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다시보기

Hyunji Ma
10 min readJan 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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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분명 2019년 끝자락에 ‘회고 글 써야겠다’라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2020년이다. 급하게나마 개인적으로 회고를 마쳤지만, 애석하게도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으니 다시 한 번 생색내 보기로 한다.

1. 일

회사 내 자리

퇴사와 이직

이전 직장에서 퇴사 후 2월에 리디로 이직했다. 유연출퇴근, 주 1회 원격 근무, 최신 아이맥, 유능하고 즐거운 동료분들도 좋지만 디자인을 깊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좋다.

이전 회사에서는 `상품`을 납품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리디에서는 `제품`을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 쓴소리든 칭찬이든 사용자의 목소리도 매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좋아하고 즐겨 쓰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 전보다 훨씬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채용 홍보 같다고? 맞다.)

수습기간 수습하기

입사 후 3개월이라는 수습 기간이 주어졌는데, 두 개의 과제를 하며 업무에 대한 이해를 다졌다. 수습 기간동안 주어진 과제는 아래 두 가지이다.

  1. 리디셀렉트 종료 도서 안내
  2. 뷰어 내 문단 간격 추가

1번 과제는 뻗어나갈 수 있는 해결책의 가지가 굉장히 다양했다. 또 개발팀 뿐만 아니라 관련 사업 부서와의 조율, 나의 역할 범위에 대한 혼동, 디자인 완료 후에 기술 이슈로 다시 디자인했던 히스토리까지. 상당히 다이나믹하게 진행됐지만 그만큼 재밌게 수행했다.

2번 과제는 1번보다는 다소 명확한 해결책이었지만, 보기 좋은 ‘간격'이라는 시각적 감각이 중요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iOS, PAPER 기기 모두에 탑재되는 기능이라 세 가지 뷰어의 디자인 환경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

수습 종료 발표 자료 중 하나. 리디 하이라는 뜻이다. 리디에서 실제로 쓰인다.

리디에서는 수습 기간이 끝나면 스피치 시간에 수습 종료 발표를 한다. 나도 두 개 과제를 수행하고 무사(일까?🧐) 수습 통과 후, 어떻게 리디에 오게 되었는지를 발표했다.

수행한 업무

수습 통과 후에는 안드로이드/iOS 뷰어를 메인으로 맡게됐다. 이미지로 멋지게 공유하기, 내 서재를 개편하고 앱 아이콘을 비롯한 자잘한 부분도 개선했다. 지금은 업무 분배가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히 뷰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또 팀 내에서는 디자인 시스템의 내용을 보강하고 다양한 제품을 분석하는 스터디, 안드로이드 UI&GUI 스터디, 간간히 dribbble 업로드도 했다. 최근엔 figma 스터디를 하면서 실제 업무 sketch 파일을 figma로 변환하고 있다.

2. 대외 활동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 포스터 만들기 대회도 벌였었다.

1월 — 포트폴리오 리뷰

디자이너 지인 몇 분을 모시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 발표하고 서로 피드백 하는 시간을 가졌다. UX 분야 뿐만 아니라 그래픽, 제품,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접했고 내 포트폴리오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행사 전 포스터 만들기 대회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5월 — 디프만 6기 세미나

2기 때부터 몸 담아온 디프만에서 내부 세미나를 하게 돼 수습 종료 발표도 연습할 겸,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일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리디가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당시 수습이 막 종료 됐던 내가 말할 수 있는 최대한을 전달했다. 역시 발표는 쉽지 않다.

91년생은 아니지만 다음 모임에 썸네일이 되었던 사진.

6월 — 스여일삶 90년대생 모임

스타트업 여성들의 커뮤니티 스여일삶 주최로 90년대생 여성 모임에 참가했다. 처음엔 타코 씹는 소리가 다 들리도록 숨막히는 분위기었지만, 집에 갈 때 쯤엔 오디오가 겹칠 정도로 리액션이 끊이지 않았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까지 한 데 모여서 각자의 일과 고충, 삶을 이야기했다.

8월 — 우리끼리 세미 DODO

개인적으로 DODO를 너무 나가고 싶지만 체력적인 한계가 두려워 역시나 항상 모이는 디자이너 분들을 모셔 몇 시간만 작업하는 세미 DODO를 했다. (모인 인원 중 DODO 운영진도 있는 건 좀 아이러니 하지만.😉) 몇시간만 하는게 아쉬울 정도로 공간도, 집중도도 좋았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하루 통으로 빌려 작업도, 놀기도 하고 싶다.

9월 — DDD

디프만과 비슷한 디자인&개발 스터디 그룹인 DDD 3기에 조인했다. 어쩌다보니 8팀 자낳괴 팀장이 되어 감정 기록 앱을 제작 중이다. DDD 전체 스케쥴상 2020년 2월 중순에 프로젝트 마무리인데, 우리끼리 욕심 부린다고 2019년까지 런칭을 목표로했었다. 하지만 일정은 미루라고 있는 것. 우리 팀 슬로건이 <납기는 생명, 품질은 자존심>이니 2020년 초 출시를 노려보겠다. 💪

12월 — 디자이너 연말파티: PLAY DESIGN 2020

디자이너와 그의 지인들을 모셔 연말 파티를 했다. 준비 과정부터 범상치 않았는데, 성공적으로 마쳐 2019년의 좋은 마무리가 되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이외 참석한 행사들

  • 생산성 툴 세미나
  • WTD Seoul Meetup 테크니컬 라이팅
  • 6월 스펙트럼 데이 <F8 & Google I/O, Design>
  • 2019 Spectrum Con
  • 디자인 스펙트럼 연말 파티

3. 새롭게 시작한 것

각종 기록

  1. 월별 회고 🗓

이전 회사에서는 업무 일지만 작성했었는데, 이직 후에는 월별 회고도 시작했다. 매달 말 일에 수행한 것, 공부한 것, 만족한 것과 아쉬운 것, 개선 방향, 느낀 점을 기록한다.

2. TIL — Today I Learn ✍️

9월부턴 매일 배운 것을 따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알게된 것을 흘려보내지 않고 나중에 찾아보기도 좋다. 11월까지는 미디엄에도 써서 올렸는데, 2020년에는 노션으로만 모으려고 한다. (왜냐면 9월 이후로 아무도 안본다.)

3. 칭찬해 모음 😘

사람은 칭찬을 먹고 산다. 쓰디쓴 피드백도 좋지만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노션에 받은 칭찬들을 모두 캡쳐하고 기록했다. 나의 크고 확실한 행복 버튼이다.

4. 독서 단어장 📚

책을 읽으면서 모르거나 생소한 단어들을 노션에 정리했다. 요즘엔 문학만 읽어서 업데이트가 더딘 함정이 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추가될 예정이다.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Y 님께 감사드린다.)

이멋공 글쓰기는 언제 완성할 수 있을까…

글쓰기 챌린지

글쓰기와 디자인을 잘하고 싶은 건 아마 나의 평생 염원일 것 같다. 단순 책을 많이 읽는 걸로는 모자를 것 같아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처음엔 가끔 혼자 끄적거리다 글쓰기 근육이 단련돼야 할 것 같아 여러 사람과 매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리디 홍보도 할 겸😙, 읽은 책의 문장을 이미지로 멋지게 공유하고 내 생각을 썼다. 나중엔 컨텐츠가 떨어져 영화와 음악에 대해서도 쓰고, 일기도 끄적였다. 결국 30일 매일 글쓰기를 총 3번, 90일동안 매일 글을 썼다.

확실히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됐다. 우선은 타인에 판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내 글에 아무 관심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남의 글을 읽는게 재밌어진다. 2020년에도 주변 분들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는데, 쓰기 뿐 아니라 읽기도 기대된다.

두 달 동안 120km 정도를 뛰었다.

운동

더이상 젊음으로 건강 돌려막기를 할 수 없어 필라테스와 러닝을 시작했다. 지금은 겨울이라 부상 위험이 커서 필라테스만 하고 있지만, 두 개를 병행할 때는 일주일에 5회 이상 운동한 것 같다.

특히 러닝을 시작하고는 이족보행도 힘들었던 과거에 비해, 8주 만에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심지어 마라톤 대회까지 나갔으니, 올해는 좀 더 본격적으로 달려볼 예정이다.

4. 즐긴 것들 (⚠️TMI 주의)

34권 정도 읽었다. 2018년보다 덜 읽었지만 좋아하는 작품은 더 많다. 4번의 북토크 비슷한 것도 다녀왔다. 대부분 한국 문학 작품들이고 여성 작가가 쓴 책이다. 그 중에서도 거의 정세랑 작가에 미쳐있는 것 같은데, 맞다.

2020년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려고 한다. 웹툰과 웹소설, 비문학, SF, 고전 소설, 업무 관련된 책 등등. 다독보다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힘 쓸 예정이다.

영화와 드라마

책과 영화 드라마, 모든 걸 통틀어 2019년 최애 콘텐츠는 영화 <벌새>다. 은희와 영지 선생님에 홀딱 반해 시나리오 집을 사고 벌새 전시까지 찾아다니는 벌새단이 되었다. 벌새를 시작으로 <메기>, <우리집>, <윤희에게>와 같은 좋은 독립영화를 만난 것도 즐거웠다.

TV 드라마는 잘 보지 않지만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기억에 남는다. 알만한 회사의 그럴듯한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그냥 포스터 속 세 인물이 멋있게 나온다. 그거면 됐다.

할리스 페스티벌과 제주도

공연과 여행

Sigala 내한 공연, 그린플러그드, 레인보우 페스티벌, 카브루 페스티벌, 할리스 페스티벌에 갔다. 새소년 단독 공연과 크러쉬 연말 공연은 예매에 실패했고, LANY 내한 공연은 일정이 맞지 않아 취소했다. 제일 기대했던 스펙트럼 댄스 뮤직 페스티벌은 태풍 때문에 취소됐다. 😭

강릉과 경주, 대만 타이중, 제酒도, 춘천엘 갔다. 중간중간 팔당 쪽도 몇 번 갔었는데, 차가 생긴다면 꼭 그 곳에서 리모트를 하고 싶다. 연말에는 연차가 넉넉해 아무데도 가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었다. 가끔 스케쥴 없는 평일 휴가도 좋은 것 같다.

5. 2020년에 하고 싶은 것

  1. DDD에서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싶다. 매번 런칭 직전에 좌절되는게 지겨워 이번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선 런칭할 것이다. 납기는 생명, 품질은 자존심!
  2. 피아노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모든 시간에 전자 기기를 두들기고 있는데, 가끔은 건반도 두들기고 싶다. 1번이 완성되는대로 연습실을 알아보려 한다.
  3. 러닝과 필라테스 이외의 실내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테니스나 테니스나 테니스같은 운동 말이다.🎾 손목이 좋지 않아 걱정은 되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러닝의 단점을 잘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4. 글쓰기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마칠 것이다. 1월 5일부터 3월 28일까지 1주 1글을 써야하는데, 90일 매일 글쓰기를 성공했던 원동력으로 멋지게 해낼 것이다. (아, 물론 글의 퀄리티도 멋질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5. 샌프란시스코와 백예린 단독 콘서트에 갈 것이다. 전자는 봄 안으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돼야하고, 후자는 내 손이 빛보다 빨라야 한다. 둘 다 다른 의미로 내가 잘하면 될 것들이다.
  6. 무엇보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해가 갈수록 무서워지는 건, ‘잘 모른다’는 소리를 하기 어렵다는 거다. 응당 알아야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전달할 수 있으며, 설사 모르더라도 잘 배우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2020년도 칭찬해 모음이 가득 채워지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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