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남자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진지한 이야기를 더 이상 인터넷에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게 2011년 여름 경이다.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더 이상 적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때 당시 내가 관심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이야 해고 노동자, 진보 정당 따위였으니, 내가 사업주가 되거나 거대 정당의 당수가 되지 않는 이상 사회적으로 권력이 없는 사람의 글 따위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N사의 클로저스 게임 성우 하차 문제에 대해서는 글을 쓰기로 했다. 처음으로 사회적 문제에 있어 내가 (젠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입장이어서, 적으면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힘들게 다시 글을 적는다. (글을 늦게 적은 이유는 그저 생계때문이었다.) 나보다 더 많이 공부하신 분들이 적은 글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글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용은 부족하고 오류를 포함하더라도 내 의지를 더 강하게 표현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앞서 사실 자기고백과 반성을 적는다. 사실, 나도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지'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 언사였고 이 사실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 말한 사실이 후회스럽다. 너무 성차별적인 발언이고, uneducated한 발언이고, 여성을 술 따르는 사람으로 대상화하는 성희롱에 가까운 발화다.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누군가 나에게 "너도 '한남충'이야" 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따위 소리를 지껄이면서 같이 술자리에 있던 여자분께 술잔 들이밀었을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장 그 디밀고 있는 술잔 그대로 주둥이에 밀어넣고 그대로 씹어 삼키라고 하고 싶다. 정말로 너무 너무 부끄럽다. )

여기에 변명과 사족을 달자면, 나도 이 발화를 스스로 만들어내서 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 누군가에게서 들어온 말의 반복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나 아닌 누군가도 이 발화를 쉽게 반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하여, 한국 남자 전체가 '한남충'이다! 라는 주장에, "나는 아니다!" 혹은 "모든 남자가 다 그러는건 아니다!" 라고 답할게 아니라 내 자신은 그러지 않았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발화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로 내가 현실에서 만나는 주변 관계의 남자들이 특별하게 더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이거나 반대로, 젠더 이슈에 더 리버럴하지 않고 그냥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한국 남성 집단에서 저 정도의 발언은 흔히 있어왔고, 나는 한 번도 이런 발언에 대해 같은 성 집단에서 지적 받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러링'을 통해 흔히 쉽게 하는 발언에서 문장 중 ‘여자’를 ‘남자’로 바꾸고 나니 그게 얼마나 성차별적인 것인지를 알고, 특별히 나쁜 표본을 모은 집단이 아니라더라도 성차별적인 발언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 경계해야하는것이다. (일반적이라고 할때, 내 주변이라고 뽑은 표본이라 함은 특정 학력, 특정 직군, 특정 지역이 더 많은 왜곡된 표본임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부모님에겐 좋은 아들, 여동생에겐 좋은 오빠, 여자친구에게는 좋은 남자친구이더라도 언제든지 스스로 '한남충'스러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문제가 있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는 것도 내가 속한 집단 혹은 남성 집단을 대표하는 의견이 이런 ‘한남충’스러운 의견이 되는것을 방조(동조에서 수정)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침묵하면 집단에 속해있는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개인 스스로의 생각과 다를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왜 그 자리에서 침묵하는 것이 방조하는 것인지를 더 풀어써야할 댓글이 있어서 내용을 더 적는다. 실제로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는 경우를 크게 세 가지 경우를 들 수 있는데, “1. 해당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못한 경우”, “2. 실제로 그 의견에 동의하는 경우”, “3.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용기내서 말하지 않는 경우” 가 있고 1,3 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침묵할 뿐인데 ‘침묵이 곧 동조’다 고 말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내가 지적하고자 했던 ‘침묵이 곧 동조’다에서 지적하려던 것은 3번의 경우인데, 2번이 잘못되었음은 굳이 새로 지적할 필요가 없고, 1번의 경우는 애초에 문제제기가 없는 상태이므로 ‘문제제기를 했으면 좋겠다’ 수준으로만 언급하고 넘어가려 한다.

*“나는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데, 침묵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조자가 되는 것이 싫다”고 했을때 왜 침묵하는가의 원인을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위계질서 혹은 위력에 의해 침묵하는 경우와, peer pressure 때문에 (사용한 어휘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동양에서만 있는 튀지 않아야 한다는 집단에서의 압력을 명확하게 학문적으로 표현할 단어를 몰라서 가장 유사한 단어를 끌어 썼다. 좋은 단어가 있으면 가르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위계질서 / 위력이 없는 집단이 또래집단 이외에 한국에서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침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위계질서나 위력에 의해 침묵하는 경우를 개인의 도덕적 문제라고 지적하기는 매우 어렵고 그것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니냐고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peer pressure 때문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미디어에서는 ‘침묵의 나선이론’ 이라고 하는 개념이 있는데, 간략히 쉽게 적자면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처럼 개진 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경우에도 나는 이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발언을 하고, 그 발언이 잘못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모습이라면 자연스럽게 전체 집단의 의견이 성차별적이 된다고 명쾌하게 이론은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인데, 내 예전 발언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간단하게 설명되지 않는가? 내가 그 이야기를 들을때 그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고, 내가 그 이야기를 할때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면 내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그 이야기를 반복하는, 그리하야 성차별적인 발언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침묵이 곧 동조’ 문장은 이런 이야기를 담는다. 내가 성차별적인 발언에 침묵하는 것은 내 생각과 관계 없이 침묵의 나선이 계속 이어지고 펼쳐질 것이며,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재생산되는 것을 방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나 많은 방법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기억하고 실천하기 쉬운 두 가지 생활 규칙을 제안하려고 한다. 이 규칙으로는 너무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스스로 다시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

먼저, 여자/여성 이라는 단어앞에 '은/는/이/가' 조사를 붙이는 문장을 만들지 않는다. 조금 더 나아가서 문장의 '주어/목적어/..' 에 여자/여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여성이라서 할 수 없는 일이 있는건 없다. 여성이라서 해야하는 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남녀평등"에 너어어무 큰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앞의 규칙에서 '여자/여성' 뿐만 아니라 '남자/남성'도 생활 규칙에 포함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런 규칙을 기억하고 있다면, "여자가 조신하게 다녀야지", "남자는 원래 다 그래", "여자들은 그래서 문제야" 따위의 발화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누군가 정말 고마운 분이 내 발언이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한다면, 그 순간에 잠시 부끄러울지라도 지적을 감사하게 여기고 수긍하자. 부끄러움은 잠시일 수 있지만, 잘못된 점을 고치는 일은 항상 해야 하는 일이다.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면, 혹시 하더라도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은 차선이 될테고, 잘못된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최악일 것이다. 문명 사회인으로서 최선이 못되더라도 최악을 피하고자 하는 노력 정도는 당연히 해야할 것이다. 조금 더 관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잘못 되었음을 인정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인정하는 모습이 더 멋있을 것이다.

어떤 발화가 문제가 될지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면 다음 링크도 짧으니 한 번 훑어보길 추천한다.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6073118427254985

끝으로, '미러링' 이야기는 빙빙 둘러면서 구구절절 당연한 이야기만 했습니다. 사실 구구절절 '당연한 이야기'도 그 누군가에게는(마치 예전의 저처럼) 지금 이런 이야기도 필요할 것 같아 먼저 적습니다. '미러링' 이야기는 후속편에서 더 적겠습니다. (생계 때문에 글을 빨리 못 적지 않길 바랍니다)

p.s. 이 시간에도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지적하시는 주변의 많은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더 많은 분들을 후원으로 응원하려면 한국여성민우회(http://womenlink.or.kr) 혹은 한국여성의전화(http://www.hotline.or.kr) 외에도 많은 단체가 있으니 지지하는 단체가 있다면 많은 후원 관심 가지면 좋겠습니다.

p.s 혹여, 저도 공부가 부족해 옳지 않은 이야기를 적었다면, 메세지로 혹은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언제든지 달게 받겠습니다.

p.s 근 몇 년간 제가 잘 편집된 텍스트를 많이 읽지 못하고, 기술적인 텍스트만 읽다보니 맞춤법이나 비문이 예전에 비해 훨씬 많이 쓰였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