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의 평가와 KPI

Namu Lee
4 min readMay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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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사용자 경험 품질은 감성의 영역이라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UX 디자인이 얼마나 잘되었는지는 UX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오랜 경험을 가진 소수의 전문가만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분야나 소속부서에 관계 없이 UX 디자인의 개선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량적이고도 객관적인 평가기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게다가 측정과 평가가 없는 개선이란 있을 수 없잖아요.) 그 평가기준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태스크 성공률
  • 태스크 완료까지의 소요시간
  • 열람한 콘텐트 개수
  • 재방문률과 주기

이 평가기준들은 UX 담당부서의 KPI가 되기도 합니다.

1. 태스크 성공률

가장 중요한 것이 태스크 성공률입니다. 흔히 전환률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회사 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가치일 뿐 아니라, 구글 애널리틱스(GA)를 이용해 쉽고 정량적인 측정이 가능하니까요. 게다가 개선 후 효과가 드러나는 시간도 매우 빠릅니다.

UX 디자이너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GA의 퍼널(funnel) 분석입니다. 사용자들이 언제, 어떤 화면에서 주요과업을 포기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죠. 디자인의 약점을 데이터가 찾아주는 것: 이것이 데이터 기반 디자인(data-driven design)의 1단계입니다.

퍼널 분석과 이를 통한 UX 개선은, 일반적으로 과업의 가장 마지막 단계부터 수행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커머스 분야라면, 결제 최종화면부터 살펴보는 것이지요. 뒤로 갈수록 과업을 마치려는 사용자의 의지가 강하므로, 단순한 변심보다는 무언가 문제에 부딛쳐 이탈하는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2. 태스크 소요시간

과업을 완료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역시 UX 디자인을 평가하는 훌륭한 기준입니다. 소요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용자가 관심이나 집중력을 잃을 확률은 커집니다. 사용자의 집중을 방해할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모바일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과업완료에 필요한 시간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특히 GA 연동이 안되어있거나 신뢰도 높은 퍼널 분석이 불가능할 때, 태스크 소요시간 측정은 핵심과업의 UX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정량적 기준이 됩니다.

태스크 소요시간의 측정은 매우 쉽습니다. 시계만 있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인지비용과 조작비용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조직이나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3. 열람한 콘텐트 개수

앞서 이야기한 태스크 설계는 미끄럼틀 만들기와 같습니다. 가능한 빠르고 매끄럽게 미끄러져 내려오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물건 구매, 회원 가입, 게시물 작성 등 서비스의 핵심에 있는 태스크에 적용되는 평가기준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는 편이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콘텐트 중심의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용자가 가급적 더 많은 콘텐트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사이트 체류시간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았지만, 요즘은 (특히 모바일에서는) 얼마나 많은 콘텐트를 소비했는지 그 개수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사용자의 취향이나 개별 콘텐트의 품질의 영향을 덜 받고, 좀 더 순수하게 UX 품질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재방문률

재방문률은 마케팅 부서의 KPI로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단기성 이벤트를 통한 재방문률은 금세 사그러들기 마련입니다. 사용자가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9할 이상이 UX의 몫입니다.

재방문률은 일반적으로 개선버전 배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뇌리에 각인되고 행동패턴에 변화가 생기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분기 또는 반기 단위 KPI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기업은 숫자로 움직입니다. UX 디자인이 여러분의 회사에 필요하고 중요한 것임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하는 일이 의미있는 일임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내년 연봉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회사에 주는 가치를 숫자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참, 서비스 전체의 UX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사용자의 이탈지점을 찾기 위해서는, 사실 경험여정지도를(Customer Journey Map) 그려보는 것이 가장 모범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는 적잖은 경험지식과 수고를(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므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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