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 Beats!] 

삶의 끝에서 만큼은 운명에 저항하고자 했던 아이들을 위해


우선 그녀, 유릿페.

”사후세계”라는 시스템에 내제된 본질적인 폭력성을 떠올릴 때마다, 유릿페의 항거가 얼마나 신성하고 빛나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전선의 아이들이 유릿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에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다.

사후세계라는 공간의 본질적인 폭력성. 좋을 대로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려온 주제에, 이제 못다한 청춘을 보내고 미련을 버리라는 사후세계의 시스템은 스스로가 고통 받아온 삶 그 자체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유릿페는 그것만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항하려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을 앞에 두고, 유릿페는 불합리를 향한 자신의 항거를 “신을 향한 복수”라 말한다. 그리고 동료를 모아 그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준다” 어떤 점에서는 유릿페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신 자신이 된 셈이다.

사후세계전선의 아이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연대했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루면서, 믿고, 따르고, 갈등하고, 때론 싸우면서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누구보다 앞에서 있던 한 소녀. 나카무라 유리.

AB 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오퍼레이션 하이텐션 신드롬이 주는 감각은 그래서 남다르다. 오퍼레이션 하이텐션 신드롬이 정말 좋았던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후세계전선 멤버들 사이의 유대와 믿음이 빛나는 마지막 장면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후세계전선 멤버들은 유릿페의 명령이 제 아무리 바보 같은 명령이라도 그녀를 신뢰하고 따른다. 그렇기에 오퍼레이션 하이텐션 신드롬의 의미는, 전선 멤버들이 평소에 이렇게 약을 빨고 지낸다는 걸 알려주는 점도 있지만, 전선 멤버들은 유릿페의 말이라면 제아무리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되는 폭압적인 명령이라도 신뢰하고 따른다는 점에 있다. 전선 멤버 사이에 싹튼 유대와, 유릿페가 전선 멤버들에게 준 “살아가는 의미” 는 그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오토나시.

오토나시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실수를 범했다. 카나데가 오토나시의 고백을 받아들였다면 사후세계는 둘만을 위한 낙원으로 바뀌고 결국 오토나시는 영원히 사후세계를 탈출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가 전선 멤버들에게 한 약속을 배신하는 행동이였다. 결과적으로 사후세계에 홀로 남은 오토나시의 미래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오토나시가 세운 서원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범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그저 카나데를 향한 사랑을 버리지 못해서인지 알 수 없다. 만약 후자라면 파멸뿐이다. 유리가 만난 NPC가 말한 개발자의 정체가 오토나시가 아니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니, 오히려 오토나시가 잘못된 길을 걸을 경우의 예정된 미래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국 AB에 대한 나님의 감상은 사후세계전선의 이 사랑스러운 바보들과 함께라면 정말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요약된다. 물론 이야기는 끝나버렸지만, 말 그대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새삼 나님이 얼마나 AB를 좋아하는지, 사후세계전선의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지가 떠올라서 괴롭다.

삶의 끝에서 만큼은 운명에 저항하고자 했던 아이들을 향해 경의를 표합니다.


이 글들은 2010년 4월, 그 겨울의 끝에 있었던 마법 같았던 시간에 대한 짧은 회고이다. 정리된 글이라기 보다는 순간 순간 떠올랐던 잡상을 옮겼을 뿐이지만. 그래도 올리지 않는 것 보다는 났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이어서 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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