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cchio - Jean Etienne Minh Duy Poirrier (Flickr)

아들의 숙제, 그리고 거짓말

며칠 전 자녀 교육에 있어서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 녀석이 숙제를 알아서 혼자 했다고 해서 칭찬을 했는데, 알고 봤더니 답을 보고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그 날 하루 전에는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팔씨름을 하거나 장난을 자꾸 쳤는데 정작 엄마한테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있다고 모범생 코스프레를 한 것이 어쩌다 들통이 나서 아내가 크게 혼을 낸 터였다.

나나 아내나 이번에는 좀 크게 혼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꾸짖은 다음 벌로 집에서 내보냈다. 꽃샘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의 밤에 일단 파카는 입혀 보냈지만 이렇게 집에서 쫓겨난 서러움과 물리적 정신적 추위는 아들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사태에 대비해서 내가 바로 뒤쫓아 나가기는 했는데 보이질 않아서 아파트 단지 곳곳을 살펴보는 동안에 결국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겁이 많은 녀석이라 멀리 나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부모의 예상이 일단은 맞은데 대해서 한숨을 놓고 좀 기다렸다가 데리러 갔다.

가는 길에 약간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보니 1층 주차장 기둥 뒷편에서 이 녀석이 울고 있었다. 아마 자기도 크게 잘못한 것을 알고 일단은 경비 아저씨한테 집에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나왔지만 집으로 올라가지는 못하고 울고 있었던 것 같다.

아내는 너무 열 받아서 안방 침대에서 분을 삭히고 있었기에, 일단 데리고 올라가서 거실 쇼파에 나란히 앉아서 최대한 차분히 이야기를 했다.

숙제라는 것의 의미와 답을 보고 했을 때 그 의미가 왜 없는지, 그리고 거짓말로 당장의 혼나는 것을 피하려고 했을 때 나중에 어떻게 큰 문제가 되는 지를…

엄마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해 주면서 그날의 사건은 일단 일단락이 되었지만 솔직히 잘 해결된 것인지 자신이 없고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

과도하게 숙제를 시키는 것도 없고, 주위 상황들을 봤을 때 평균적인 애들보다 훨씬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편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해야 할 것은 해야 하고 설사 하기 싫은 것이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어느 정도 몸에 익혀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나 아내나 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관련된 상황이 있을 때마다 강조를 했는데 그런 식으로는 와 닿지 않는 것일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가끔 하거나 해야 할 최소한의 것을 미루려고 하는 것만 빼고는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잘 해주려고 하는데 이 녀석에게는 부모의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지는 지 모르겠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어떤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용기)과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기본적인 접근 방법을 몸에 익혀 주는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선물을 주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지 결국 계속해서 실험해 보고 노력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고영혁 - Gonnector (고넥터) 대표 /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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