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뉴스 스크랩 #1.

2015년 2월 23일, 월요일

Just Beaver’s Diary
6 min readFeb 23, 2015
*이미지 출처: 뉴욕타임즈, http://goo.gl/OGlXNB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사실 되고 싶다고 되는 직업도 아니지만). 하지만 출근하자마자 콜라캔을 쥔채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고 자유로운 토론을 이어가는 ‘업클로즈 앤 퍼스널'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기자는 정말로 멋있어 보였다. 아마도 새벽녘 수산시장에서나 만날 수 있을 듯한 날 것 같은 생동감에 본능적으로 끌린 탓이리라. 실제로 지금의 미국을 만든, 그리고 오늘의 우리나라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 인상적인 몇 개의 기사를 훑어보다보니 그 ‘믿음'에 약간의 변화와 균열이 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녁이 있는 삶'이 사치스러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도, 이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가지고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과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에 열거한 몇 개의 기사들은 모두 그러한 시점에서 다양하게 접근한 기사나 인터뷰나 글들이다. 젊은이들은 예전처럼 미래의 행복을 위해 더 이상 현재를 희생하려 들지 않는다. 대기업이 아닌 자신에 맞는 ‘일’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이고, 아예 치열한 경쟁을 피해 안분자족하는 이른바 ‘사토리 세대'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다. 무조건 달리다보면 언젠가는 행복해지리라는 주문이 더 이상 통하는 않는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치열한 경쟁, 그 결과로 오는 지위와 혜택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대열에서 빠져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루저'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도 건강하다고 본다. 다만 그 중간에서 방황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가혹한 미래가 다가올 것 역시 명백한 현실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한 개인에게서 그치지 않고 교육이나 취업, 기업 경영과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예견처럼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살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삶은 빈곤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와중에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가 올리버 색스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뉴욕타임즈’에 기고를 했다. 그가 쓴 책과 글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담담하고 용기있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할 것은 이와 같은 ‘지혜’가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나는, 느끼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 왔으며 이는, 그 자체로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대단할 것 없고 소박한 말이지만, 대다수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는 사치스러운 소리다.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와 살인적인 업무 강도, 치열한 경쟁 탓에 저녁 시간은 고스란히 업무에 헌납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아래를 이끌고 위를 떠받쳐야 하는 ‘부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주말 포함) 야근을 하는 횟수는 일주일 평균 몇 회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85명(45%)은 ‘주 2~3회’ 야근한다고 답했다.

  • 부장의 회사생활 — ‘여유·친구·꿈’ 사라진 무거운 발걸음, <중앙일보>, http://goo.gl/StOXRL

“한국의 경쟁 교육과 경쟁 체제가 멍청한 이유는, 다양한 사고를 저해함으로써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카이스트에서 ‘공부 열심히 시킨다’며 일정 학점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물리기 시작했을 때,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첫 번째 변화는 ‘안전한 선택’이었다. 학점을 올리기 위해 이미 잘 알고 있거나 잘할 수 있는 과목만 수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탐구해 ‘교차로형 지식인’이 되길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최근 대기업 신입사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왜 대기업에 들어왔느냐고 물어봤다. 다들 조금 더 높은 봉급, 대기업의 후광, 안정된 생활, 좋은 배우자를 얻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결국 모두 얻는 것을 생각했다. 이렇게 얻으려고만 하는 한 그들은 어린아이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내가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어른이다. 그래야 인재로서 인정받을 수 있고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 학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내가 먹여주고, 차 태워주고, 모든 것을 다 해줄 테니 앉아서 공부만 해라’고 가르친다. 이렇게 하면 우리 사회는 망하게 된다. 혼자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 “한국교육 최대 문제는 ‘받기만 하는 어린애’ 양산하는 것”, <문화일보>, http://goo.gl/Bfmbl5

“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정민이는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과잉행동을 한 것이다,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줬더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 산만한 학생에게 “약 먹이세요” 서울과 이곳 학교는 완전 달랐다, <오마이뉴스>, http://goo.gl/Y1Vo1l

“끝까지 나와 내 사진을 믿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며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살아가는 것은 분명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대기업 취업보다 ‘나만의 길’ 찾는 20대의 반란, <뉴스원>, http://goo.gl/7R5yCo

그들은 “양극화, 취업 전쟁, 주택난 등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절망적 미래에 대한 헛된 욕망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 1990년 이후 20여년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런 젊은이들이 이미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로 불리며 사회현상이 됐다. 사토리는 우리말로 ‘득도·달관·초월’쯤에 해당되는 말이다. 한국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으면서 우리에게도 분노와 좌절의 심리를 현실 안주로 치환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 [‘달관 세대’가 사는 법] 덜 벌어도 덜 일하니까 행복하다는 그들… 불황이 낳은 ‘達觀(달관) 세대’, <조선일보>, http://goo.gl/YlW8Xz

“도리어 나는 강렬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우정을 다지는 그 시간 동안 더 많은 글을 쓰고, 기력이 남아 있는 동안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차원의 이해와 통찰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원합니다. 이는 대담성과 명료함과 소박한 언어, 그리고 세상에 대한 견해를 가다듬고자 하는 노력과 결부될 겁니다. 물론 즐길 시간도 남겨둘 겁니다 (조금은 바보처럼 놀아도 좋겠지요.)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나는, 느끼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 왔으며 이는, 그 자체로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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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aver’s Diary

(저스틴 비버 말고) 저스트 비버, 박요철의 다이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