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ge of revival, The age of zombie

이 글은 일종의 스케치나, 메모에 가깝기에 정리되지 않은 글이다. 그럼에도 봐주신다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2015년, 딱 2010년의 절반 무렵에 들어서 드는 생각은 이 시대는 ‘리바이벌의 시대’라는 것이다. 다른 말을 빌자면 ‘좀비의 시대’이다. 죽은 것들이 죽지 않고 예전의 행동을 그대로 하는, 그런 감각으로 나는 세상을 보고 있다. 문학적인 표현을 쓰자면 “하늘에는 고스트가 떠돌고, 땅에는 좀비가 걷고 있다” 정도일까. 고스트에 대해서는 아직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어서, 여기서 정확히 언급하기는 어렵고 일단 좀비에만 집중해보자.

영화 : 터미네이터, 람보, 다이 하드, 토탈 리콜, 혹성탈출, 닌자 거북이, 매드맥스, 트론, 고지라, 로보캅, 쥬라기 공원, 스타워즈, 스타트렉.

게임 : 울펜슈타인 시리즈, 메탈기어 시리즈, DOOM 시리즈, 쉔무, 파이널판타지 7, 데이어스 엑스.

애니메이션 : 우주전함 야마토, 루팡 3세 시리즈, 우주세기 건담,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 세일러문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 공각기동대 시리즈,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창공의 파프너,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이 리스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80년대에 나온 작품들? 하지만 그렇기에 보기엔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연표가 너무 들쭉날쭉하다. 이 리스트의 기준은 2010년대에 리부트되거나, 신작이 나오는 옛날 작품들에 대한 리스트이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경우에는 조금 특이하지만 드라마로 3대째의 ‘리부트’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작도 “꾸준히 발매된” 시리즈물이라기보다는 당분간 잊혀졌다가 “부활”한 것들로 골랐다. 이들을 단순히 ‘복고 취향’이라고 이르기엔 문제가 있다. 복고 취향이라고 해도 “킬라킬”처럼 과거의 테크닉들을 살려서 현재에 더 보기 좋게 만드는 것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그것이 ‘노스탤지어’로써 ‘좋은 옛것’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렇게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브랜드 네임만을 빌린 채 전체적인 시스템은 현대에 맞추어 ‘일신’한 모습을 보이는 편이 많다. 말 그대로 ‘리부트’인 셈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여기서부터는 “소설”이고 “관심법”이기에, 정확한 통계자료따윈 없다. 도중에 비약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가설이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믿어준다면 다음을 읽어주면 좋겠다.

그것은 창작력의 고갈따위가 아니라 소비력의 고갈로 인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도, 충분히 흥행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브랜드 네임’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옛날의 그 시리즈를 갖고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적어도 애니메이션은 그렇다. 애니메이션이 단독으로 팔린다는 생각은 80년대, 90년대의 OVA 시장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일시적인 것으로, 장난감 시장과 애니메이션이 뗄레야 뗄 수 없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이 장난감에서 프라모델, 피규어, 음악앨범, 기타 팬시 상품 등으로 확대된 것뿐이다. (그 90년대 OVA 시장에서도 전뇌전기 부기스 엔젤 같은 경우는 초호화 성우의 오프닝/엔딩 앨범으로 수익을 보았다.)

미디어 믹스는 보통 ‘원작이 인기를 끌면’ 거기에 장작을 더 넣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엔 처음부터 미디어믹스가 기획된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아이돌 물이다.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나 <러브라이브> 시리즈를 보면 처음부터 ‘성우 라이브 — 모바일 게임 — 애니메이션(or 콘솔 게임)’이라는 형태로 기획되어 있다. 이는 ‘라이브 축제 — 유비쿼터스적 앱 — 고밀도 컨텐츠’라는, 다각적인 포위 방법인 셈인데,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짭잘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소비력의 고갈은 문화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무언가 새로운 바람이 분다거나, 더 확장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것은 단지 혁명이 없다는 얘기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과거의 것을 반복/변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임근준 씨의 말을 빌자면 ‘기대-감소’의 시대에 들어선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XAHZXqnDWQ

(1시간 30분에 달하는 영상이나, 약 32분까지 보기를 권한다)

이는 일본 서브컬쳐나 헐리우드 영화만의 예가 아니라, 위의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각 예술 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는 한국에서도 “아파트가 계속해서 들어섰던 것처럼” 끊임없는 팽창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끝났다는 것, ‘토토가’ 같은 프로그램이 유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며, 좀비처럼 다시 일어설 것이다. 옛것의 충격. 그것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Originally published at noobcoela.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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