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이상해 — “EBS 경제대기획 빚 3부작”

나는 과거에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을 보고 감동했었다. 몇 번을 다시 보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금융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면 꼭 한번은 보라고 추천을 하고 있다. 이 기회에 아래 링크를 걸어본다.

오늘 오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2018년 12월 3일 ~ 5일 경제대기획 빚 3부작을 방영했다는 것을 알게되어 찾아보게 되었다. 내용은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 딱 2개만 말하겠다.


먼저, 1부에서 자신과 부인 명의로 각각 300채씩 총 600채의 부동산을 전세로 갭투자한 투자자를 인터뷰한다. 나레이션에서 “빚을 100% 활용하는 사업가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EBS는 이를 통해 레버러지를 말하고자 한 것 같은데, 번지수를 정말 잘못 찾았다. 레버러지라는 것은 대출에 수반되는 위험과 대출을 기반으로 얻게 되는 이익 사이의 상관 관계에서 헷징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즉, 위험을 어떻게 상쇄할 수 있는지가 빠지면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는 것이다.

현재 가계부채와 맞물려 갭투자와 깡통전세의 위험에 대해서는 10여년 전부터 부동산하락론자들이 끈임없이 말해온 부분이 있다. 물론, 그 주장에도 과장이 있다고 보지만 주지의 사실은 경제는 크고 작은 순환 싸이클이 있어서 집값이 끝없이 상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하게만 생각해봐도 임대사업을 통해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으면 사업이 유지될 수 없다. 사업자는 보유 부동산에 대해 각종 세금을 내야한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유지보수도 해줘야 한다. 전세금 상승으로 2년마다 상승분을 받는 것 이외에 수입이 없다. 그런데, 전세금은 월세와 달리 무이자 차입금이므로 전액 채무로 분류해야 한다. 즉, 집값 상승으로 자산 가치만 상승 했을 뿐 현금 흐름이 없는 사업이 된다. 게다가 집값이 상승할수록 부채도 늘어난다(전세를 올리니까). 살얼음판 위에 600 가구의 운명이 올라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이는 “정부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거고요. 세입자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EBS는 이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낸다.

만약 이 사업가가 없었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어짜피 이 사업가가 없어도 600채는 공급이 된다. 왜냐하면, 이미 건설사가 건축한 것을 구입했지 이 사람이 시행사가 되서 계획에 없던 아파트 600호를 공급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시장에는 600채의 아파트가 매물로 나와 있을 것이고, 현재 그곳에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입 또는 전세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공급망이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판매가는 공급가보다 더욱 비싸진다. 이 사업가가 자신이 구입한 비용보다 싸게 주택을 공급한게 아닌 이상 공급자와 실수요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되었어야 할 가격을 교란하여 차익을 얻은 것이다. 게다가 현재 그 리스크는 본인이 아닌 세입자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왜냐고? 집값 하락하면 이 임대사업가는 그냥 집을 던져서 경매에 넘어가게 내버려두면 대부분의 채무가 변제된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전세자금의 상당부분 또는 전부를 날릴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부는 집값 잡기 힘들고 서민들은 자기 집을 구입 못하는 것인데, 마치 자신이 부동산 시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사람인양 생색을 내고 있다. 진짜 유동성 공급자라면, 전세 세입자들은 리스크가 없고 집값 변동에 대한 리스크는 사업자가 떠안아야만 한다. 그러나 전세 갭투자는 정반대이다. 월세 임대사업자는 사업이지만, 전세 갭투자 임대사업자는 투기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3부 후반부에서 착한 대출의 한 가능성으로 집을 자기자본 30%와 대출 70%로 구입했을 때, 집값 하락 및 상승에 대해서 채무자와 채권자가 리스크와 이익을 같은 비율로 공유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경제에 ㄱ도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이게 투자지 어떻게 대출이 되는가? 대출은 개인의 신용에 따라 돈의 사용처를 묻지 않고 필요한 액수를 빌려주는 것이다. 그것으로 갭투자를 하던지 사업을 하던지 휴가를 가던지 물건을 사던지 묻지 않으니까 신용을 평가해서 일정한 이자를 받는 것이다. 리스크와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투자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신용이 아닌 사업을 평가해서 투자한다. 투자금을 받은 사업자의 투자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매입하여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이런 경우이다. 투자와 대출도 구분을 못하면서 빚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영했다. 게다가 계속 출연하고 있는 세 명의 경제학 교수는 이 내용에 동의한 것인가?


EBS의 시청률과 유투브에서의 조회수 등을 보면 많이 보지도 않는데 호들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EBS가 우리 사회에서 갖는 공신력을 보면 이번 기획은 정말 위험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변에서 대출에 고통 받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사실 이 고통은 대출 때문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위험한 대출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이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사치와 게으름에 빠져 대출에 고통 받는 사람들 또한 알고 있다. 이것은 온전하게 그들의 책임이다. 재미있게도 게으름과 안일함, 자기 제어의 부재로 빚의 늪에 빠져 파산 및 회생 신청으로 빚을 모두 탕감 받은 뒤에 장사로 돈벌어 현금 부자가 된 사람들도 알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신용이 없어서 신용카드를 못만든다. 하지만, 한강이 보이는 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들이 탕감 받은 빚은 누군가 받았어야 할 돈이다. 누군가는 정당하게 받아야할 돈을 받지 못했는데, 빚을 갚지 않은 사람들은 현금 부자로 살고 있다.

자본주의는 태초부터 빚으로 움직인다. 빚이 없으면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 이것은 EBS 자본주의 5부작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그리고 그 빚을 건전하게 조율하기 위해 신용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만약, EBS가 제정신으로 빚이라는 주제의 기획을 만들었다면, 레버러지와 헷징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설명을 했어야 한다.

내가 빚 3부작을 보며 느낀 늬앙스는 현재 금융 시스템의 대출이 전체적으로 약자를 먹이 삼고 있으므로 대출 받아 고통 받는 사람들이 무조건 피해자라는 것과 빚내서 부자가 되라는 두 가지였다. 완전히 잘못된 신호를 국민들에게 보내고 있다. 학자금 대출 등과 같은 부분은 사회 안전망이 필요한 것이지 대출이 나쁜 것이 아니다. 대출로 고통 받는 사람들 중에는 욕심이나 허영 때문에 스스로 대가를 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빚을 잘 활용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거기에는 리스크가 수반된다. 돈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빚으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고 잘못 되었을 때 얼마나 손해를 볼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게 레버러지이다. 그리고 핵심 투자가 잘못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거나 손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헷징이다. 빚을 이용한 투자에서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않으면서 투기꾼을 레버러지를 이용한 사업가로 소개하고, 현재의 대출 방식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사업으로, 투자라는 개념을 착한 대출로 둔갑시켰다. 정말 EBS에게 대단히 실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