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협동조합의 대담한 도전

서울시 청년일자리 허브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연령대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인 반면 일반 법인기업설립에서는 29%를 차지한다. 일반법인에 비해 청년들의 협동조합 창업 비중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꼴이다. 그럼에도 그 절반의 비율에서 협동조합을 시작한 젋은 청년들이 있다. 서울과 대전에 위치한 AUD사회적협동조합과 위즈온 협동조합이다. 자신들의 필요를 사회적 공공성으로 연결해내려는 대담한 소셜미션이 청년협동조합이 아닐까, 할 만큼 이 둘은 하나같이 사회의 문제와 자신의 문제를 연결해내는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기업은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의 문제를 IT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이자 조합원들이 장애인 당사자인 기업이다. 누구보다 장애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필요가 간절한 것이다. 청년기업이자 협동조합이며 장애인기업인 AUD사회적협동조합과 위즈온협동조합을 소개한다.

청각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 AUD사회적협동조합

“투자자들이 이 사업은 수익성이 안 되는 사업이라 투자 할 수 없다면서 자기들한테 뭐를 줄 수 있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비영리 단체를 해야하나 고민하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알게됐죠.” 서울시 노원구 아스피린센터에 입주한 AUD사회적협동조합 박원진 이사장의 말이다. 아스피린센터는 다양한 문제해결형 벤처기업들이 입주한 창업플랫폼인데, 여기서는 투자자들과 연계해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저희는 청각장애인들이 정보접근이 제한되지 않도록 쉐어타이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교육기관, 회의, 국제컨퍼런스 등 청각장애인들도 참여 할 수 있도록 실시간 문자 속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청각장애인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시장이 굉장히 작아요. 투자자로서는 매력없는 시장이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사업자조합원은 IT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자조합원은 노동력을, 소비자 조합원은 청각장애인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들 조합원이 모인 이유는 힘을 합해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필요는 분명하고 그 필요의 해결은 공익적인, 다분히 사회적인 협동조합이다.

웹접근성에 대한 모든 것. 위즈온협동조합

위즈온협동조합은 IT개발자들로 구성된 노동자협동조합이다. “장애인으로서, IT개발자로서 일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일하다보면 IT업계에서는 1,2년 사이에 망하는 기업이 흔하거든요. 계속 이직을 해야하니 고용불안정이 심한거죠. 그래서 협동조합으로 고용을 연대하고 생산성을 높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위드온협동조합의 오영진 이사장은 대학시절부터 장애인의 웹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로 창업경진대회에서 여럿 상을 수상하면서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 “비장애인들이 물건을 하나 사기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잖아요. 검색하다보면30%는 잘못된 정보예요. 70%에서 계속 찾다보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은 이런 정보 자체에 접근할 수 없어요.” 위즈온협동조합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의 향상이라는 두 가지 미션을 가지고 있다. “2011년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들도 웹접근성을 이용하는 경우가20%밖에 안 된다고 해요. 척박한 환경이지만 반대로 보면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이기도 한거죠.” 위즈온협동조합은 홈페이지에 웹접근성을 적용하는 것 외에도 TED동영상 등에 수화자막을 입혀 제공하기도 한다. 컨텐츠가 팽창할수록 정보접근성을 적용해야 할 컨텐츠가 무궁무진한 것이다. “열린책장들이라는 출판업체와 함께 수화영상동화를 만드는 일도 지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 정보접근성

이들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비장애인이 가진 장애인의 편견은 무섭다. AUD사회적협동조합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속기를 한다고 했을 때, 투자할 수 없다는 말보다 ‘카카오톡으로 하면 되는거 아니야?’ ‘그게 왜 필요해?’ 라는 말이 더 속상했다고 했다. “청각장애는 눈에 보이지 않아요. 말하지 않으면 일반인과 똑같아 보이죠. 더군다나 시각장애는 안대를 하면 체험할 수 있지만 청각장애는 체험자체가 불가능해요. 귀마개를 해도 골도로 소리는 들어오거든요. 청각장애에 대한 편견이 더 클 수밖에 없죠. 그래서 자꾸 ‘왜 필요해?’ 라고 물어보는거예요.” 비장애인의 편견과 달리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은 심각하다. “시각으로 덧셈뺄셈을 배우는 것보다 음성으로 덧셈 뺄셈을 배울 때 뇌에 30%이상 효과적이에요. 가사외울 때만 해도 가사를 글자로 읽으면 잘 안외워지잖아요. 청각장애인들이 공부하는데 훨씬 더 장벽이 많은 거죠.” AUD사회적협동조합의 박원진 이사장은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제주도에서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 창업하게 됐다.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 학습권에 대한 그의 관심은 결국 소셜미션을 가진 협동조합의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공통점은 강한 소셜미션의 동의

위즈온 협동조합도 강한 소셜미션이 협동조합의 갈등구조를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IT기업은 산업특성상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야근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일을 더 받아와야 유지가 되니까 사장님이 계속 일을 받아와요. 어느 직원들이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위즈온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해주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야근을 하더라도 주식회사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저희 직원 중 8명 중 5명이 장애인이예요. 비장애인이 더 적은거죠. 장애인이 더 적은 곳에서는 화장실 가는 것도, 어디 회식을 가는 것도 다 배려를 받아야 하고 눈치가 보여요. 장애인이 많은 기업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죠. 우리 조합원에게는 이 기업이 없어지면 안되는 거예요. 일반기업처럼 업무 하중에 대한 반응이 조금 달라요.”

정보접근성의 미래를 여는 협동조합

비장애인은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을 정보접근성이라는 것은 도대체 뭘까? “컴퓨터를 할 때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키보드로만 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정보접근성이예요. 가장 단순하게는 영화자막도 해당되죠.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정보접근성도 장애인에게 편리하면 비장애인에도 편리할 수 있어요.” AUD사회적협동조합의 박원진 이사장은 사이버대학의 자막콘텐츠를 넣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반 대학에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어요. 청각장애인 학생을 위해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서 강의 내용을 속기해주는데 사이버 대학에는 그런 서비스가 없어요. 일반 대학에도 쉐어타이핑을 하면 1대1이 아닌 1대 다 지원이 가능해지니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죠.” 하지만 비장애인에게는 불필요한 비용으로 여겨지거나 생색내는 것에 그치는 것도 현실이다. “쉐어타이핑 서비스는 1시간에 6만원이라고 하면 다들 비싸다고 손사래 치세요(수화는 7만원). 속기사들을 불러서 기계와 사람을 파견하는 거는 비싸다고 생각하고 언어를 통역하는 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위즈온 협동조합도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웹접근성 툴을 이용해 맞춤화보다 표준화로 비용을 낮추고 있다. 인식만을 탓하기엔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일이기에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대책인 것이다.

비용구조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

인식개선을 위해 AUD사회적협동조합은 수화 사용을 의무하는 조례안처럼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실시간 문자통역도 조례안으로 넣는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협동조합 총회 등 쉐어타이핑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도 청각장애인 정보접근성의 문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이 시급하다. “국내에 시각장애인이 26만명이에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기서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6%밖에 안되요. 난청인구까지 합하면 2백5십만명입니다. 정보접근 문제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위즈온협동조합도 홈페이지를 화려하고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정보접근성을 고려해서 제작하기를 권고한다. 다만 정보접근성이 매뉴얼에 그치기 보다 진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보접근성을 적용한 홈페이지를 보면 가끔 음성으로 동의, 동의, 동의라고 나우는 경우가 있어요. 기존의 홈페이지를 그냥 음성으로 변환해주니까 더 복잡해진 경우죠.”

익숙한 기업형태도 아니고 아직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지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협동조합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섣부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위즈온 협동조합은 조합원들과 함께 규약과 규정을 만들고 이윤배당의 원칙과 근태평가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UD사회적협동조합도 사회적협동조합의 짧은 역사 탓에 국내외에서 마땅한 선배도 없지만 필요하다는 확신엔 변함이 없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만든 것도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 사람과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전화처럼 지금은 낯설지만 곧 보편화 될어야 할 서비스가 되야죠.” 전화를 발명한 알렉센더 그레이엄 벨은 박원진 이사장처럼 청각장애인학교 교사였다. 이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누구보다 간절한 필요를 갖고 있는 이 두 협동조합의 미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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