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평가가 전부다

사내정치 없앤 이 회사의 연봉공식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딱 정해진 연봉 공식에 따라 연봉을 결정하고, 전 직원의 연봉이 웹에 공개된다. 이 공식은 다음과 같다.

[(직책*경력)+부양가족+선택사항]*충성도

직책은 다음 공식으로 나뉜다.

직책 = (기본급 + 거주지 + 생활비 )*직책가치

기본급 = 기업정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직무 평균 연봉

거주지 = 거주하는 도시의 집값을 고려해 차등 지급

생활비 = 거주지 물가에 근거해 최대 연 8000달러까지 추가 지급

직책가치 = 회사에서 더 필요한 직책의 경우 가중치를 준다

강력은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 1.0~1.3까지 가중치를 준다.

충성도는 근무연차에 0.05를 곱한 값, 매년 연봉이 5%씩 기본적으로 인상되는 셈

세세한 항목은 더 연구할 필요가 있고, 깊이 들어가야 겠지만, 이 평가에는 상급자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별로 없다.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이 평가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가장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의지가 개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평가와 연봉 결정은 사내 정치를 없앴다는 평가를 듣는다. 실제로 이 제도를 경험한 사람을 인터뷰하지 않는 한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대학에서는 학점을, 회사에서는 매년 평가를 받는다. 자주 하는 곳은 분기별로 평가를 한다. 분기별 평가도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다. KPI를 두고 모두 정량적으로 평가하면 분기별 평가가 쉽다.

회사가 어떤 평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만족하지 않는 직원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인간의 자의가 개입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성격이 다른 여러 부서를 한 가지 인사 제도로 평가할 때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량적인 평가보단 해당 팀에 대한 배려, 안배, 배분이 우선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대학에서 상대평가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등급에도 TO가 있다는 얘기다. S 등급은 몇 %, A 등급은 몇 %라고 하는 식이다. TO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고, 이는 자의적인 배분이 되어 버린다. KPI에 따르고, 정량적으로 평가해버린다면 분명 A 등급이 될 수 없지만, A 등급 TO가 남으니 B 등급을 받아야 할 사람도 A 등급을 받게 된다. 대학의 상대평가와 다를 바 없다.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흔히 양과 질로 얘기하지만, 양이 앞서면 질은 따라온다. 큰 전체는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다. 즉, QA가 있어서 일정 품질 이하는 QA에서 잘라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양에서 아무리 많은 실적을 내도 QA 평가에 따라 질에서 밀려날 수 있다. QA가 있으면 양과 질의 균형을 맞추게 한다. 반대로 QA가 없으면 양은 많고, 품질은 형편 없어도 양으로 실적을 맞췄다는 어뷰징이 가능해진다. 편집자가 아무리 많은 책을 내도 오역, 비문, 오류, 오타로 가득하다면 그 책은 출간되서는 안 된다. 이런 책이 나오는 건 QA가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가 아무리 많은 기능을 만들어 내도 그 기능에 버그가 속출하고, 다른 프로그래머가 그 버그를 잡느라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면 그 기능은 개발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코드가 제품에 반영된다는 건 QA가 없다는 뜻이다.

QA가 없다면 역량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어렵다. 인사 평가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다수 조직은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리고 사실은 대부분 의미가 없다. 어떤 평가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든 팀원이 팀장과 어떤 케미를 갖고 있느냐가 평가를 대부분 결정하기 때문이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고, 조직 전체 1년 통계에서 야근 시간 TOP 5에 들어가는 친구인데도 팀장과 케미가 안 좋아서 부서장에게 "넌 열정이 없다"는 평가를 듣고, C 등급을 받기도 한다. 반대로 야근 안 하기로 TOP 5에 들어가는 친구인데도 팀장과 케미가 좋아서 "넌 열정이 있다"는 평가를 듣고, A 등급을 받기도 한다. 이게 실제 국내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실화다. 이 대기업은 관리를 잘 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고, 이곳보다 더 관리를 잘 한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인간의 자의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가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역량 평가를 하고 싶다면 별도로 독립된 QA 부서가 역량 평가를 해야 하고, 이는 수치화된 데이터로만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해당 팀장의 평가는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한다. 버퍼(Buffer)라는 스타트업의 연봉 공식은 인간의 자의를 배제했고, 팀장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도 없앴다.

한국의 팀장과 외국 기업의 팀 리드(Team Lead) 또는 팀 리더(Team Leader)는 완전히 다르다. 근대 기업의 조직 체계는 군대에서 유래했고, 한국은 여전히 군대에서 유래한 수직적 특성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직급 호칭을 없애고 '프로'라는 호칭으로 통일한 것은 수평적 특성이 협업과 창의성이 중요한 지금 시대에 맞기 때문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팀장도 없어져야 겠지.

팀 리드는 팀장이 아니다. 팀원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애초에 군림하는 직군이 아니다. 팀 리드는 팀 업무를 조정하고, 팀 관리 업무를 위한 권한을 몇 개 더 가진 동료 정도의 직군이다. 그러니 이런 회사에서는 팀 리드를 제안받으면 거절하기도 한다. 자세한 건 <바지 벗고 일하면 안 되나요?>를 참고.

출판계에서도 비슷하다. 팀장이 출간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미권 출판사의 Publishing Manager는 뭔가? 링크드인의 구인 구직을 보면 Publishing Manager 직군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팀장이 출간 일정을 정하지 않는다. 출간 일정은 Publishing Manager가 정한다. 각 부서의 출간 일정과 그에 따른 마케팅 플랜까지 거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는 직군이다. 한국은 이런 직군이 거의 없다. 해당 분야 도서의 특징이나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케팅을 이해하지 못하고, 영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언론/미디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Publishing Manager가 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를 대행할 에이전트가 뜰 거라는 글을 보기도 했다.

논의를 다시 돌아가자. 과거와 같은 팀장 역할론은 요즘 시대에 맡지 않다. 팀장이 팀원을 평가하는 것도 맞지 않다. 팀장이 팀원 위에 군림하는 것도 맞지 않다. 출판계로 보자면 팀장이 출간 일정을 정하는 것도 맞지 않다.

팀장이 여전히 이런 일을 하는 한 공정한 평가는 어렵다. 평가는 팀장이 아니라 QA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수치로 데이터화할 수 있는 팀이 따로 해야 한다. 그렇다고 연관 거리가 먼 상위 직급도 안 되고, 친목도로 평가가 좌우될 수 있는 수평 평가도 안 되고, 서로 눈치를 보게 하는 상호 평가도 안 된다.

평가가 공정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 사내 정치의 제거. 또는 친목질의 제거.

내가 팀장과 친하거나 이 사람과 친하거나 하는 것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남녀 성별에 따른 차별 불가능. 직급이나 나이에 따른 위계 관계 불필요. 내가 올라가기 위해선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의 자의가 제거되면 이런 사내 정치에 시간을 쓸 이유가 없다.

  • 자율 출퇴근 제도

평가가 공정하면 자율 출퇴근 제도가 가능하다. 이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가의 공정함이 아닐까.

  • 합리적인 조직 문화의 정착

친목도나 인간의 자의에 의해 평가받지 않으므로 합리성을 의사 결정에 더 우선하게 된다.

많은 팀장이나 회사가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거 안다. 그러나 인간의 자의가 개입되는 한 그런 건 불가능하다. 자식이 둘이면 더 정이 가는 자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두 자식도 공평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마당에 완전히 남인 팀원을 그렇게 평가한다는 게 가능하겠나. 그냥 공식에 맡겨라. 그게 가장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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