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이디어 검증(부제: 조카의 전화)

Hubert Shin
5 min readJul 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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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실리콘밸리 중에서

얼마전 갓 스무살이 된 해외에서 살고 있는 조카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삼촌, 제게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이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면, 대박이 날꺼에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일단 기특했다. ‘이녀석이 이제 다 커서 사업을 해보려고 하는구나. 창업가 정신도 그득하고…’

“오.. 그래? 그 아이디어가 뭔데?”

조카는 신이 나서 내게 제품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조카야, 혹시 네가 생각하는 첫번째 타겟 사용자는 누구니? 그리고 그 사용자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거니?”

그러자 조카는 바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 사용자는 저에요. 제가 생각해보니 이러한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더라고요. “

이러한 답을 듣게 되면서 갑자기 미궁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카의 동기부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시작했다.

“혹시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네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니?”

잠깐 생각하던 조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아, 사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음.. 제가 앞으로 물어봐야 되겠네요.”

“응,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혹시 지금 완성도는 전혀 관계 없고, 무엇이든 만들어 본 것이 있니? “

“아직 없어요. 이제부터 만들어야죠.”

“굳.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하나, 내 생각에는 두 가지가 부족한게 있다. 한 가지는 문제의 정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 같고, 이 문제가 네 아이디어로 풀린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대박을 칠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면 먼저, 당신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유효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미 누군가가 먼저 낸 아이디어는 아닌지, 시장에 이미 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많은 제품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매우 적은 수의 인원만 신경쓸 아이디어 인지 등을 말이다.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은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 가능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아이디어의 키워드들로 인터넷검색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만 겪는 문제인지, 여러사람이 겪는 문제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또는 이미 유효한 해결책이 만들어진 아이디어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여러 사람들의 댓글 또는 제품평을 보며 기존 해결책이 있음에도 여전히 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좀 더 형식화 하여 설명하면, ‘문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가져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사 벤쳐캐피탈 Y콤비네이터는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정의한다.

1) 대중성 — 문제가 많은 사용자들에게 발생하는가? (Popular)

2) 성장성 —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가? (Growing)

3) 경제성 —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현재 비싼가? (Expensive)

4) 긴급성 — 당장 풀어야 하는 문제인가? (Urgent)

5) 필수성 — 문제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인가? (Mandatory)

6) 빈번성 —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가? (Frequent)

첫번째, 대중성이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있는지?’ 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예를들어 이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백 만명이라면, 사용자의 전체 모수는 백 만이 된다. 예를들어 이 모수의 2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다면 (백 만 * 20% * 제품 가격)으로 매출 실현을 할 수 있다. 해당 문제가 대중적이면 대중적일수록 제품의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두번째, 성장성이라는 말은 시장 크기를 의미한다. 매년 문제가 10%씩 성장한다면, 잠재 사용자가 매년 10%씩 늘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시장의 크기가 10%씩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번째, 비싸다는 것은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비용 자체가 너무 비싸, 보다 저렴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네번째, 긴급성이라는 의미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다섯번째 필수성은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은 최근 법으로 제정되거나하여 사용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빈번성은 얼마나 자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가장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은 아래의 내용 중 2~3가지 정도

를 잘 정의한 문제와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는 곳이다.

대중성 — 백 만명 이상

성장성 — 매년 20%정도의 규모 성장

경제성 — 현재 대안이 없어 비싼 서비스를 쓰고 있음

긴급성 — 당장의 문제인데 솔루션이 방법이 없음

필수성 — 최근 법이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1년안에 문제를 풀어야 함

빈번성 — 매시간 일어나는 문제

충분한 문제의 유효성이 증명되면 이와 연결하여, ‘해결책’도 검증을 해야 한다. 이 ‘해결책’을 검증하는 방법은 보통 사용자에게 직접 그들의 상황에서 써보게 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실제 제품형태일 필요는 없지만 가장 간단하게 이 ‘해결책’을 검증하기 위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조카와 했던 대화를 다시 뇌새겨보면, 조카는 훌륭한 스타트업의 대표가 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흥분하며 다른이에게 설명할 수 있었고, 설명하는 내내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조언 및 개선점에 대해 즉각적으로 받아들였다.

나와의 대화 후 조카는 두 가지를 약속했다. ‘문제’와 ‘해결책’을 더 잘 정의하고 다음에 삼촌과이 대화 때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여주겠노라고.

‘이녀석이 얼마나 짧은 기간안에 피드백을 줄 수 있을까?’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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