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협동조합은 있다.

미국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미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은 2029년이다. 지금의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65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시점에는 자연스레 공적자금의 지출도 늘어날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은 그 후 1년 뒤인 2030년이다. 시기뿐만 아니라 조건도 닮았다. 독일은 은퇴 후 기존 소득의 70%를 연금 및 이전 소득으로 충당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소득의 39%를, 한국은 29%를 연금으로 대체한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빈곤을 통계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60대 이상 부채비율이 161%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사정은 더 어둡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문제는 필요를 낳는다. 미국 최초의 노동자협동조합이자 가장 많은 고용을 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돌봄 서비스 협동조합이다. 전미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에서도 단일 업종으로는 돌봄서비스 분야가 가장 크다. 뉴욕 브롱스에 있는 Cooperative Home Care Association은 조합원 수 1,110명, 종사자 수만 2,300명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라틴계, 혹은 아프리카 이민자들인데,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가정에서의 홈케어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자 ‘좋은 일자리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에서 조합원의 노동통제력 증가가 서비스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이민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두말 할 나위없다. 고령화의 덫이 노동자협동조합에게 새로운 시장이 되면서 정부와 시장의 사각지대를 성실히 메우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돌봄 서비스 사회적협동조합 카디아이(CADIAI)는 그중에 단연 선두주자이다. CADIAI는 Cooperative(협동조합), Assistenza(돌봄), Domiciliare(방문), Infermi(환자), Anziani(노인), Infanzia(어린이)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졌는데, 이름이 그들의 역할을 말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직원수 1,471명, 총매출액은 423만 유로(약 570억 원)에 달할 만큼 양적인 규모도 성장했다. 미국과의 차이라면 이탈리아 사회적협동조합은 정부와의 긴밀한 파트너쉽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2014년 카디아이는 매출의 50%가 공공기관에서 만들어지고 이탈리아 전체 사회적협동조합도 지방정부나 공공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얻은 소득이 89%(2008년)에 이른다. 2013년 한국 정부,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의 물품 구매 실적이 1%도 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 돌봄서비스 협동조합의 저력이 민관의 긴밀한 협력관계에서 온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제 한국의 고령화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 최근 이탈리아의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토리노 영화제는 그간의 주제였던 ‘일과 노동’에서 ‘가족과 삶’이라는 주제로 테마를 변경했다. 그것이 오늘날 임박한 문제로, 담론으로 환기해야할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령화는 사회의 문제 이전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가장 사적인 가족의 문제, 삶의 문제라는 점에서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다. 한국의 협동조합은 어디로 가야할까. 이탈리아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공공구매 조달에 대한 법제화를 통해 특정세대의 문제를 전세대의 문제로 환기하고 있다. 미국의 협동조합은 시장으로 나아가 서비스의 질적 개선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것이 이탈리아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미국은 노동자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령화는 지치는 법 없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청년의 일자리 문제, 비정규직의 문제, 자영업의 문제는 한국협동조합의 중요한 담론이었지만 고령화의 문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음에도 무게에 비교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한국의 협동조합은 이 두 나라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국의 협동조합도 고민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