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 도쿄 여행기 2.1: 이케부쿠로 (01/26)
날이 밝고 자명종 소리에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자명종이 6시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아무도 없는 호텔 로비 겸 카페에서 조식을 먹고 일어나 이케부쿠로로 갔습니다.
사실 처음 계획을 짤땐 이케부쿠로를 갈 예정은 없었습니다만, 모종의 이유로 여행 며칠전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모종의 이유는 나중에 적도록 하고 여튼 출발한 시간이 출근 시간대랑 겹쳤는데…




헬게이트가 따로 없더라고요.
원래 타려고 했던 열차는 그냥 보내버렸고 다음 열차에 간신히 낑겨 탔습니다. 신주쿠역에서 내렸을땐 기나긴 인파에 휩쓸려 다녔습니다. 시적인 표현을 쓰자면 마치 펄떡이는 심장 속 혈관에 있는 느낌? 여튼 도쿠나이 패스를 끊은 뒤 JR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진짜노선 선정이 신의 한수…) 이케부쿠로로 향했습니다. 신주쿠에서 이케부쿠로까진 얼마 안 걸렸습니다. 12분 정도?
1.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는 신주쿠나 나중에 간 시부야 정도는 아니였지만 꽤나 번화한 곳이였습니다. 근데 이른 아침이여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고, 매장 개장 시간까지 할일도 없었기에 릿쿄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릿쿄 대학에 간 이유는 뭐 별건 없었습니다. 사실 이케부쿠로 관광 자체가 좀 급하게 결정된 거여서 주변에 뭐 볼만한거 없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릿쿄 대학이 있더라라는 느낌이여서. 그래도 윤동주, 소카베 케이이치, 쿠로사와 키요시, 아오야마 신지가 다녔던 명문 대학이고 [도쿄 구울]에 나올 정도로 캠퍼스도 예쁘다고 하니 좀 구경이나 해보자라고 들어가봤습니다.




















역사관이나 관람하려고 했는데, 좀 늦게 열어서 결국 산책했습니다. 캠퍼스 자체는 확실히 고즈녁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였습니다. 연세대학교라던가 해방 이전에 세워진 기독교 계열 대학 건물들 특유의 벽돌 위주의 서구식 대학 있지 않습니까. 딱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2차 세계 대전 이전 구티 팍팍 나는 건물들 (동서양 모두.)을 좋아해서인지라 건물 구경은 잘 했습니다. 물론 신식 건물들도 꽤나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근처 전철 타고 다른 캠퍼스도 갈 수 있다고 하는데 바빠서 가진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되서 역사관에 들어섰는데, 매우 조촐하더라고요. 전시층도 하나고 방 크기도 비디오 틀어주는 곳 제외하면 작아서 30분만 투자하면 대충 볼 건 다볼 수 있는 정도? 대신 건물 자체가 릿쿄 대학이 그렇듯이 좀 오래된 곳이라 분위기는 좋습니다. 게다가 대학 수험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일찍 들어와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역사관 자체의 성격 때문인지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꽤나 느긋하게 감상했습니다.






제가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일본 제국 시절 릿쿄 대학이 겪었던 수난 파트였습니다. 뭐 그 당시 대학 중에서 일제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은 대학이 어디 없겠습니다만, 릿쿄 대학 자체가 기독교 색채가 있는 대학이여서 신사 참배 문제로 꽤나 심하게 충돌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쭉 흟어보다가 와타나베 타이헤이의 유품 전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 뭐랄까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시물을 보면서 먼저 생각난 사람은 윤동주였습니다. 비록 교토 도시샤 대학으로 옮겨갔고 관련 시비도 그쪽에 있지만 어찌되었든 여기 와타나베 타이헤이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인데다 학업도 제대로 못 잇고 (전시물 설명에 따르면 경제학과 진학후 2개월 만에 필리핀 세부 섬으로 징병되었다고 합니다.) 종전 직전에 죽었다는 사실에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분명 그도 윤동주처럼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람 — 전장에서 보낸 편지가 전시되어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 이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더더욱 기분이 복잡해졌습니다.
동시에 유품인 일장기에 새겨진 저 글자들을 보면서 아 나는 이 곳에서는 ‘이방인’이며 그것도 저들과 불편한 과거에 엮여있는 ‘타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도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었을거고 끝내 벗어나지 못했겠죠. 아마 제가 죽을때까지 이 관계는 어정쩡하고 불편한 상태로 남겨져 있을겁니다.

종종 저는 제가 어쩔 수 없는 굴러가는 바퀴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인종, 국가, 성별, 사상, 편견… 제가 할 수 있는건 오직 그 바퀴살이 다시 부러져 튕겨나가지지 않도록 기도하면서도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것 뿐인것 같아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다소 울적한 기분으로 전시관을 나왔습니다. 나오던 도중 이 주변에 에도가와 란포 생가 및 기념관이 있다고 해서 신나서 찾아가봤는데 CLOSED…. 그냥 사진만 찍고 왔습니다.






사실 대학 근처에 음반점이 있었는데 여기가 매우 늦게 여는 곳이여서 결국 다른 음반점과 애니메이트를 가고 다시 음반점으로 돌아오기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음반 가게도 문이 잠겨져 있어서 못 들어가고 결국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으로 갔습니다.



제가 길 찾는게 서툰 편이여서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까지 가는데 좀 헤맸습니다. 막상 찾고 나서도 정말 여기 맞는건가? 라는 생각에 나가서 확인하고 다시 들어갔을 정도.






이케부쿠로 오타쿠 샵들은 기본적으로 여성향이 강하다던데 확실히 그렇더라고요. 오소마츠 상 부스부터 시작해 향토 아니메 듀라라라!! 홍보, BL 코너까지 뭐 여성향이 강하더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오덕들이 오가는데니깐 무난하게 쇼핑할 수 있는 정도.

사실 제가 애니메이트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디멘션 W]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만화책 정발때부터 사온 팬인데, 마침 애니메이션도 방영중이겠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홍보 전시회를 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원래는 아키하바라 전시관만 가려고 했는데 (이건 4일차 일지 보시면 될 겁니다.), 이케부쿠로 전시관에서 마부치 위주의 전시를 한다고 해서 엉겁결에 이케부쿠로도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진 열심히 찍고 나서 가기 전에 뱃지 사려고 했는데…
뽑기였습니다.

마침 노리고 있던 한정 배지가 있었는데 뽑기라니 어흐헐흐엏 하면서 가챠를 뽑았는데…

한정 배지가 떡하고 나왔습니다.
응캬캬캬컄라캬캭캬캬캭캬캬캬컄ㄱ

당시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안 되는 그림 솜씨로 게시판에다 이와하라 선생님에게 ~~아리가또…!~~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왔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니 트레이드마크인 꽁지 머리를 안 그렸어…! 하면서 몸 비튼건 안 자랑.
…나중 얘기지만 실은 저 배지 인천공항에서 잃어버렸습니다. 핀 부분 내구도가 약하더라고요. 그래서 툭 하고 떨어진듯 합니다.
가기 전에 팬북을 살까 했는데 혹시나 해서 아키하바라 가면 구할 수 있을건데 나중에 사지 뭐,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핑퐁 설정자료집 찾아봤는데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봐 2년전 애니라고!

그렇게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을 떠나서 코코넛 디스크 가기 전에 적당히 먹을만한 곳을 물색해봤습니다. 결국 우동 체인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예전에 강남에서 들른 적 있던 셀프 서빙 스타일이더라고요. 맛은 그럭저럭. 새우튀김이 갓 튀긴거여서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릿쿄 대학 근처로 돌아와 코코넛 디스크를 들렀습니다. 사실 소규모 음반점 가고 싶은데가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다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들른 곳이 여기.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밥레코드랑 비슷한데 크기는 퍼플레코드 정도 되는 조금 큰 소형 중고 음반점이였습니다. 사람들은 한 두명 정도 느긋하게 디깅하고 있는 분위기더라고요.
디스크유니온 신주쿠에 비하면 눈 돌아갈 수준은 아니지만 왠지 친숙함이 묻어나오는 가게였습니다. 대학 앞이여서 그런지 신주쿠랑 달리 좀 더 ‘힙’한 느낌도 있었달까, 소위 힙스터들에게 인기 있을법한 음반들도 꽤나 산적해 있는 느낌? 저도 느긋하게 디깅이나 하고 싶었습니다만, 하라주쿠랑 시부야를 가야 했었기 때문에 결국 두 장 챙겨들고 나왔습니다.
Galileo Galilei — [パレード] (2011)
Cosmic Rough Riders — [Enjoy the Melodic Sunshine] (2000)
갈릴레오 갈릴레이 앨범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비매품을 300엔 정도에 팔아서 집어들었고 코스믹 러프 라이더도 중고를 꽤나 싸게 팔아서 집어들었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일단은 여기서 한 번 끊겠습니다. 다음은 하라주쿠랑 시부야, 시모키타자와, 오다이바 간 얘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