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팀 어른들 모두 자리를 비운 어린이날,
모처럼 사원 선배와 둘이 점심을 먹었다.

미대 진학을 꿈꾸던 그 선배는,
부모의 권유에 법대를 갔었고
몇번의 사시 낙방 끝에 결국
배운 것과는 별 상관없는 이 곳에 취업을 한 형님이다.

지난 주말 무얼하며 보냈냐는 의례적인 물음에
선배는,
“토요일은 <레드>라는 연극을 봤고, 어제는 <변호인>을 봤어요.”

나는 신기해하며 말했다.
“토요일은 화가의 삶이고 일요일은 법조인의 삶이네요?
뭔가 선배의 과거랑 닮았는데요?ㅎㅎ”

선배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쵸? 그래서 오늘따라 기분이 묘하네요.
토요일, 일요일 거쳐서월요일이 되니깐 이렇게 현실이네요.”

짧은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잠깐 그친 눈이 치적치적 밟힌다.

상상하는 눈풍경은 하얗게 나부끼는 아름다움이지만
그 실체는 알고보면 이렇듯 질척이는 것이 아닐까.
그래 저 포도는 신 맛일꺼야.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 사무실 창 밖에는,
검은 하늘에 하얀 눈이 쏟아진다.

이러나 저러나, 안에서 내다보는 눈풍경은 확실히 매혹적이다.
실상 맞으면 차가울 눈은, 바라보기엔 왜 포근한 것일까.

차가움과 포근함
그 사이에 무엇이 시작이고 무엇이 끝일지 한참을 따져보다가
다시 앉은 자리로 고개를 돌렸고

나는 해저도시를 보았다.
산소통 없이 전복을 따는 해녀들을..

2014.1.24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