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연애를 효율화한다

인터넷은 우리의 연애와 결혼도 바꾸고 있을까? 아래 그래프를 보자.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마이클 로젠펠드 교수가 4000쌍 이상의 미국 부부 및 커플을 대상으로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가를 조사한 연구에 등장한 그래프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연애/결혼 대상을 찾던 방법 — 친구 소개, 같은 동네 인연, 가족 소개, 사내 커플, 캠퍼스 커플, 초중등 동창, 교회 등 — 이 모두 그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바 혹은 레스토랑' ‘온라인’만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온라인에서 만나는 커플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스타트업 분들이 좋아하는 하키스틱 커브다. 심지어 이 둘은 이제 ‘친구 소개’에 이어 두번째와 세번째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걸 ‘가벼운 만남'의 확산이나 도덕이나 사회적 기반의 붕괴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추세는 사회의 전반적 변화와 연관돼 있다. 사실 모두 예측 가능한 이유들이다. 이 연구 결과를 소개한 워싱턴포스트BBC는 도시화와 인터넷 기술의 발달을 이유로 꼽았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교회, 지역 등 전통적 커뮤니티의 힘이 약해졌다.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주로 바와 레스토랑에서 서로 맞딱뜨리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데이팅 앱으로 인해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연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 주변 지역을 넘어 연인을 물색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결혼이 가까운 지역 안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이뤄졌다.

하지만 많은 인구가 좁은 지역에 몰리는 도시화는 잠재적 짝의 풀을 확대시켰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풀어놓았다. 대량 수요, 대량 공급, 활발한 정보의 이동을 통해 연애 시장은 효율화되었다.

틴더에 올라온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을 끊임없이 오른쪽, 왼쪽으로 스와이핑하며 더 나은 짝을 (혹은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수요 공급의 확대) + 틴더의 유료화 모델은 자기가 원하는 멀리 떨어진 도시/지역의 사람들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다. (=>시공간 제약의 제거) = 데이트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온라인 데이팅 앱에서 만나는 사람을 어떻게 믿냐고? 틴더는 페이스북 계정으로만 가입할 수 있게 해 아이덴티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제 유명 연예인들도 틴더를 하고, 틴더는 그들에게 (트위터가 셀럽 인증을 해 주듯) 본인임을 인증까지 해 주는 판이다.

틴더 창업자는 최근 IPO를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IT 업계 거물 델 (네, 여러분이 아는 그 ‘델')의 딸과 틴더로 만나 데이트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밝힌 바 있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마이클 펠프스가 성전환녀와 만나 사귀게 된 곳도 틴더였다.

우버가 별점으로 기사의 품질 관리를 가능하게 했듯이 틴더도 데이트 참여자의 품질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듯 하다. 시장의 힘!

“As a more efficient market, the Internet tends to displace other markets for partners,” Rosenfeld explained.

인터넷이 정보 유통의 국경을 파괴하고, 앱스토어가 소프트웨어 유통의 국경을 파괴하며 시장을 극도로 효율화시킨 것처럼 틴더로 대표되는 온라인 데이팅은 연애 시장을 효율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온라인 데이팅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연애 시장도 효율화되고 있을까?

이음, 정오의데이트, 아만나 등등 모바일 기반 데이팅 서비스들이 많이 있고, 게임과 네이버, 카카오톡 등 일부 수퍼 앱을 제외하면 이들은 앱스토어 매출 순위의 상당히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70여개, 회원 수는 330만명, 시장 규모는 최대 500억원대로 추정된다.

사람들의 프로필을 엄격히(?) 관리하는 이들 ‘소셜 데이팅' 앱의 뒷단에는 외로운 영혼들이 서로를 찾아 헤매는 ‘익명 랜덤 채팅' 앱 시장이 있다. 돛단배에 사연을 띄어 보내고, 우체통에 편지를 보내며 두근두근 가슴 뛰고, 즐톡과 앙톡에서 오늘밤 인연을 찾는다. 즐톡과 앙톡은 앱스토어 순위도 상당히 높다.

랜덤 채팅 앱들은 구애의 비용을 줄여주지만 랜덤이라 성공률도 낮고, 익명이기 때문에 참여자에 대한 투명한 정보가 공개되는 자유 시장이라 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애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모바일 기기를 적극 활용할 의사가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틴더가 서구 사회의 짝짓기 행동을 변화시킨만큼, 이들 데이팅 앱들이 우리 사회의 연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라고 연애 효율화에 대한 수요가 적은 것도 아닐 것이고, 도시화와 인터넷 확산이라는 큰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도 않다.

모두들 연애를 갈구하고, 연애를 하지 못 한 분노를 ‘김치녀'니 ‘한남충'이니 하며 풀어대는 우리 나라에서 왜 사회를 뒤흔들 데이팅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이건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이미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짝을 찾고 있는데, (나 포함) 아재와 꼰대들만 세상 물정 모르고 있는 거라면 할 말 없고.

전에 아웃스탠딩에서 결혼 제도의 변화에 대한 글을 올린 적 있다. 여기에도 기술의 발전이 연애와 결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재미있다. 일부 남성이 수퍼스타 이펙트를 누릴 것이란 점에 대해 완전 동감하지는 않지만. (능력과 외모 등 모든 조건을 갖춰 자유롭게 연애하는 소수의 남성이 있음은 사실이지만, 연애 — 일회성 관계는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 — 에 쓸 수 있는 감정 자산은 누구에게나 제한되어 있다.)

ps. 사실 연애 결혼 행태의 변화는 도시화와 기술 발전 외에 달라진 여성의 지위/의식/경제력 등에도 큰 원인이 있다. 하지만 그 얘기까지 하면 너무 얘기가 흩어지니까, 그건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