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ill be, will be.
Nov. 5. 2014

2011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총 3년의 기간의 석사과정.
이 기간 동안 석사과정생으로서는 좀 게으르다 싶을 정도로 여유롭게 전공공부를 했다. 논문을 쓰고 수정했던 마지막 논문학기, 3월부터 8월까지 약 5개월의 시간 동안은 치열하게 보냈다.
또한 그 동안에 주짓수와 크로스핏, 3번의 연애, svca 대회 참가, 학교의 교수학습개발센터와 엉트르프러너십센터, 아르코창작음악제 사무국 등에서의 단기 태스크, 그리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CPI 사무국에서 위촉연구원으로서 일을 했다.
지금 이 시점, 올 해를 한 달 남긴 11월. 석사과정 졸업과 함께 많은 것들이 마무리 되었다. 석사과정도 졸업하였고, 일도 마무리되었으며, 연애도 끝났다. 모두 끝날 일들이었다. 이제 새로운 미래,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생활,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을 위해 나가야 할 시간이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불안함과 슬픔을 충분히 누렸는지 이제는 앞만 보인다.
한 사람의 삶이라는 역사 속에서 사건을 이루는 주춧돌은 크게 일과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둘은 연계되어있다. 일로 사람을 만나고 사람으로 일이 생긴다. 언제나 지금 내 곁의 인물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과의 과거를 생각하면서 나는 일종의 역사성을 느낀다.
- Guillaum과 주짓수, haena, 그리고 전공
요즘 나는 해나와의 스터디로 낮 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주짓수 도장을 간다. 얼마전 해나와 대화를 하다가 우리의 첫 만남을 떠올리고 웃었다.
해나와 나는 같은 전공으로, 수업에서 만나 친해진 사이이다. 그러나 그녀와 나의 첫 만남은 전공 수업이 아닌 기욤의 프랑스어 수업이었는데, 그녀는 하루 오더니 더이상 오지 않았었다. 등록한 학생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점차 1:1 개인 교습이 되어버렸던 기욤과의 프랑스어 클래스. 그래서 나는 그 수업에서 기욤과 친해졌고, 그는 운동을 새로 배우고 싶어하는 나에게 주짓수를 소개시켜줬다. 이렇게 처음 주짓수라는 운동을 접하게 된 나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다.
하루 오더니 더이상 오지 않았던 해나는 전공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는데, 수업에서 한번 본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만 석사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그녀는 프랑스에 가서 복수학위 코스를 마치고 왔다. 아직 논문은 제출하지 않았으며, 나와 함께 진로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하고있다.
지금 나의 생활에서 큰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두 요소 모두의 트리거가 된 기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사실 기욤과는 수업이 끝나면서 점점 연락이 줄어들어 지금은 서로 잊고 살고있다. 그다지 끈끈하지는 않았던 사이. 하지만 ‘마르고 지적인 섹시함’을 가지고 있던 그는 언제나 내 기억 속에 조금은 특별하게 남아있긴 하다.
2. SVCA와 David.
2012년 민이와 참가했던 아시아 소셜 벤처 대회. 이 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내 맘 한켠엔 스타트업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계속하여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알게 된 원균씨, 알고보니 동네 주민이었던 그는 처음 일면식을 가진 후 계속해서 우연찮게 동네에서 마주치면서 점점 친해지게 되었다. 사실 대회기간 내내 발표자로서 참가한건 민이인지라 나는 업계 사람들과 별다른 네트워크를 형성하진 않고 있었다. 그런데 원균씨는 강남역에서 집에 가는 버스에서도 만나고, 미금역 버스 정류장에서도 마주치고, 집 앞에서도 마주치고, 종종 우연찮게 만나면서 유일하게 친분을 쌓은 참가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친분이 한 단계 더 나아갈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가 계획중인 플랫폼이 거의 출시 임박의 상태이다. 그 가운데 디자이너가 나가게 되어 너무도 할 일이 많아져버린 그에게, 때마침 한가한 백수가 된 내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내가 그에게 가장 높이 사는 점은 추진력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일종의 ‘지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역시 ‘지르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만, 지금까지는 모든걸 머릿속에서만 끝내버려왔다. 이게 지금까지 공부만 계속 해왔기에 익혀진버린 탁상공론적 성질일 수도, 아니면 그저 언제나 이중적인 내 성격의 일면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나는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나에게 원균씨는 정말 필요한 사람일수도 있다. 도와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벌써 롤을 생각하고 미팅 날짜를 잡는 추진력과 진지함이 상당히 멋지다. 더불어 ‘나도 이제는 나이브한 자세는 버리고 그만큼 부응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일종의 자극 혹은 영감을 준다. 내 머릿속을 한가득 채우다가 이내 휘발되어 버리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끄집어서 실현시킬 수 있게 될 것인가. 이런 일련의 계기와 기대감이 요즘 내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음을 느낀다.

규범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미래가 중요하다.
미래가 중요하다.
지난 사랑, 지난 기회, 현재의 관습과 인식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규정하는 ‘취준생’이라는 신분과 그 명칭이 강요하는 노력과 조급함은 중요하지 않다. 역시나 한국 사회에서 규정하는 ‘결혼 적령기’ 여성이라는 신분과 그 명칭이 강요하는 덕목과 기준, 조급함 역시 상관하지 않기로. 치과의사든 평창동 도련님이든 히트곡작곡가이든 이미 내 사람이 아닌 사람은 더이상 상관 없고, 연봉 4천의 대기업이든 철밥통 공기업이든 내 자리가 아닌 자리도 상관 없는 일이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며,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세상을 원할 뿐이다. 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넘쳐서라던가,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던가 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건 절대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그저 그런 보통의 27세 대한민국의 흔한 adult-child 중 하나일 뿐이지만. 믿음이 있다. 그냥 내 스스로를, 신앙을 지키면서 살아갈 때 주께서 합당한 자리를, 합당한 배우자를 인도해주실 것이라는걸. 그리고 이런 불안감에서 자유로운 나는 그냥 모험에 스스로를 던져보는거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이 짊어진 짐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는 그들의 몫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몸이 편하거나 힘든것, 여유롭거나 너무 바쁜것. 이런 것들은 상관 없고 그냥 하고싶다. 내가 할 걸 하고싶다.
그리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듯이, 내가 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What will be, will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