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우포늪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 습지대로서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대로 지정되어 있고, 수많은 생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 라는게 일반적인 우포늪에 대한 설명이지만 그런 설명은 사실 별로 감흥이 없다. 내가 우포늪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한겨레에서 본 한 기사 때문이었다.

기사에는 1년에 300일 이상을 우포늪에서 머물면서 우포늪을 촬영한 한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실려있고, 난 그 이야기에서 도데체 우포늪의 어떤 매력이 저렇게 한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인가가 궁금했다.

그렇게 며칠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 문득 가보자는 생각에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 우포늪으로 차를 몰았다. 어두울 때 출발했지만 막 날이 밝아올 때쯤 우포늪에 도착했다. 새벽녘에 출발하면서 기대한 우포늪은 물안개가 자욱한 모습이었지만, 너무 늦게 도착한 탓인지 아니면 그냥 안개가 안끼는 날씨인건지 기대한 물안개는 만나지 못했다.

주차장에서 늪까지는 몇분 걸어야했는데 가는 길에 이미 머리 위로 기러기 떼가 날아간다. 그리고 멀리서는 잘 듣지 못했던 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늪은 광활했다. 아마 빙 둘러서 걷기만 해도 2시간은 족히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조금 둘러보자 출입이 금지된 곳이 꽤 있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보호의 필요성 때문에 제한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포늪은 정말 생태계의 보고였다. 학인지 두루미인지 모를 새도 여러 종 있었고, 이름 모를 오리떼는 한꺼번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날아올랐다가 다시 한꺼번에 물위에 착지했다. 물 속에서는 간간히 물고기가 수면으로 움직임을 보였고, 늪 옆 산에도 딱따구리 같은 새, 노루 같은 동물들이 관찰됐다. 렌즈를 통해 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부족한 내 실력과 23mm 단렌즈 밖에 구비되지 않은 내 카메라 때문에 건진 사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부피가 작은 카메라만을 추구하다가 처음으로 디지털 SLR과 망원렌즈가 부러워지기도 했다.

우포늪은 오랜시간 도시와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서만 생활해온 나에게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생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것 만으로도 몇시간을 써서 방문한 데에 충분한 보상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