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살며 가장 치열했던 2019년을 돌아보며…

Woo Gim
Woo Gim
Dec 31, 2019 · 10 min read

#나는 누구인가

2004년 12월부터 전업으로 개발을 시작한지 만 15년이 된 개발자. 회사 생활 한것만 해도 만 12년이 되더라. 꽤 오래 했다. 닥치는 대로 가리지 않고 뭐든 해온 생존형.

#2019년의 나는

체커라는 Pre-A 단계의 작은 스타트업에 기술이사(Director)로 근무 중. 체커는 최근에 한국에서 8번째로 Y Combinator에 합격 했다.

#리모트워킹

2019년 1월에 4주간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에서 리모트워킹을 해봤다. 앞뒤에 한주씩 휴가를 붙여서 약 6주를 가족과 함께 해외에 있었다.

이 일의 발단은 봄에 초딩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딸아이가 겨울 동안 집안에서 그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우려와,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 가서 장기 생활하면 총경비가 한국 생활비와 비슷하겠다는 자기합리화의 발로였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제일 시크한 예비 초딩

좋았던 점

역시 물가와 날씨. 무얼 해도 저렴한 물가에 날씨까지 항상 따듯하니 생활하기에 정말 행복했다. 출퇴근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가족과 더 밀접하게 유대 할 수 있었다. 항상 일만하고 살아오면서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았는데, 일하다가 잠깐 나와서 먹는 저녁이라도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게 큰 심리적 안정감과 행복을 주었다.

나빴던 점

일에 대한 불안감. 주당 2–3일 정도의 리모트 워킹을 해오고 있었지만, 완전한 주 5일 리모트 워킹을 하게 되니 일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그래서 오히려 더 심각하게 오버워킹 했다. 콘도 안에 수영장이 두개나 있었는데 한번 들어가면 일에 대한 긴장감이 무너질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서 단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로지 나의 심리적 문제.

나 대신 이 예비 초딩이 매일 수영을 했다. (다양한 수영복 보유)

#QueryPie

올해 이룬 가장 큰 발자취는 QueryPie라는 데이터 도구를 출시 했다는 것이다. 개발하면서 정리와 홍보의 목적으로 글도 몇 편 작성했다.
https://medium.com/querypie

위에 말한 일에 대한 불안감의 원인이기도 한 이 QueryPie라는 녀석은 체커라는 회사의 숙원과 같은 제품이었고 내가 체커에 입사한 목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크루와 함께 수 개월간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부족하지만 그럴듯한 제품을 출시했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서 Y Combinator에도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자부한다.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개발자로 살며 가장 치열했던 한해를 만들어준 애증의 제품이다. 크로스플랫폼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는 것은 녹록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잘 해냈다. 고생한 나와 크루들 모두에게 자축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4월 Closed Beta를 시작으로 Open Beta까지 힘들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

#Developer Circles: Seoul

2017년 11월 시작하게 된 Developer Circles: Seoul 이라는 개발자 커뮤니티 리드 활동의 두번째 해를 맞이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크게 기억나는 3가지를 정리해본다.

Women of Developer Circles: Seoul

처음으로 여성을 주제로 한 이벤트를 열어 봤다. 부제는 ‘We’re just ordinary IT people’. 주제를 잡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모든 순간 순간 그간 잘 인지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닫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성차별과 양성평등 문제에 대해 아주 얕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일부나마 사고를 확장 시켜준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해 본다. 준비하는데 도움 주신 페이스북의 정수경님,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분들, 함께고생한 유림&연수&이안, 발표해 주신 분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까지 깊게 감사드린다.

DevC Seoul 지정포즈 👐

F8 2019

F8은 Facebook의 기술 컨퍼런스로 Google I/O와 비견될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살면서 이때까지 미국을 한번도 못 가봤던 내가 F8 2019에 초대되어 참석하게 되었다. 이틀간의 DevC Lead 캠프 스케쥴이 끝나고 삼일간의 F8 2019에 참가했다. 가장 놀란 것은 Facebook은 소셜 미디어기 때문에 사람들간의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무던히도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F8 2019 3일 내내 본 행사 일정 끝에는 항상 파티가 있었다. 무제한 음식과 음료&주류, 흥을 돋우는 디제잉과 함께 미친 글로벌 핵인싸들… 마지막 날에는 나의 인싸력이 모두 고갈되어 연신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를 외치고 있었다.

글로벌 핵인싸들. 그대들의 에너지에 그저 감탄.

APAC Lead Summit

APAC 지역 DevC 리드들을 모아서 리더쉽 트레이닝을 시켜주는 서밋. 작년에 이어 두번째 참가하게 되었다. 올해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는데 도시 국가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경험은 꽤나 색다르다. 작년보다 훨씬 더 충실한 프로그램의 서밋을 만들어준 Facebook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 리드들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감화되어 큰 에너지를 얻게 되었던 시간.

두해 만났다고 이제는 꽤나 친해진 APAC 리드들

#Tech Crunch Disrupt

QueryPie를 개발하며 개발자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개발을 하고 있던 와중에 회사가 덥썩 Tech Crunch Disrupt에 참가하게 되었다. 테크크런치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스타트업 박람회 같은 이벤트이다(참고링크).

덕분에 테크크런치에서 전시할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한달 조금 넘게 무지막지하게 달려야 했다. 이때의 일화중에 가장 무자비한 점은 미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 비행기 안에서 Wifi를 결제해서 12시간 동안 계속 일을 했다는 것이다. 공항을 넘어 비행기 안에서 까지 일을 하게 되다니…

올해 테크크런치가 열렸던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발리에서 React 발표

작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React 의 상태관리에 관련한 발표를 했고, 올해는 발리에서 React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발표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기회는 Developer Circles공개SW개발자센터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영어로 발표를 준비하는 것은 언제나 부담이지만 즐거운 도전이다. 작년에는 난이도 설정에 실패해서 이번에는 쉽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준비했지만 역시나 청중과 소통하는데는 실패했다. 발리에서 거주중인 나의 사부인 이종은님도 섭외해서 발표를 함께 했는데 역시 이종은님의 명발표에서 청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크게 배웠다.

또 다른 발표자인 Tom(장기영)님은 차광이 잘 안되는 환경에서 다크테마의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화면이 하나도 안보여서 단단히 고생하셨다. 화이트 테마 짱!

긴장감을 풀기 위해 발표 하기 전에 셀카를 찍는 편이다.

#30일의 휴가

‘개발자로 살며 가장 치열했던 2019’라고 했는데 이에 상반되게 휴가를 30일 사용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는 대체로 휴가가 자유롭고 많다는 것인데, 체커는 년간 30일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그런데 막상 이걸 다 쓰기는 꽤나 힘든데 어쩌다 보니 다 쓸 수 있었다.

코타키나발루 리모트워킹 중에 7일, F8에 5일, APAC Lead Summit에 4일, 아버지 환갑 가족 여행에 5일 이렇게 뭉텅이로 21일을 쓰고, 자잘하게 집안일이나 지방 강연등으로 하루 이틀씩 필요할 때 쓰다보니 30일을 모두 사용해 버렸다. 그런데 이중에 나의 휴식을 위해 사용한 휴가는 정작 하루도 없었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내년에는 온전히 나의 휴식을 위한 휴가를 적어도 5일 이상은 사용하고 싶다.

#6번의해외출국

돌아보니 살면서 올해가 가장 해외에 자주 나갔던 한해였다. 덕분에 나에게는 꽤나 다양한 경험을 했던 한해로 기억된다. 치열하게 일하고 심지어 공항에서 까지 일하고 출국하고 돌아와서 또 치열하게 일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1월 코타키나발루: 리모트워킹
5월 샌프란시스코-산호세: F8 참가
8월 싱가포르: APAC Lead Summit 참가
10월 샌프란시스코: 테크크런치 참가
11월 발리: 컨퍼런스 발표
12월 다낭: 아버지 환갑 여행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던 싱가포르 국제공항

#Y Combinator

폴 그레이엄이 세운 실리콘 밸리 최고의 엑셀러레이터, Y Combinator 줄여서 YC.

사실 나는 YC에 대해서 잘 몰랐었다. 과거 2014년에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으로 읽어봤던 폴 그레이엄의 저서 ‘해커와 화가’ 에서는 그렇게 인상적인 느낌을 받지는 못했었다. 회사가 Y Combinator를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YC에 대해서 찾아보고 알게 된 환상과 전설같은 이야기들 또한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 같아서 현실감은 들지 않았다. 그 중에 ‘브레이크 없는 엑셀러레이터’ 라는 글이 있는데 그 글은 ‘Why, YC’ 라는 책의 후기다. 그 글에서 말하는 YC의 핵심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Make something people want”

나는 자가동력(Self motivation)이 강한 사람인데 내적동기 만큼이나 외적동기도 크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그로 인해 YC에 선정되고 계속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일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고생했다. Peter & Brant

#QueryPie YC W20.
We’re now the 8th company from Korea to make it to #ycombinator.
- November 1 2019

YC 선정에 크게 기여한 것은 역시 인터뷰를 리딩했던 Peter와 이 모든걸 만들어낸 Brant 였을 것이다. 뛰어난 크루들 덕분에 YC의 꿈을 꿀 수 있게 된데 크게 감사한다. 아울러 그 바탕에 나와 크루들이 공들여 만들었던 QueryPie가 있다는 사실에 기쁘고 자부심을 느낀다.

비록 YC 데모데이(Demoday)는 84일 앞으로 다가왔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많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마침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두서 없는 2019년 회고가 되었는데, 개발자로 살며 가장 치열했던 2019년을 꼭 회고해 보고 싶었고, 어찌되었든 글을 마치는 이 시점에는 후련하다. 별 영양가 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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