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와 수잔 — 두번째 막간 chap1
수잔은 작가가 되길 거부하는 자신의 마음과 자신이 항상 작가였다는 마음의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확실히 그녀가 거부했던 건 글쓰기가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인 글을 유포하는 과정이었다. 글을 교정하고 홍보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 글을 읽도록 설득해야한다. 이런 광범위한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해 출판이라고 한다. 화창하지만 점점 어두워지면서 눈이 올 것 같은 날, 집안일을 하면서 수잔은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출판을 포기함으로써 글쓰기로 나누는 대화에 참여할 기회, 그녀가 쓴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을 기회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드워드를 생각하며 -이 모든 생각을 초래한 장본인- 그녀도 에드워드만큼이나 머리가 좋은데 만약 자신이 다년간 글쓰기 기술을 익혔다면 그의 소설만큼이나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허영심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왜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항상 글쓰기보다 다른 일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돼서 쓰지 않았다. 그게 뭔데? 남편, 아이들, 전문대 신입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거? 수잔에겐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출판 과정의 뭔가에 미묘한 혐오감이 들었다. 그녀는 에드워드가 글을 쓴다고 분투하던 시절에 그런 걸 봤다. 그리고 직접 글을 쓰기 위해 정직하지 못하게, 미묘하게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거짓말을 한다는 불편한 느낌. 그때 글을 쓰면 그런 기분이 들었고, 심지어는 지금도 편지나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간단한 글을 쓸 때 그런 마음이 든다. 이런 글쓰기는 그녀가 뭐라고 하건 혹은 하지 않건 거짓말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 그게 수잔이 글쓰기를 포기한 주된 원인이었다. 다른 사람, 즉 독자라는 존재가 그녀가 쓰는 글을 오염시킨다. 독자의 편견, 취향, 독자는 그녀와 다르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할리우드 제작자나 시장 조사원처럼 통제하려 들까봐 싫었다. 하지만 심지어 그녀의 영혼 속에 있는 공개하지 않은 글도 그 글과 그녀가 표현하고 싶은 문장 사이에 간극이 있다. 수잔이 쓴 문장은 진실을 단순화시킨다. 그러지 않으면 엉망이 되고, 그녀는 모호함이란 새롭게 추가된 악덕 속에 갇혀 꼼짝 못하게 됐다. 그녀는 단어들을 쳐내고, 과장하고, 왜곡시키고, 마치 페인트로 칠하는 것처럼 결핍된 부분을 감춰서 명확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이런 글을 쓰면 자신의 글이 명료하거나 깊이가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되고 그녀는 그 환상을 진실보다 선호하면서 곧 그게 진실이 아니란 점을 잊어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