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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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

지난 목요일부터 이번주까지 계속 아프다. 어디 한 군데만 아픈게 아니다. 온 몸에 열이 나고 머리는 쪼개질 듯, 안구는 튕겨 나올 듯, 피부는 손만 대도 통증이 느껴진다. 어깨 근육은 묵직하게 나를 눌러 더 위축되게 만든다. 열병이다.

이렇게 심하게 아파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모처럼 한의원에도 다녀왔다. 한약을 먹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한참을 사무실 옆 귀퉁이 방에 누워있었다. 온 몸이 쑤신다. 특히 어깨 근육은 욱신욱신 거린다. 파스도 사서 붙였건만 별 차도가 없다.

아침에 세수를 하는데 뜨거운 물임에도 불구 물이 너무 차게 느껴졌다. 눈꼽을 떼려고 물로 열심히 씻는데 눈이 아파 그것도 제대로 못하겠다. 몸에 열이 나고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픈 것은 이해가 되지만, 눈알이 빠질 것처럼 아픈 것은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다. 밤새 파스 두장을 어깨에 붙이고 잤건만 여전히 어깨는 묵직한 부담감으로 나를 누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니, 한 가지 생각만 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 지도 모른다. 맞다. 그녀 생각만 났다. 그녀와 함께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본다. 뜨겁다. 그리고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점심 무렵이 가까와 오는데 택배라고 전화가 왔다. 누가 보냈을까 나가보니 지난번 이천 도예촌에서 만든 도자기이다.

왜 안오지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온 것이다.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신문지로 수십번을 싼 것 같았다. 한참을 벗겨내니 아담한 술병이 나온다. 제일 먼저 술병 아래를 보았다. 다행히 갈라지지는 않았다. 얼굴에 웃음이 돈다.

수미씨도 받았을까?

아마 받았을 거야.

수미씨 라면그릇도 밑둥이 깨지진 않았겠지.

과일 문양은 잘 나왔을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본다.

약간은 슬퍼진다.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며, 그때 왜 좀더 친해지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와 함께 좀더 오래 갔으면 하는 아쉬움과 그래도 도자기 받고 기뻐할 그대 모습을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다시 어깨가 아파온다. 몇 시간 전 붙인 파스가 약효가 다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어깨에 붙여야 하는데 내가 붙이기도 애매하고 해서 동료 여직원을 불렀다.

“미순씨! 어깨에 파스 붙여주는 것도 성희롱은 아니겠지요?”

“네, 김대리님! 내가 아니면 누가 붙여주겠어요. 빨리 넥타이나 푸세요”

“아 예”

그렇게 다시 어깨에 파스를 붙였다. 그런데 이번에 산 파스는 시원한 느낌이 덜한 파스 인 것 같다. 덕분에 냄새는 안나서 좋은데 영 약효가 약하다. 그래도 냄새가 나는 것이 시원 시원하고 그 시원함 때문에 덜 아프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퇴근하는 길에 다시 파스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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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가 그만 만나자고 한 것은 2주전 수요일이다. 할 말이 있다고 만나자고 한 건 나였는데 결국 그날이 마지막 날이 된 것이다.

그날은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 그 전날 밤에 그녀에게 전화를 하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수미씨가 보고 싶어 잠이 안 올 것 같다고 문자를 날렸다. 그리고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수미씨 생각밖에 안났다. 그래서 오늘은 꼭 만나서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수미씨 수업이 10시 무렵에 끝남에도 불구 무리해서 약속을 잡았다.

나도 수업이 있는 날이었으나 수업이 한 과목 밖에 없어 일찍 끝나 수업 마치고 내가 수미씨 학교 부근으로 가기로 했다. 그 학교는 내 모교이기도 하다. 비교적 수업이 일찍 마쳐 강북강변을 달려 학교로 갔다. 학교 부근 탄천에 차를 세우고 새로 생긴 동문회관 옆으로 해서 체육관으로 갔다. 내가 굳이 체육관을 먼저 찾은 이유는 체육관 지하에 탁구 서클룸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저녁 8시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라 후배들이 있을 것 같아 들린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탁자 위에는 오래된 김광석 다시부르기 노래집이 있었다. 예전 대학교 4학년 시절에 김광석의 죽음을 접하고 기타로 많이 불렀던 그 노래집이 다소 헤어졌지만 여전히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옆에 기타가 있어 오랜만에 기타를 쳐 보았다. “사랑했지만”, “그루터기”부터 시작해서 “어느 노부부의 사랑이야기”, “거리에서”까지 왼손으로 열심히 코드를 짚어가며 기타를 쳤다. 예전 서클룸에서 목청껏 노래부르며 기타를 치고 있으면 종종 옆방 검도반에서 검도 들고 들어와서 “좀 조용히 해주세요, 여기 건물 전세 냈어요?” 하며 따지러 오고 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났다. 그때 주로 악을 쓰며 불렀던 노래가 바로 “이등병의 편지” 였는데. 1절과 2절은 원음 그대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부르다 3절로 들어서면서 분위기를 헤비메탈 분위기로 반전하여 한 옥타브 높여 부르고 했었는데. 그때 생각하며 다시 시도해 보았으나 한옥타브는 커녕 가성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헉헉.

시간이 9시가 넘어갔다. 아직도 40여분이 더 남았다. 노래도 혼자 30분 부르니 지친다. 더 부를 노래도 없다. 서클룸을 나섰다. 도서관 쪽으로 향했다. 아카시아 향이 밀려온다. 오랜 만에 와보는 모교의 야경이다. 여기 저기 모여서 떠드는 학생들, 담배 피는 학생들, 신문 보는 학생들, 종이컵 팩차는 학생들 등이 보인다. 도서관을 지나 인문관 부근으로 갔다. 예전 4학년때 인문관 부근 벤치에서 영문과 선배에게 내 습작 소설을 한편 보여준 적이 있었다. 물론 노트에 글적글적 쓴 어설픈 습작이었다. 내용은 그 당시에는 다소 충격적인 동성애를 다룬 소설이었다. 그 선배는 놀라면서도 재밌다며 계속 써보라고 격려해 주고 그랬었다. 그곳이 바로 인문관 옆에 있는 벤치이다. 그 벤치에 앉아 한참을 있었다. ‘오늘 수미씨를 만나면 무슨 말부터 시작할까.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 가야 하는데. 설마 오늘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수미씨도 나와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을 거야.’

그렇게 30여분을 보냈다. 시간이 가까워 온다. 정문 앞으로 향했다. 마치 도서관에서 늦게 까지 공부하고 정문으로 걸어가는 뿌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저기 앞에 차들이 분주히 정문을 빠져 나가는 것으로 봐서 경영대학원 수업도 끝난 것 같았다. 발 걸음을 좀 더 재촉했다. 단아한 원피스와 운동화 차림의 수미씨가 보인다. 그리고 우린 바로 차를 타고 예전의 강북강변에 있는 그 까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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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말 문을 열었다.

“오늘 점심때 들은 얘기인데요 한번 들어보세요. 4대 거짓말이 있데요. 서울대 — 너랑 결혼할거야, 연대 — 너만을 사랑해, 고대 — 너 말고 여자친구 많어, 서강대 — 수업 빼먹고 왔어. 재밌죠?”

일순간 분위기가 참담해 진다. 도저히 극복이 안된다.

“음, 네에. 들어본 것도 같고…”

역시 어색했나 보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내가 하는 유머는 다 이모양이다.

어색함을 극복해 보려고 화제를 돌렸다.

“맞어, 사람 뽑는 다고 했잖아요? 뽑았나요?”

“아직요. 계속 면접은 보는 것 같은데 아직 안 뽑았나 봐요”

“글쿠나”

“신우씨 회사는 사람 뽑을 때 주로 뭘 봐요?”

“우리회사의 인재 기준은 정직, 열정, 능력입니다. 제일 먼저 정직 그리고 일에 대해 하고자 하는 열정, 마지막이 능력이죠. 정직하고 열정이 있으면 능력은 따라오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원칙은 정직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융회사는 정직이 최고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수백억을 말아 먹으면 그것이 아무 소용 없거든요”

“우리 회사 인사팀에서도 그걸 중요시 하나 봐요. 그리고 한 선배가 그러는데 자기는 지원자 한테 인생 목표가 뭐냐고 꼭 물어본다고 하더군요. 그걸 대답 못하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뽑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건 평소에 고민하지 않고 생각해 보지 않으면 바로 답을 못하는 질문이죠.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답을 할 수 있거든요. 저도 궁금한게 있는 데요, 수미씨는 자신 인생의 가치관이 뭐예요?”

“음. 희로애락 이랄까.”

“희로애락이라…”

“넵, 기뻐할 때 기뻐할 줄 알고 노할 때 노할 줄 알고 슬퍼할 때 슬퍼할 줄 알고 즐거울 때 즐거울 줄 아는 거죠.”

“물 흐름 대로 자연스럽게 살자는 것이군요”

“네, 사실 자기 감정에 솔직하면서 물 흐르는 데로 살기 쉽지 않잖아요”

“그렇죠.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 많이 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죠. 음. 그럼 자아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아라. 그건 자기 중심인 것 같아요. 자기 중심이 있어 흔들림이 없는 것, 그게 자아 아닐까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음. 꼭 면접보는 기분이네요. 하하. 행복은 만족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일,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사랑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을 때 행복을 느끼죠.”

“그럼, 한 10년 후에는 뭐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음. 그냥 평범하게 한 부서의 장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물론 외환 관련 일은 아니고 인사나 후선 부서 같은. 전 나이 들면 인사 쪽 일도 하고 싶어요.”

“수미씨! 제가 갑자기 어려운 질문 드려 당황하셨죠. 사실 이런 질문들이 앞서도 얘기했지만 평소에 고민해보지 않으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다 답을 해주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럼, 제가 면접은 통과된 건가요?”

“하하. 면접으로 여겼다면 죄송한데요. 참! 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우씨는 저랑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그리고 말도 잘 통하고요. 그리고 참 선량해요. 그래서 편하고 좋은데요, 요즘 들어 신우씨가 절 대할 때 약간 초조해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내 가슴은 뛰었다. 나의 알몸이 무방비 상태에서 이미 다 발각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가슴을 가다듬고 내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수미씨를 처음 만난 이후 두번, 세번 만나면서 수미씨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수미씨가 참 좋습니다. 오늘 만나서 수미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늘 만나자고 한겁니다.”

일순 침묵이 흘렀다. 이미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나온 수미씨 였으나 내가 입술을 떨며 바로 앞에서 얘기하니 본인도 조금 놀랐나 보다. 그래서 내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수미씨랑 진지하게 계속 만나고 싶습니다.”

“전 그냥 편한 친구로 생각하고 계속 만난 거였어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나에게 또 이런 참담함이 찾아오려나 보다.

“신우씨는 혁연 선배가 소개시켜 준 것을 선으로 오해한 것 아니에요? 전 편한 소개팅 자리로 생각하고 나왔거든요.”

“음. 전 그래도 한달 가까이 만나서 저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고 그랬었는데…”

“저도 작년 이래로 매달 소개팅을 했었거든요. 보통 맘에 안들면 두세번 만날때까지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요. 그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고 상식이라는 것도 알고요. 그런데 이번엔 그런 상식을 깨고 싶었어요. 예전에 한 남자를 만났어요. 전 그 남자가 맘에 들어 두번 만났는데 그 다음에 연락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수십번 전화했는데 한번도 안받더라구요. 그렇게 냉정하더라구요…”

난 수미씨의 말이 온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머리가 고차원이 아니다. 아주 단순한 인간이다. 수미씨가 든 예도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왜 편하다는 이유로 한달 씩이나 날 만나면서 날 착각하게 만들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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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만 만나요!”

가슴이 털썩 내려 앉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한마디 했다.

“수미씨. 제가 지금 결혼하자고 했습니까? 사랑한다고 했습니까? 좋아한다고 밖에 안했어요. 근데 지금까지 잘 만나온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로는 불충분 한 것 같아요”

“전요 신우씨가 절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는 부담되서 신우씨를 못 만날 것 같아요.”

“우리 여기서 헤어지면 그 동안의 추억이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전 너무 편하고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었는데… 정말 계속 만나면 안될까요?”

수미씨는 소파에 등을 바짝 붙인 채로 팔장을 낀 채로 얘기한다. 이미 맘의 결정을 단단히 한 것 같은 투다. 외모에서도 흐틀어짐을 보이지 않으려고 머리 묶은 것을 풀어 다시 가지런히 정리해서 묶는다.

“안되요”

“그럼 우리 한달간 아니 수미씨가 정하는 기간 동안 떨어져 있으면 안될까요?”

“그건요 사귀었을때나 할 법한 얘기예요. 전 사귄게 아니니까 그렇게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참으로 돌아선 여자는 무섭다. 더 이상 구구한 변명과 매달림이 소용 없을 것 같았다.

“사실은요 우리 관계가 잘 되었으면 그때 가서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그 시기가 앞당겨 졌네요. 음. 다름이 아니라 제가 처음으로 단편을 하나 썼어요. 수미씨와의 만남이 너무 소중해서 제목을 ‘만남’ 이라고 지었지요. 그걸 제 입장에서 쓰면 별로 재미가 없고 밋밋할 것 같아 수미씨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며 썼죠. 여자 심리를 잘 분석해서 쓰고 싶었는데 잘 표현 되었나 모르겠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 입장에서 수미씨를 바라보며 소설 쓸 때 보다 더 많이 상상하게 되고 더 많이 수미씨 입장을 생각해 보고 그러면서 쓰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수미씨에게서 전화가 안오고 보고 싶은 것을 참는데 소설이 큰 역할을 해 주었죠. 아마 제가 소설을 안 썼으면 수미씨 보고 싶어서 벌써 안달이 났을 겁니다. 그렇게 ‘만남’을 쓰기 시작해서 ‘만남2’를 또 쓰게 되었죠. ‘만남2’는 남자 입장에서 수미씨를 바라보며 쓴 것입니다. 그런 남녀간의 시각차를 보며 우리 사랑을 완성해 가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결국 우리가 잘 되면 그때 가서 이 소설 시리즈를 보여주며 청혼을 하려고 했었는데, 결국은 제 꿈이었네요. 그래도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수미씨고 수미씨를 위해 쓴 소설이기 때문에 수미씨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보내드려도 되죠?”

수미씨가 조금은 감동해 하는 눈치이다.

“네 보내주세요. 제가 읽어 볼께요. 제가 소설 속 주인공이라 넘 고맙네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미씨가 12시가 넘었다고 일어나자고 한다. 내가 10분만 더 있자고 얘기를 했다.

“수미씨! 임형주 콘서트 있잖아요. 그거 수미씨와 같이 보려고 표를 샀는데 그건 같이 보시죠?”

“네. 그러죠”

그리고 한 5분이 더 지났다.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이제 나가도 되겠다 싶어 일어서려고 하는 순간 수미씨가 한마디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보는 건 안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수미씨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운전대가 참으로 무거웠다. 흘러나오는 임형주의 아베마리아는 더욱 구슬프게 들렸다.

“임형주의 아베마리아가 이렇게 슬픈 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수미씨가 대답이 없다. 그렇게 20여 분을 운전했다. 수미씨 집 도착하기 5분 정도 전에 한마디는 더 해야 될 것 같아 내가 입을 열었다.

“수미씨! 이 말은 안하려고 했었는데요, 고민 고민 하다가 지금 얘기합니다. 예전 ‘김형경’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권을 애타게 찾았잖아요. 책이 절판 되었다고요. 제가 구해 보려고 인터넷 서점 다 뒤졌는데 없더라구요. 그래서 날 잡아서 청계천 중고서점을 훑었죠. 거기서 겨우 2권을 발견했는데 수미씨가 이미 책을 구했더라구요. 그래서 못 보내고 제가 아직도 2권을 갖고 있습니다. 아쉽더군요. 조금만 빨랐어도. 1권만 있음 저도 책을 읽어 보려구요. 하하.”

침묵이 조금 흘렀다. 나직이 고맙습니다 라고 그녀가 말한다. 딱 한마디다. 더 이상 말이 없다. 집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가 한마디 했다.

“그 동안 참으로 소중한 만남이었고, 그 만남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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