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녀(virgin)란 단어는 13세기에 영어에 들어왔는데 ‘프랑스어: virgine’에서 온 것이다. ‘virgine’는 ‘라틴어: virgo’(소유격은 virginis)에서 왔다. 라틴어 어원을 보면 ‘vir’은 남자나 남편을 뜻한다. ‘genere’는 남자를 위해 만들어진이란 뜻이고 원래는 남자에게 속한 여자라는 뜻이다.
<위키백과:처녀성>
섹스에 있어서 ‘순결’의 의미는 남성우위의 사회에서, 또 섹스를 불결하고 음탕한 것으로 여긴 종교나 문화에서 생겨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처녀라는 말이 ‘섹스를 하지 않은 여자’를 뜻하는게 아니고, 결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여자를 말하는 것이었다.(處女:집에 있는 여자 라는 뜻) 섹스를 하지 않은 여자는 ‘숫처녀’라는 이름이 따로 있었다. 물론 ‘숫총각’이라는 단어도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그런 단어를 실생활에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혼만이 섹스가 가능하다’ 라는 암묵적인 사회의 통념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아예 결혼 전에는 연애나 섹스를 엄한 법으로 금지한 이슬람에서조차, 법을 어기고 연애를 하는 일들이 다반사인데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는 사회에서 어찌 결혼 전에 섹스가 죄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의 어떤 신념(종교적이든, 가치관이든)으로 인해 혼전 순결을 스스로 지키려는 사람은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다. 본능을 거스르고서라도 아름답고 깨끗한 ‘결혼’과 ‘배우자’를 위해 지키겠다는 데, 그런건 뭐 칭찬해줘야 마땅하다. 다만 섹스에 대한 환상이 너무나도 커져 섹스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것을 모른 채 재미 없는 섹스를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지만. 혼전섹스를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한다면, 결혼 후에도 즐기기 위한 섹스는 하지 말기를 권한다. 사실 그리스도 교에서는 교파마다 다르지만, 부부끼리도 아이를 낳기 위한 섹스 말고 쾌락을 위한 섹스는 금하고 있었다.
아예 손잡고 연애하는것 조차 금지한 이슬람에서는 그 범위가 어느정도 확실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과연 어디서부터가 섹스인가’라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간통죄가 폐지된 큰 이유중에 하나도 간통죄가 성립하려면 ‘삽입’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렇다. 즉, 모텔에 둘이 벌거벗고 안고 누워있는 것을 경찰과 같이 발견한다 해도 간통죄가 성립이 되기 힘들다. 심지어 섹스를 하는 장면을 찍었음에도 상체만 찍혀서 입증이 곤란하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순결’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여, 그 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혼전 순결 때문에 오럴섹스나 애널섹스를 하는 ‘처녀’들이 있다고 한다. (애널섹스가 질섹스보다 훨 어려운데 대단..) 위키백과에서는 그들을 ‘기술적 처녀’라는 고급스러운 이름을 붙였지만, 나는 유사성행위를 하는 처녀이기 때문에 ‘유사처녀’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질 안에 아직 자지를 넣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난 순결해’ 라는 것은, 나중에 남편이 몇 명이나 애인과 모텔에 가거나 놀러다녀도 ‘질 내 삽입을 안했으니까 괜찮아’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딜도로만 달래다가 처음 남자를 경험한 사람은 처녀가 아닌걸까? 자위시켜주는 건? 키스는? 애무는?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 자위하는 것은? BDSM은? 레즈비언은 평생 순결한건가? 강간은? 성기를 안보면 된다면 치골은 괜찮은가? 엉덩이 골은 핥아도 괜찮아?
애초에 섹스를 하지 않는 다는 것에 ‘순결하다’라는 의미를 붙이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순이다. 남자에게도 가끔 ‘동정’ ‘순결’ 같은 단어를 붙이긴 하지만, 사실 옛날부터 남자의 섹스는 ‘호방함’의 상징이었다. 부잣집일 수록 첩을 두는 것은 오히려 당연했으며, ‘남자가 30살까지 동정을 지키고 있으면 마법사가 된다’라는 말은 얼마나 동정남이라는 존재를 한심하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낳는 자식이 내 자식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여자의 순결은 남자에게 있어서 대를 이어나가기에 여자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었다. 즉 순결이란, 여자를 ‘남자의 대를 이어가게 하기 위한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 시선을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첫경험이라는 건 무엇일까.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처음 삽입 섹스를 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 특히 남자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은, 첫경험이 이루어지면 그 뒤에는 섹스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몸에 따라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남자든 여자든, 섹스가 익숙해지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여자는 질 내의 감각을 써서 자위를 해 본적이 없다면 당연히 쾌감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남자역시 사정조절능력을 갖춰가며 여자를 제대로 리드할 수 있는 남자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서로 같은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만나 섹스를 하면서 익숙해 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처음 삽입이 이루어지는 ‘첫경험’은 그저 시작의 의미로 중요할 뿐이지만 사실 섹스라는 더 커다란 대의를 생각하자면 ‘삽입섹스로 느낀 첫 동시 오르가즘’이 훨씬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느끼면, 이전까지의 오르가즘이나 섹스는 섹스가 아니었다라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마음과 기술이 모두 일치해야 이루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되면 이제 비로소 ‘섹스를 마음껏 즐기는’ 상태가 된다. 난 그때가 되어야 ‘경험이 적은 딱지’를 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님포매니악에서 조가 남자들에게 ‘이런 느낌은 네가 처음이야’라고 거짓말 하는 부분은 ‘네가 첫 남자야’보다 더 악랄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을 하거나 원나잇을 하거나 애인을 수없이 사귀었어도 계속 10대가 섹스를 하듯 어설픈 섹스를 하거나, 삽입을 할 때 여전히 쾌감보단 고통이 앞서거나 별 느낌이 없다면 그건 진짜 ‘경험이 적은 딱지’를 뗀 것이 아니다. 영화나 소설이나 주변에서 ‘숫처녀’’숫총각’딱지를 떼기 위해 어설픈 섹스를 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사실 그건 자기가 앞으로 섹스를 마음껏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일종의 의식에 불과하다. 님포매니악에서의 조도, 첫사랑인 제롬과 나중에 재회해서 좋은 섹스를 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섹스를 해봤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기에 제롬은 치욕스러운 첫경험을 안겨주었음에도 그녀의 인생에서 특별한 남자인 셈이다.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시되는 이 시대에서, 순결보다는 섹스가 가져다 줄 수 있는 ‘행복’을 더 느끼는 것에 집중하는게 옳지 않을까? 요새 산부인과에서는 처녀막 재생수술을 해준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의료행위다. 섹스가 고결한 행위라고 추켜올릴 필요도, 더러운 행위라고 깔아내릴 필요도 없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자손을 퍼트리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그것을 위해서 산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섹스를 더럽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은 내가 보기엔 섹스에 대해 도대체 얼마나 음탕한 생각을 품고 있기에 저러는가- 싶을 때가 있다. 자기가 가장 거부하고 싶어하는 것들에 자기 자신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섹스는 거울을 보고, 음탕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순결에 집착하고 섹스를 더럽다고 생각한다면, 영원히 섹스할 때의 진정한 쾌락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유사처녀’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섹스를 더 즐길 수 있는 여자가 될까 고민하는게 긴 인생에서 훨씬 더 낫다. 자기를 ‘처녀’라 포장해서 비싼 값에 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자역시 ‘처녀’에 집착하지 말고,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여자와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편이 낫다. 자기가 그 여자의 성을 다 일깨워 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게다가 섹스도 꼭 뭐같이 하는 남자가 여자의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 자기 섹스가 못났다는 걸 들키기 싫거든. (2015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