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다를 바 없는 날이었어
서쪽으로 쭉쭉 밀려나는 하루를 등지고
해가 져도 가시질 않는 후덥지근한 공기와
그림자만이 죽죽 까맣게 널부러지는
다를 바 없는 날의 버스정류장이었어

그 때, 한 여인이 나타났어
대단하게도 그 여인은
우리가 달고 있던 하루 만큼의 그림자에 더해
줄기차게 팔을 잡아당기는 한 꼬마와
태평하니 잠이 든 아가의 것까지 달고 있었어

그리고 그것,
연분홍 바탕에 하얀 하트, 빨간 하트가 송 송 박힌
그것은 일종의 장바구니였나봐

해는 지고..

아가의 하얀 숨소리 그 위로,
꼬마의 빨간 두 뺨이 까르르 웃는 그 위로,
연분홍 엄마의 연분홍 미소가 내려앉았을 때
그래!
장바구니는 악보였나봐
그들은 악보를 연주하고 있었어

해지고 붉어야 할 노을은 아스팔트에 잠기고
달력 한 칸 만큼을 채워가던 회색의 공간에서
그들은 장바구니를 연주했어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던 이들 모두,
저마다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를 흥얼거렸지

한 번씩 그림자가 길어지는 날이면,
장바구니를 떠올리곤 해

그러고보니,
그 속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200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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