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에서 디자인 스튜디오의 메타버스 회식 (2)

lee hyori
뉴디자인 스튜디오
9 min readDec 19, 2021

(1편에 이어)

사람들의 회식, 모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이 개더타운 회식을 통해 주고자 한 경험이 무엇이었을까?

  • 민주. 회식을 통해 주고자 했지만 주지 못한 것부터 생각난다. 한 학기를 지내며 마냥 즐겁지만은 않고 가끔씩 오해나 어색한 상황도 빚어졌을 수 있다. 그래서 회식을 통해 오해가 있다면 풀고, 말하기 껄끄러웠던 것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나누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일동: 맞다) 그런데 개더타운도 결국 온라인이라, 긴밀하고 속깊은 커뮤니케이션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프라인이었다면 다같이 모였더라도 옆 사람과 귓속말 등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온라인 회식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 재미있는 개더타운 회식이었지만,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가 공유되고 퍼블릭하다는 점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낮은 긴장감이 디폴트로 흐르는 것 같다.
  • 효빈. 동의한다. 그리고 온라인 회식을 이렇게까지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아까 말한 병국의 친구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왜 회식을 그렇게까지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느냐.’ 회식에 대한 옛날 사고방식에 기인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회식은 의례적이거나 억지로 하는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는데, 충분히 더 즐거울 수 있고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직접 겪어보고 증명한 것 같다. 물론 우리 랩실 환경과 교수님, 학생들이 유독 분위기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 효리. 맞다, 늘상 하던대로 오프라인 회식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준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만나서 밥을 먹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다가, 어색해지면 모두가 잘 아는 게임도 하고… 그런데 온라인으로 회식하면 이 모든 자연스러운 경험들이 대부분 불가능해진다. 온라인 회식이 새로운 흐름이 될 수도 있는데, 오프라인 회식에 비해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했을 때 당연히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므로 플랜을 세워서 기획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세상으로 많은 것이 전환되어 가는 상황에서 회식의 목적과 분위기를 어떻게 온라인으로 옮겨올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병국. 생각해보니 알니또의 ‘편지쓰기’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사실 알니또 세션에서 걱정했던 점이, 선물과 편지를 받았는데 취향에 맞지 않아 분위기가 오히려 어색해지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솔의눈’을 받았던 종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기뻐했다(웃음). 선물도 고르고 직접 편지도 쓰게함으로써 상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하고 배려 깊은 말을 전하는 기회를 마련해줘서 부드러운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진심이 담긴 장치’가 매우 좋은 포인트였다.
  • 효리. 우리 참 잘 한 것 같다. (일동: 맞다)
  • 병국. 일명 ‘온라인 회식 경험 디자인’을 잘 완수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이런 회식을 다시 한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지,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해보자.

  • 효리. 시간 분배가 조금 아쉬웠다. 애초 알니또는 2~30분짜리였는데 거의 2시간이 진행됐다.
  • 병국. 우리가 총 11명이었는데, 다같이 모여있으면 한 화면에 11명 얼굴이 다 들어오지 않았다. 개더타운의 기술적 문제가 조금 아쉬웠다.
  • 민주. 게임할 때도 비슷한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 개더타운 게임 자체적으로 정해진 인원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대로된 언급이 없었어서 2명이나 게임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 효리. 또 있다. 알니또가 결과적으로 너무나 즐겁긴 했는데 준비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만약 다음번에 알니또를 또 한다면 이 점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 효빈. 우리가 애초 계획했던 대로 각자에게 쇼핑 리스트를 주고 직접 사게끔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 민주. 개별 미션이 있고 하다보니 1:1로 공지하고 설명하고 의견 묻고 등등 알려주고 또 나중에 취합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우리가 메타버스로 할 건데, 개더타운이 무엇이며, 어떻게 들어와야 하며…’ 등등 좀 복잡했다.
  • 병국. 초기비용이 많이 든 것 같기는 하다. 이런 개더타운 회식 경험이 조금 낯서니까.
  • 효빈. 나중에 이런 파티를 또 할 때는 안내사항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줄여야 할 것 같다.

개더타운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팁이 있다면?

  • 효빈. 이미지를 embed 할 수 있으니 십분 활용하길. 우리는 초보자를 위해 개더타운 작동법을 설명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참석자들이 처음 들어오는 입구에 걸어두었다.
  • 병국. 가장 먼저 이미지 썸네일만 보인다는 점을 유념해서 계산적으로 걸어두어야 한다.
  • 병국. 개더타운 파티용 게임을 만들 때 각자 카메라 범위도 유념해야 할 것 같다. 넉넉잡아 가슴 정도까지만 보이는데, 이런 반경을 벗어나서 몸의 움직임이 필요한 게임이면 안될 것 같다. 게임을 구상할 때 이 범위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액션을 고려했다. 그걸 고려하면 게임 범위가 확 좁혀진다.
  • 효빈. 또 하나는 private space 설정이다. 이걸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맵을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 민주. 기획했던 입장에서는, 참여자 한 명 한 명을 케어하고 안내사항을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우리는 일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 그렇게 해서 온-오프라인의 경험을 뒤섞을 수 있었지만, 그걸 하기 위해서 각오를 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 효리. 맞다. 하지만 우리처럼 고되게 준비하면 덕을 보긴 볼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메타버스로 회식을 해봤는데, 이 메타버스 경험을 또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혹은 메타버스를 활용해보고 싶은 컨텐츠가 있는지.

  • 효빈. 개더타운에는 교실, 사무실, 해변 등 다양한 템플릿이 있어서, 재택근무나 화상수업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줌보다 더 몰입도가 좋다.
  • 효리. 어떤 은행에서는 개더타운으로 일부 대출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은행창구 그대로 개더타운에 구현했더라.
  • 병국. 공간에서 대면해야 할 필요가 높은 활동, 공간에 경험이 많이 묶여있는 상황들이 개더타운으로 잘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아까 말한 은행과 정부 행사가 그렇다. 듣기로 어떤 학회도 개더타운에서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줌을 통한 화상모임은, 얼굴과 용건만 확인하고 떠나는 느낌이라면, 개더타운에서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끌어온 느낌이어서 사람들이 더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이 줌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느껴진다. 오며가며 사람들과 스치고, 만나러 가고, 끝나면 돌아오고-와 같이 물리적인 공간에서는 당연한 경험을 겪을 수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팀을 나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facilitator, BK(병국)의 아바타
  • 효빈. 수업에도 잘 쓰일 것 같다. 디자인 수업의 경우 조 활동이 많아서 줌보다 개더타운이 활용성이 좋을 것 같다. 줌에서는 수업을 하다가 조활동을 하려면 일일이 소회의실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개더타운은 미리 탁자를 둔다거나 private space로 지정만 해두면 조 분배를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 동안 쉽게 나뉘어서 회의를 하고, 시간이 다 되면 다시 쉽게 모일 수 있고. 이게 너무 편한 것 같다
  • 효리. 맞다. 수업하다가 조활동을 하면 교수님이 하나하나 소회의실을 만들고, 학생들이 잘 하고 있는지 소회의실에 일일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해야 하는데, 개더타운에서는 그냥 방향키를 눌러 캐릭터를 움직이면 되는 일이라 매우 편하다.
  • 효빈. 그리고 각자 조활동을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지’할 수 있는 구역도 만들 수 있어서, 뿔뿔이 흩어진 모든 조에게 똑같은 내용을 전달할 때는 일일이 가보지 않아도 되는 점도 편하다.
  • 병국. 어떤 private space에 들어가 있지 않은 캐릭터가 말을 하고 있으면 캐릭터 위에 작은 말풍선이 뜨기도 했다. 그걸 보면 진행자가 말을 하고 있구나가 직관적으로 느껴졌고, 그런 식으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조 회의 다 끝나면 X키를 눌러서 춤추라고 했던 점도 재밌고 귀여운 시그널 장치였다.
  • 효리. 나중에 내가 주도하는 워크샵을 열면 개더타운으로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민 워크샵 같은 경우는 다같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팀을 나눠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물리적인 공간에 있을 때 필요한 디테일한 장치들도 사용할 필요가 있으니, 개더타운이 줌보다 유용할 것 같다.
  • 효빈. 다만 주의할 점은, 우리가 했듯이 플로우를 잘 짜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온라인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을 통솔해야 하므로 짜임새 있는 플랜이 필요하다.
  • 민주. 너무 높은 자유도를 주면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게 너무 많아지고, 그렇다고 너무 통제하면 뜻밖의 재미나 회식으로서의 의미가 옅어지니까,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것 같다. 적당한 통제와 자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만의 해변에서 찍는 단체 사진
파티가 끝난 후 아쉬운 친구들끼리 남아 모닥불 주변에서 담소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을까

  • 민주. 제안사항이 있다. 이 파티의 첫 기틀을 세우는데 우리가 많은 노력을 했으니까 앞으로 2달에서 2달 반 정도의 텀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일동 웃음).
  • 병국. 일단 이번주 수요일에 우리가 만든 개더타운 맵에서 랩실 사람들이 소소하게 모이기로 했다더라.
  • 효리. 그러고보니 너무 고맙다. 나도 같이 하긴 했지만, 그렇게 괄시 받는 와중에도 서로 손을 놓지 않고, 아니야, 우린 할 수 있어, 재밌을거야 하면서 꿋꿋이 갔다. 고생들 많으셨다.
  • 효빈. 파티 기획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 병국. 다들 정말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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