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이 미처 가리지 못한 편견

MBC ‘복면가왕’은 진부하면서도 새로운 포맷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이유는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가면이라는 장치로 ‘편견을 극복하고 진정성으로 승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로 음악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다. 반면 이들 프로그램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음악 그 자체보다 출연진 개인의 불우한 과거사나 출연진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부각시키면서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복면가왕은 가면이라는 장치로 출연진 개인의 배경을 지움으로써 이러한 흐름을 거스른다. 동시에 가면은 출연진이 정체가 공개될 때 이를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켜주는 장치가 된다. 복면을 벗을 때 시청자들은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특정인에 대한 이미지와 그 특정인이 부른 노래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경험한다.

아쉬운점은 ‘복면가왕’이 편견을 극복하겠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성별 고정관념이라는 편견은 전혀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면가왕에 등장하는 여성 출연자들은 종종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나 ‘사모님은 쇼핑중’이라는 명백히 여성성을 강조하는 닉네임을 달고 출연한다. 더 구체적으로 복면가왕에 등장하는 여성 출연진들은 ‘여성스러운’ 컨셉의 의상을 입고 ‘여성스러운’ 몸짓과 대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성성을 나타냄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긴 머리에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그녀들은 MC와 심사의원의 요구에 애교스러운 몸짓으로 응답한다. 심사의원들은 출연진의 노래를 듣고 그의 출신 배경 즉 그가 아이돌 출신인지 가수인지 배우나 뮤지컬 배우 출신인지 추리하려 애쓰지만 그가 남성인지 혹은 여성인지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성 출연진들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출연진들이 자신의 여성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복면가왕’이 보여주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성별 고정관념은 여전히 편견 너머에 존재하는 편견이다. 프로그램은 홍석천을 등장시켜 낮은 톤의 노래를 부름으로써 ‘게이스러움’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일침을 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편견을 극복하자는 메시지조차 여성성이라는 고정된 성별 이미지를 전달하는 과정엔 전혀 주저함이 없다. 한국사회의 여러 이슈들에 가려진 성별 문제를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똑같이 마주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