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로운가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롭다.


영국의 사상가 아이자이아 벌린(Isaiah Berlin)의 관점에 따르자면, 자유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나눌 수 있다. 이 각각의 자유는 ‘~로부터의 자유’와 ‘~로서의 자유’로 단순화 할 수 있다. 풀어쓰자면 소극적 자유는 타인의 간섭 배제라 할 수 있고, 적극적 자유란 자기 결정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자유의 관점에 따르자면, 우리는 자유로운가? 이 자유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리는 최소한 보장받아야 하는 소극적인 자유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소극적 자유는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는 것’인데, 우리는 지금도 하루에 수십번 타인에게 간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에 의한 간섭, 친구나 동료에 의한 간섭, 그리고 가족 관계에 의한 간섭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21개월동안 ‘국가 방위를 위한 병역의 의무’라는 명목으로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에 의한 엄연한 자유 침해다. 언제나 우리를 괴롭히는 세금도 마찬가지다. 국가 유지란 명목으로 우리는 사유 재산을 침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에 의한 엄연한 자유 침해다. 또한 우리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교도소에 갇히기도 한다. 국가에 의한 주거의 자유 침해인 셈이다. 비단 이렇게 풀어 쓰지 않더라도 결혼 제도, 형법, 민법등 여러 법률과 규칙, 계약 관계, 그리고 교우 관계에 의해 우리의 자유는 오늘도 시시각각 구석구석까지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고대의 노예와 하등 다름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잃을 것은 사슬 뿐이나 얻을 것은 세상 전체니,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러나, 생각해보도록 하자. 교우 관계는 우리가 직접 우리의 손을 맺은 것이고, 우리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손으로 이 관계를 끊을 수 있다. 혼인 관계나 계약, 그리고 기타 우리의 발을 묶는 계약 역시 우리의 손에 의해 체결된 것이다. 게다가 루소의 ‘사회 계약론’에 따르자면, 국가 역시 국가와 자유 시민들간의 계약 관계이며, 만약 국가가 ‘계약’. 즉,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들면 인민들은 거기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하였으니, 이는 본디 자기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른 쌍무적 계약 관계인 것이다.

이는 말뿐만이 아닌 실제로 우리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다. 헌법에 따르자면 우리는 국가의 권력을 쥐고 있고, 우리의 대리자들을 투표를 통해 선발할 수 있으며, 우리들의 투표로서 헌법을 바꿀 수 있고, 고위 공무원을 자를 수도 있으며, 이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집회등의 활동을 통해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국가를 떠나거나 국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을 때 국가에 저항할 수도 있다. 이는 모두 즉, 적극적 자유 관점을 도입하여 봤을 때, 우리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자유롭다.

물론, 이러한 자유관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자유 의지로 ‘집단 지배’, 즉 파시즘을 옹립한다면, 이는 적극적 자유에 의한 권리로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다. 여기에 대해 필자의 의견은 이렇다; 적극적 자유로서의 자유를 인정하되, 이 적극적 자유, 즉 자유 의지로서 체결된 계약은 소극적 자유의 본질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대리자가 국민들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을 만들거나 국민 스스로 자신들의 운신을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 경우, 이를 적극적 자유에 의한 권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즉, “우리는 자유로운가”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이렇다. 우리는 소극적 자유의 개념만으로 보았을 때 수많은 계약과 구속에 놓여있으나, 이는 모두 우리의 자유 의지로 맺은 관계이며, 우리가 누릴 ‘소극적 자유’의 본질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으므로, 아직까지 우리는 자유롭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우리의 대리자, 즉 정치가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신들의 권력을 늘리기 위해서,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서 시시각각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려 들고 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이 자들에 맞서 우리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