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와 바둑의 평행이론?

체스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던 1997년 딥 블루(Deep Blue)와 그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의 대결에서 개리 카스파로프가 패했을 때의 사진이다. 딥 블루는 2승 1패 3무로개리 카스파로프에게 패배를 안겨 주었다. 이 때부터 컴퓨터는 인간의 지적유희 영역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한다.

과거 냉장고만큼 부피를 차지하던 체스 엔진은, 이제 휴대폰안에도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작아진 크기와 다르게 성능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현재 코모도9(Komodo 9)이라는 체스 엔진의 레이팅은 3340이다. (현재 세계 챔피언이며 최고의 플레이어인 망누스 칼슨의 레이팅은 2800대이다.) 즉 체스 엔진과 싸워 인간이 이길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고 생각했다. 바둑을 예찬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체스의 경우의 수와 바둑의 경우의 수를 들먹이며 바둑이 체스보다 더욱 심오하고, 어려운 게임이니 컴퓨터가 정복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게임이기 때문에 알파고에게는 심오한 것은 없다. 규칙이 있는 곳엔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바둑 격언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그것은 우리 입맛에 맞게 붙인 문학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알파고에게 있어 그런 것은 소용이 없다. 알파고가 신의 한수를 찾던가? 그저 어마어마한 연산으로 이것이 손해인지 이득인지 계산할 뿐이다. 그렇게 묵묵히 학습(기계학습)할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10년전의 일을 잊어버리고 여전히 오만에 빠져 있었다. ‘설마’, ‘벌써’, ‘에이 아직은’ 같은 말로 알파고의 승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표현하였다.

왜 다시 위와 같은 잘못된 판단을 하는걸까? 무엇이 아직 바둑은 컴퓨터가 정복할 수 없다고 우리가 생각하게 만든 것일까?

인간은 인간만이 뭔가 특별하다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나와도 인간이 가진 감정과 상상력, 직감 등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둑이야말고 직관과 상상력의 게임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알파고와 이세돌이 둔 바둑판에는 흑돌과 백돌 뿐 아니라 우리만이 가질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 상상력, 직관력 이 제물로 같이 엉켜 있었다.

결국 알파고가 4 : 1로 승부를 거머 쥐었다. 바둑 역시 직관력과 상상력의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다시 ! 도전과 좌절(블라디미르 크람닉, 커제)

카스파로프의 제자 블라디미르 크람닉(Vladimir kramnik)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딥 프리츠(Deep Fritz)와 체스를 두었다. 그 역시도 세계 챔피언이었지만. 결국 크람닉은 2패 4무로 패배했다.

이 시대 최고의 바둑기사 커제도 단 한차례 이길 수 없었다.

재도전 하는 인간을 상대로 ‘확실히’ 승리하는 컴퓨터를 보며 인간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컴퓨터에게 정복당한 체스.. 지금은 어떨까?

컴퓨터가 정복했으니 인간이 열심히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냐며 체스가 인류 역사에서 사라졌을 것 같지만 체스는 여전히 2년마다 체스 세계 챔피언쉽이 열리고 있으며,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체스를 즐기고 있다. 더 나아가 체스 엔진의 도움을 받아 체스 경기를 해설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체스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구 소련과 러시아에서 챔피언이 자주 나왔지만, 현재 세계 챔피언은 노르웨이 사람이다. 전 세계 챔피언은 인도 사람이었다. 체스에서는 과거에 견고하게 자리잡던 체스 인프라의 양분을 토대로 특정 지역, 국가(구 소련, 러시아)에서 챔피언이 자주 등장했지만 체스 엔진이 인프라가 약한 곳에서도 챔피언이 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체스 고수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단 사람은 열정, 시간, 노력을 준비하면 모든 양질의 자료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으며 나의 스승이 될 체스 엔진 역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모든것은 인간의 노력과 열정이 중요할 뿐이다.

이렇듯 체스엔진의 등장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바둑의 미래는?

바둑 역시 유구한 게임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단지 체스가 겪었던 변화를 비슷하게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현재 한, 중, 일이 바둑 강국을 독점하지만, 먼 훗날엔 그 장벽이 무너지고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누구라도 바둑 챔피언이 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바둑 역시 체스처럼 엔진의 도움을 받아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컴퓨터에겐 지루한 연산, 우리에겐 심오한 게임

컴퓨터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체스와 바둑을 하며 ‘재미가 없네..’ 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완벽히 다 모르니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컴퓨터에 정복되었다 허무함을 느끼지 말고(프로가 아닌이상 우리가 프로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나만의 묘미를 찾아 체스와 바둑을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재무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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