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존재가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중랑천이 보이는 아파트에 산다는 문장에,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이 우리 아파트에 사는건가!”라는 생각이 책 읽기를 잠시 방해하긴 했지만,
정신과 의사 김정희,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친구 나리, 영등포에서 키스방 하는 김웅, 어느날 갑자기 다시 찾아왔다 사라진 퀸카 허산나, 푼수데기 인조가슴여인…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듯이 읽었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글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성격도 취향도 나랑 비슷한 아는 형이랑 밤새 술마시면서 얘기듣는 느낌이 드는 책.

첫번째 산문집 ‘보통의 존재’에서도 그랬고,
이 책에서도 그렇고.
너무 평범해서 아무 의미없이 지나치는 행동과 말.
그 속에 각자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손을 잡는 것이 갖는 의미.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이 갖는 의미.
사람마다 자기만의 의식이 있으니까.
내게 그런 의미가 있는 의식은 뭔지,
상대방에게 그런 의미가 있는 의식은 뭔지를 깨달아가는 과정,
언제 들어도 좋은 평범한 말 한마디를 해주길 기대하게 되는 과정,
상대가 나에게 그런 기대를 하고있음을 알게 되는 과정.
그런 과정이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이고,
내가 먼저가 되어 그 모든 것들을 저버리는 게 관계의 무너짐이겠지.
100일만에 10만부나 팔렸다니,
아무쪼록 형편이 좋아져서 더 이상 빚 독촉에 시달리지 않기를...
이제 네이버에서 이석원의 연관 검색어로 김정희가 뜬다.
블로그를 뒤지다 알았는데,
같은 아파트는 아니고….

책장을 찾아보니 ‘보통의 존재’ 초판 1쇄를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괜히 뿌듯해지는 초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