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개발하기

SeongHo Hong
9 min readJan 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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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개선을 위한 작은 노력들

안녕하세요! 개발자 홍성호 입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접근성 주제로 발표하게 되었는데 이 내용을 블로그에도 옮겨둡니다. 혹시 영상으로 보고 싶은 분들은 https://www.youtube.com/watch?v=jDIKjrBV2QQ를 참고해주세요.

소개

먼저 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저는 iOS 앱개발을 주로 하고 있는 개발자 입니다. 첫 회사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워치를 개발하는 Dot 에서 앱개발을 했고 네이버 에서는 네이버 카페와 파파고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다음주 부터는 채팅 API 회사인 센드버드에 합류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해보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제 경험 중에서 의미찾기, 그리고 다양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개발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제가 접근성에 대해 대단한 실천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접근성이라는 키워드가 대학교 시절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커리어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접근성을 중심으로 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의미찾기

대학교 시절 저는 자율전공학부로 입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까지는 문과를 나와서,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을 전공하는 것도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입문 수업들을 엄청 다양하게 들었어요. 막연히 그 중에 성적이 제일 잘 나왔던 컴퓨터공학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컴퓨터 공학을 선택하고 나니 취업이 잘된다는 얘기만 들리고 별다른 의미를 못 찾겠는 거에요.

한동안 고민을 하던 와중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로봇팔로 팔이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영상을 봤어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의미 찾기를 한 셈인데요. 이때 장애인을 돕는 기술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회활동

그러던 중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교내학회를 알게되었습니다. 학회에 가입하고 소외된 이웃이라는 좀 넓은 주제로 고민했어요.

여러분도 특정 상황에서 소수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누구나 다양한 맥락에서 소외될 수 있습니다. 소외된 이웃이라는 큰 주제로 고민하다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 범위를 좁혀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로 좁혀서 생각하니 시각장애가 있는 분들이 스마트폰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첫번째 프로젝트

제가 첫번째로 시도했던 서비스는 타이핑 정확도를 높여주는 키보드 앱이었습니다. 기존에도 아이폰 기본 기능으로 오타를 수정해주는 것이 있었지만 한글 타자를 입력할 때도 좋은 성능으로 오타 보정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능을 만들면 시각장애가 없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방학 중에 3주정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3주라는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일단 개발을 해본적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어서 전반적인 개발 실력이 부족했고 한글 타이핑을 위해서 자소 조합이 필요했는데, 그것만 개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iOS 플랫폼을 위한 키보드를 만들었는데, iOS 개발을 이때 처음 접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간부족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한채 마무리 해야했지만 이제와서 돌아보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의 혼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였어서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스코드에 대한 관리, iOS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을 친구에게 흡수할 수 있어서 많은 성장이 있었어요.

📰 두번째 프로젝트

두번째 프로젝트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신문 앱 이었습니다. 학회 선배들이 1차로 진행했던 내용을 확장해서 바탕으로 저시력자를 위한 기능을 좀 더 강화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저희팀은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 설계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그때 당시의 발표자료를 보면서 잠깐 설명드릴게요.

여러분들은 얼마나 많은 장애인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건 제가 공모전때 발표했던 5년전 자료 입니다. 장애인 스마트폰 보유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럼 현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유율이 전체국민 93.1%, 장애인 83.6%로 지금은 더욱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서 잠깐 모바일 접근성에 대해서 설명드릴게요.

먼저 전맹인 분들은 시력이 남아있지 않은 분들인데요. 그런 분들은 스크린 리더를 통해 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iOS에서는 VoiceOver, Android에서는 Talkback을 사용합니다. 이런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면 UI 마다 박스를 씌우면서 화면을 읽어줍니다. 그 박스를 포커스라고 부르는데, 포커스를 좌우로 쓸어 넘기면서 화면을 읽게 되는거죠.

그런데 전맹보다 저시력자가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사실 시각장애인의 90%는 저시력 장애라고 합니다. 그래서 iOS의 VoiceOver에도 저시력을 위한 편의기능을 많이 제공하고 있죠. 이미 글자를 키워서 사용하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원하는 사이즈로 글자를 맞춰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지원이 필요한데 동적으로 텍스트 크기가 변경될 수 있도록 개발자와 디자이너 분들이 함께 고려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다시 제가 했던 프로젝트로 와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저희팀은 기존 신문 앱들을 살펴봤습니다. 의미 없는 링크를 하나하나 읽어주기도 하고, 섹션별로 순서대로 읽지도 못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특히 저시력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문제에 저희팀은 집중을 했습니다. 지금은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다크모드 기능을 넣고, 스크린 리더에 최적화해서 앱을 만들었습니다. 신문 사이트를 분석해서 광고도 제거해줬구요. 광고가 있으면 신문을 읽는데 흐름이 끊길 것 같아서 신문사마다 수작업으로 광고 부분을 없앴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저는 프로젝트 리딩과 iOS, 안드로이드 개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의미 있는 문제 해결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공모전도 수상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프로젝트의 모든 부분이 완벽할 순 없겠죠. 저희팀은 유저의 니즈를 상상하며 개발했고 광고 제거 기능을 넣었어요. 개발을 다 완료한 후에 떨리는 마음으로 피드백을 받았는데, 광고를 읽어줬으면 하는 니즈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불편함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비장애인과 비슷하게 광고를 읽고 싶은 니즈를 개발을 다 하고나서 알게되었습니다. 요즘 애자일 얘기를 많이 하는데, 유저 피드백을 자주 받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두번째는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제가 만들어둔 코드가 소중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런 문제 덩어리 코드를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일해보니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유지보수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스타트업 경험 — Dot

그렇게 학회활동을 하며 대학 생활을 하던 중에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dot 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특별히 기반도 없이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와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모했던것 같아요.

이 점자 워치랑 연동되는 앱 서비스를 열심히 만들었어요. 접근성은 당연히 지원해야하는 요소라서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만들었고 시각장애인 직원과 함께 먹고자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장애인과 행동 패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한번 더 알게되었습니다.

이 dot에서 경험했던 것 중에 좋았던 부분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마음껏 꿈꾸고 개발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유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게 힘들때도 있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쉬운 점은 개발 리소스가 부족해서 깊이있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알아서 성장해야하는 환경이었는데 그때는 학습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했었어요.

여러 한계들을 느껴서 지금은 좀 더 큰 팀으로 가서 배우는것이 맞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운이 좋게도 네이버에 합류할 수 있었고 앞서서 갈증을 느꼈던 전문성을 키우려고 노력했어요.

대기업 경험 — Naver

기대했던 것 처럼 실력 좋은 시니어 개발자가 정말 많았습니다. 도저히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개발을 잘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개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유저를 위해 접근성을 지원 하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일정 상 여유가 없어서 접근성 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접근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개발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여유가 생길 때 미리 접근성 대응을 하는 식으로 업무 요령을 터득해서 작업했습니다.

얼마전에는 파파고 팀에서 접근성 대응을 했는데 큰 폭으로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표 상으로 42% 정도 개선했어요.

접근성을 어떻게 수치화했는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네이버의 경우에는 사내에 접근성 팀이 있어서 여러 접근성 지표들을 체크해줍니다. 이미지에 적절한 텍스트를 제공했는지, 영상에서는 자막을 제공하는지, 명도대비가 분명해서 텍스트를 읽기 좋은지, 논리적인 흐름으로 포커스를 이동할 수 있는지, 광과민성 증후가 있는 유저를 위해 깜빡임과 번쩍임이 적절히 제한되고 있는지 등 여러 요소를 체크해줍니다. 혼자서 확인할 때 보다는 훨씬 도움 되었던 것 같아요. 다만 유저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건 아니라서 살짝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정리

그동안 제가 배운 것들 한번 정리해볼게요. 교내학회, 스타트업, 대기업을 경험해보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접근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쉽지 않겠지만 여러분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성에 아주 조금만 기여해주셔도 그게 쌓이면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한동안 접근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해고자 했는데, 꼭 접근성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발견하셨다면 계속 풀려고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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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Ho Hong

Software Engineer 🧑‍💻https://github.com/cozz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