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1] 마침 ‘안아키’ 카페가 폐쇄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병먹금’을 신조로 삼는 인간이라 저 카페가 한참 핫했을 때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책 주제와 관련된 사건이다보니 자연스레 그 정신나간 바보들과 그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은 그 바보스러움의 어나더 클라스를 보여주었고 나는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거시다.. (유사과학 죽어라!!!)
[1–1] 그런데 미국 대통령(인지 부통령인지)도 백신 ‘반대’ 하잖아? 어차피 인류는 망한 것 같음ㅇㅇ..
[2] <면역에 관하여>는 총 30편의 짤막한 에세이로 구성된 책인데, 한 편씩 읽을 때마다 ‘작가가 정말 많이 조사했구나’ 싶었다. 이 책은 [1]에서 말한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 또는 기피’ 사례를 들고, 그에 따른 실제 피해가 어땠는지 말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의학/과학적 측면의 이야기(백신 부작용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교정하는 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사회, 심리, 경제적인 이야기들을 한번씩 다 훑고 지나간다. 처음에는 (내가 기대했던) 학술서가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백신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동의할 수는 없어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 점이, 이 책이 가지는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3] ‘몸의 경계’, ‘면역이란 함께 가꾸는 정원’ 등의 시적인 비유로 과학적인 내용을 이토록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감탄했다. 그러고보니 ‘면역 기호학’이란게 있다는 거 너무 신기했고 ㅋㅋ 나중에 한번 어떤 연구들을 하는지 꼭 찾아볼거임.
[4] 읽으면서 반성한 것이 있는데.. 나 사실 한번도 (내가 기억하는 범위-성인- 내에서는 ) 인플루엔자 백신 맞아본 적 없음(…) 난 감기도 잘 안 걸리고 튼튼하니까! 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는데, 대학원에서 인간 대상 연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다행히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집단 면역의 힘이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병원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번 가을~겨울까지 여기서 일하게 된다면 올해는 꼭 귀찮아도 예방 접종해야지.
[5] 백신 미접종에 대한 미친 사례들에 충격을 받고, 탄탄한 조사 결과와 그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내공에 감탄했지만, 사실 책 내용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에 가까웠는데.. 16장 ‘무기로서의 백신’은 내가 알지도 못했고 생각도 못해본 일들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인간의 생명 관련 문제를 정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 싶었던 내가 참 순진하다.
[6] 다소 뻘하지만.. ‘외부에서 온’, ‘나(우리)와는 다른’ 인간을 두려워하고 차별하는 본능?을 관찰하고 그에 대해 읽을 때마다, 나는 ‘인지기능의 인위적 향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가 충분히 진화하기 전에 너무 가까워져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
[7] 참고문헌이랑 주석 읽는거 진짜 재밌었음. 책이랑 논문이랑 보고서랑 기사랑 다 읽어보고 싶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드라큘라>는 꼭 읽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