저는 “우리”라는 표현의 유대감과 배타성을 동시에 이해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단순히 바이낸스 랩 중심의 생태계가 아닌, 아직은 갈길이 너무나 먼 생태계에 올바른 기준을 제시할 훌륭한 창업자들을 위한 플랫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블록체인 세상의 도래를 위해서는 Web 3 Stack 내 필요한 요소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요소들 간 많은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Layer에 위치한 스타트업들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특히,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지애를 나누며) 기술의 측면에서나 적용에서의 측면에서나 그들이 형성해나갈 무형의 네트워크의 힘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성하게 된 것은, 정해진 기간이 주는 제작에 대한 압박감과 집중력, 자원의 집중도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구성

10주간 스타트업들이 경험하게 되는 프로그램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entoring Session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들은 멘토들과 1:1 멘토링 세션을 가지게 됩니다. 멘토들은 블록체인/암호화폐,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존경 받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멘토단을 꾸릴 때 고민을 했던 것은 단순히 유명하고 존경받는 사람보다 실제로 스타트업들과 앉아서 시간을 보내며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스타트업들의 니즈가 모두 다르다보니 성공적인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만들 때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바이낸스 랩 포트폴리오사를 비롯해 많은 분들께 프로그램으로부터 기대하는 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하면서 느낀 고충들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금 더 직관적이었던 기술적인 지원 외에도 토큰 모델, 펀드레이징, 법/규제 측면에서의 지원 등 초기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프로그램에 녹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업계 내에서 가장 바쁘고 존경받으시면서도 실제로 성공적인 창업 경험이 있고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가진 분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2. Weekly Fireside Chat

매주 블록체인 혹은 스타트업에 대한 주제에 대해 논하는 Fireside Chat을 진행합니다. 블록체인/스타트업 업계에서 모시기 어려운 분들이 매주 오셔서 특정 주제에 대해 논하게 될 것입니다. 일방적인 대화가 아닌 Q&A 세션을 통해 많은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 기대됩니다. 또한 BUIDLer들 간의 교류와 네트워킹 무대로 활용될 것입니다.

홀수 주에는 블록체인/암호화폐에 관한 주제로, 짝수 주에는 스타트업에 관한 주제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많은 팀들은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 형태에 가깝지만 의외로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어가는 측면에서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고려하였습니다. (사실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적인 Exit을 경험한 연쇄 창업가분들도 많습니다.)

3. BUIDLers Day

프로그램의 끝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마지막 날입니다. 스타트업들은 지원서 작성 당시에 한번, 그리고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Opening Day에서 다시 한 번, 그리고 프로그램 진행 중 끊임없이 이 날의 Deliverable을 결정하게 됩니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끊임없이 고민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BUIDLers Day는 말그대로 BUIDLer들이 주인공인 날입니다. 스텔스 모드로 외부의 모든 잡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제작을 위해 달려왔던 팀들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본인들을 내어놓는 날이고, 이 날을 위해 끊임없이 칼을 갈아왔기에 더욱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큰 BUIDLers Day를 만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스타트업들에 단순히 자본 이상의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훌륭한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선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업계 내에서 존경받는 선별된 투자자분들을 모시고 진행하고자 합니다.

4. 이외에도 자연스럽고 즐겁게 바이낸스 랩팀, 멘토단, BUIDLer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한 고민들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

고민 1. Founder-Friendliness (창업가 친화도)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들인 부분은 BUIDLer들이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보장하면서도 프로그램을 디테일하게 구성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또한, 팀들을 평가하고 투자하고 그를 토대로 이익을 내는 투자자의 시각과 태도가 아닌, Co-Founder처럼 창업가들과 눈높이를 함께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BUIDLer들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였습니다.

$500K 라는 Early Stage임을 고려했을 때 다소 높은 투자 금액 (과 Valuation)도, 계약서 내에 담은 모든 조항들도, 모두 Founder-Friendliness (창업가 친화도)를 가장 먼저 고려한 결과물입니다. 바이낸스 랩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의 성공은 BUIDLers Day가 아닌 우리와 함께하는 스타트업들의 장기적인 성공과 궤도를 함께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BUIDLers Day 역시 프로그램의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합니다.

고민 2. Team and our Relationship

지원서 질문지를 작성하는 과정 역시 우리의 이러한 시각과 가치관을 가장 잘 담아내는 과정이었습니다. 흔히 투자를 결혼에 비유하곤 하는데, 제한된 자원 내에서 스타트업들을 발굴할 때 서로의 합과 관계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서 역시 “Mission” 항목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단순히 아이디어와 진척 정도가 아닌, 그 뒤에 있는 창업가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동기에 있습니다. 불굴의 의지와 집념, 본인의 스타트업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태도, 코파운더 간의 관계와 균형, 상상력 등 성공적인 창업가들의 자질을 살펴보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팀들이 지원해주셨습니다. 생각보다도 정말 뛰어난 팀들이 많았고, 우리의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너무나 초기인 스타트업을 단시간에 판단하기 너무나 어렵고 그 과정에서 분명 실수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간과 시즌이 흐르면서 이러한 과정을 더욱 시스템화 하고 저희의 경험을 키우는 것 역시 앞으로 더 발전시켜나가고 싶은 점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팀들의 지원서를 보고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더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 내에는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훌륭한 인재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의 꿈은 현재의 가격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큽니다. 생태계에 위대한 일들을 벌일 분들을 계속 찾고 지원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시즌에 함께 하지못하게 되었더라도 다음 시즌, 그리고 투자 기회는 계속 열려있으니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점들은 후에 다시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형원 (Christy Hyungwon Choi) 드림

Website: binancelabs.co, labs.binance.com

Twitter: @binancel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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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y Hyungwon Choi

Director @Binance Labs Realizing the full potential of blockchain technolog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