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Meme)으로 NFT 판을 휩쓸어버린 XX놈들mfers (2/2)
살토시는 어느 날 프로필 이미지를 그리던 중 문득 본인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해당 프로필 이미지는 구부정한 자세로 의자에 기댄 채 담배 한 대 물고선 키보드에 손을 뻗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띤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낄낄거리며 방구석에서 트윗을 하는 본인 그 자체였다고 회상합니다. 그는 이 프로필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바이브와 방해하지 말라는 XX놈의 이미지가 느껴져서 좋아했습니다. 전형적인 디젠(Degen)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들도 내면에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투자자, 게이머, 예술가, 수집가 등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XX놈의 이미지를 내면에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살토시는 해당 이미지를 NFT 컬렉션으로 만들고자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10,000개의 수량을 목표로 했고, 레이어를 바꿔가며 한 땀 한 땀 직접 핸드 드로잉으로 조합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구현할 기술자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는 주변 지인에게 개발자를 수소문했고, 사람들은 그에게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붙여줬습니다. (살토시가 정말 NFT씬에서 슈퍼 인싸임을 나타내는 지점입니다.) 2021년 11월 30일, 엠퍼스(mfers)라는 이름으로 민팅을 시작했고 몇 분 안에 모두 완판시켜버립니다.
엠퍼스는 다른 NFT 프로젝트에 비해 다른 점이 정말 많습니다. 우선 민팅 당시 화이트리스트나 홍보 활동이 일절 없었고, 그저 민팅 전 날 올린 트윗과 홈페이지 링크가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운영 상 꼭 필요한 공식 디스코드 채널도 없습니다.
대신, 엠퍼스 홀더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운영 중인 ‘공식적인 비공식 엠퍼스(Officially Unofficial mfers)’가 있습니다. 커뮤니티가 빌딩되는 과정에서 살토시의 허가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며, 공식 로드맵 같은 것도 없습니다. 모두 홀더들이 자발적으로 쌓아 올려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엠퍼스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개 저작권(CC0)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이는 창작자가 저작권을 포기함으로써 어떠한 조건도 없이 수정, 배포,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 저작권입니다. 이를 위해 엠퍼스는 원본 이미지와 json 파일을 공유 드라이브 링크를 통해 공개해뒀으며, 여기에 누구나 접근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NFT 홀더만이 상업적 활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BAYC와 차이를 보이는 지점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엠퍼스에는 비공식 파생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창의력을 다 모아놓 것 마냥 재미있습니다. 옆모습의 엠퍼스를 정면에서 보게끔 만든 것부터 3D 엠퍼스, BAYC를 패러디한 원숭이 엠퍼스, 해골 엠퍼스, 예술 활동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엠퍼스를 보면 정말 ‘탈중앙화’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당시 NFT 시장은 화이트리스트를 위한 의미없는 홍보와 바닥 가격 경쟁이 난무했습니다. 점점 사람들의 피로감이 쌓여가던 때에, 크립토의 본질을 가장 가깝게 표방하는 엠퍼스가 혜성처럼 나타난 것입니다. 오래토록 크립토 씬에 머물면서 부를 축적한 ‘고인 물’이자 디젠(Degen)들이 엠퍼스에 열광한 이유입니다. 어쩌면 굉장히 실험적이기도 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계속 지속가능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이 글은 투자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 ‘돈키레터’에 22년 5월 3일에 처음 발행된 글입니다. 매주 화요일 암호화폐, NFT 관련된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돈키레터에서 가장 빠르게 소식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