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의 일원으로서 글쓰기를 시작하며

글쓰기는 제가 블록체인 업계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계기 중 하나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블록체인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검증받고 싶어 글을 써왔습니다. 그렇게 쓴 글이 번역글을 포함하여 50개 정도 됩니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기쁨이 블록체인 공부의 좋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지금 보면 잘 모르고 썼던 부끄러운 내용도 많습니다. 하지만 과분하게도 1,000명이 넘는 팔로워가 생기고, 조회수가 1만 가까이 되는 글도 몇 개 있었을 정도로 나름의 표면적인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월에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인 해시드(#Hashed)를 통해 업계에 들어오면서 글쓰기를 중단하였습니다. 글을 못 쓸 정도로 바빴다는 것은 변명입니다. 이유를 대자면 첫째로는 속한 회사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누를 끼칠까 두려웠습니다. 둘째는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전과는 달리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좋거나 나쁜 글을 쓰면, 그것이 회사의 의견인 것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으며 원치 않는 시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난 5개월간 많은 경험을 하면서 지식과 생각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이 생겼고,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면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왜 글을 쓰는가

일반적으로 두 가지의 동기가 사람의 행동을 규정합니다. 이타적인 동기와 이기적인 동기입니다.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서술상의 편의를 위해 구분하겠습니다. 먼저 제 글쓰기의 이타적인 동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타적 동기: 환원

일을 시작하고 ‘해시드와 제’가 정말 운이 좋게도 큰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해시드의 창업자들은 남들보다 일찍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접하고 공부와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선도적인 시장 지위와 좋은 네트워크를 얻었습니다. 자연스레 좋은 사람들이 찾아와 함께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 회사에서 일하게 된 저 또한 그 행운의 수혜자입니다.

제가 기회를 얻었다고 표현한 것은, 해시드가 가지게 된 현재의 지위가 순전히 우리들의 재능과 노력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해시드가 가진 경제적, 사회적, 인적 자원은 사람들로부터 ‘위임받은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이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의무와 사명이 있습니다.

커뮤니티 형성은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참여하게 합니다. 더 많은 에너지가 산업으로 유입되고, 더 큰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납니다. 해시드의 일원으로서 글을 쓰는 활동은 결국 올바른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것입니다. 글로 커뮤니티를 만들면, 그 커뮤니티가 다시 내 글을 읽어줄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중앙화된 권력의 해체, 즉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입니다. 이 탈중앙화를 가로막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블록체인으로 대변되는 탈중앙화 기술과, 암호화폐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경제학적 이론을 받아들이기는 일반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를 먼저 이해하고 활용한 선구자가 기회를 잡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할 의무 또한 그를 따라오게 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금융권력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강화하고 수익을 키우기 위해 비대칭성을 방관하거나 심지어 조장하였고, 그 결과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일에 연루되어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저는 글을 통해 난해한 기술과 이론들을 필수교육을 받은 일반인이라면 쉽게 이해할만큼 쉽게 풀어서 설명할 것입니다. 해시드는 ‘정보권력의 탈중앙화’를 통해 뿌리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이 산업에서, 업계에 뛰어든 많은 인재들이 헤매고 있습니다. 덜 중앙화되어 있고, 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열망은 큽니다. 하지만 어떤 기술을 도입해야하는지, 지속가능한 인센티브 모델은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이 실패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고, 배운 것을 공유하면서 경험치를 누적시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것이고, 이 산업은 끓는점을 넘지 못하고 식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해시드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고,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검토하고, 탈중앙화를 하겠다고 가져온 토큰 모델들에 가장 많은 피드백을 줍니다. 그렇다고 해시드와 제가 이타적인 동기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는 활동은 분명 우리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이기적 동기: 성장

하루에도 여러 프로젝트의 백서를 읽고, 분석하고, 관련 기술을 공부하는 폭풍같은 업무시간 속에 생각을 잘 정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글로써 잘 표현하려면, 잘 정리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제가 정리한 생각에 대해 다른 이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접하는 만큼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차이를 좁히는 과정에서 더 깊어집니다.

더 좋은 글을 쓸수록, 나 자신의 가치는 높아지고 더 널리 알려집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에 더 좋은 생각을 알릴 수록, 그 생각에 매료된 더 좋은 프로젝트를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프로젝트들과 같이 일하는 만큼 우리는 더 성장합니다. 모든 것이 양성 피드백의 순환 과정입니다.

결국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산업이 성숙하는 만큼 우리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립니다. 세상에 환원하겠다는 이타적 의지는 결국 이기적인 결과로 균형을 찾습니다. 더 좋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더 좋은 인재들이 참여하고, 더 큰 에너지가 해시드를 도울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가

이 글은 우리말로 썼지만, 영어로도 번역하여 배포할 것입니다. 전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고민하고 의견을 주었으면 합니다. 가능한 중립적으로 글을 쓸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의견을 표현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필수교육을 이수한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쓸 것 입니다. 저는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서비스 기획자, UX디자이너, 프로토타이퍼 등으로 일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만큼 두루 알지만 깊이 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학문적 깊이라면 학부 수준의 공학수학과 경제학개론 정도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조차 어려울 수 있기에, 다소 어렵거나 의미가 모호하게 통용되는 용어들은 이론을 덧붙여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참고자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에는 링크와 주석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저는 사전식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큰 나무를 먼저 그리고, 그 가지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글을 써나가면서 바탕이 되었던 줄기들이 계속 바뀔 것이고, 새로운 가지가 생겨날 것입니다. 따라서 절충안을 선택합니다. 가장 자주 활용되고 언급될만한 지식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해설합니다. 이후에는 가능하면 전에 쓴 글을 참조하여 중복 설명을 최소화 합니다. 작은 이파리들이 모여 나무의 윤곽이 드러나면 정리하는 글을 통해 전체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에 대해 글을 쓰는가

크게 분류하자면 글을 통해 ‘정보’와 ‘생각’을 전달할 것입니다.

‘정보’는 제가 접하고 이해한 지식을 의미합니다. 첫째로는 탈중앙화의 근간이 되는 핵심기술을 소개합니다. 특히 확장성이나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술들을 포함할 것입니다. 특정프로젝트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 보다는 그 프로젝트가 사용하는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집니다. 두번째로는 경제이론을 다룰 것입니다. 기존 경제이론은 통화정책을 제외하고는 수동적인 해석에 그치기에, 암호화폐를 능동적으로 설계하는데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도 결국에는 경제적 도구이고, 지난 수십년간 인류가 쌓아온 경제이론을 잘 활용해야만 합니다.

‘생각’은 위의 정보들을 소화하여 가공한 것을 의미합니다.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공유일 수도 있고, 가지고 있는 철학에 대한 고백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기술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는 과정에서 얻은 나름의 통찰일 수 있으며, 탈중앙화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망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토큰 모델을 분석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특히나 귀중합니다. 좋은 토큰 모델이 가져야하는 조건과 그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입니다. 아직은 일반론을 제시하기에 매우 이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도 아니고 경제학 전공자도 아닌 사람으로서 틀린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틀린줄 아는것도 자산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나름의 해석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시야를 제시하는것이 목표입니다.

글을 다시 쓸 용기를 얻게 된데는 해시드의 전폭적인 도움이 컸습니다. 해시드는 쾌적한 사무실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한 것을 세상에 나눌 수 있게 해준 해시드에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해시드의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해시드 한글 퍼블리케이션

해시드 영문 퍼블리케이션

주의사항

  • 본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시각과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 저자의 생각은 해시드의 철학이나 다른 멤버들의 생각과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 글쓴이의 실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 저자와 해시드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본 글은 투자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