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s) Vanity ; 모든것이 헛되다.

바니타스 회화는 17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역에서 많이 그려졌던 화풍으로 삶의 허무, 허 영의 덧 없음 등을 화폭에 담았다. 끔직한 자연 재난(흑사병)과 율법 중심의 종교에서 벌어졌던 금욕주의(종교 대 분열 속에서 교회는 죽음과 종말 등 교인들에게 공포 전략을 사용하였다)등에 시달렸던 당시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삶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떠올렸고, 작가들은 이러한 불안과 혼란의 시기를 캔버스에 옮기며 시대를 그려냈다.

바니타스 회화에 그려진 여러가지 도상들은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표상인 ‘해골'은 생명의 유한성과 부패를 상징하며, 꺼져있는 ‘촛대’는 죽음이 다가옴과 시간의 헛됨, 그리고 부식되어져 가는 책들은 ‘지식'의 유한성을 이야기 한다. 다시 말해 바니타스 회화는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물질-생명-시간등이 모두 부질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야기는 중세 로마 공화정 개선식에서 유래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바니타스 회화'의 유행은 17세기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유의미한 메세지를 던져준다. 이는 중세의 세상을 덮었던 ‘죽음의 그림자'가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얼굴로 덧 입혀지고 있다는 것 이기도 하다. 고도로 발전된 물질 자본주의와 1등의 가치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쟁 사회 속에서, 대중은 늘 쫓기며 스스로 ‘유한한 시간'을 절감하며 산다. 그리고 사람들은 쉽게 절망의 순간을 마주하며 자조의 한숨을 쉬곤 한다.

이에 서울미술관 2015년 첫 기획전 ‘All (is) Vanity; 모든 것이 헛되다'에서는 현재화된 ‘바니타스’를 탐구해 보고자 한다. 중세에 있었던 암울하고 자조적 이었던 이야기를 복원하여 현대화 하고, 동 시대의 예술가의 눈으로 17세기로부터 넘어 온 ‘바니타스'적인 이야기를 구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승구 작가의 ‘Mirror Mask(2014)’를 만나게 된다. 바니타스 회화의 ‘해골'이 삶의 헛됨 과 죽음을 이야기 했다면 이 작품은 (본인의 모습을 잊고)매순간 다른 얼굴로 타인을 마주하는 현대인을 표현한다. ‘본래의 얼굴-본연의 자아'보다 타인에게 비춰진 ‘더 나은 모습'를 욕망하는 현대인은 결국 스스로의 모습을 소멸 시키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생을 위한 처세나 SNS를 통한 끊임없는 자아 분열은 결국 마음 속에 공허함만을 채우게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작품 속 얼굴은 결국 ‘자아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호주 작가 샘 징크(Sam Jinks)의 연작은 우리가 생의 순간에서 만나게 되는(혹은 만나게 될) 모습을 놀랍도록 정교한 조각으로 재현한다. 머리카락 한올, 피부속의 혈관까지도 집요하게 재현한 3작품 ‘Babies and Frogs(2012)’, ‘Still life(Pieta)(2007)’, ‘Woman and Child(2010)’은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실제와 똑같이 재현된 삶의 순간 — 탄생, 죽음, 그리고 공존-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결국 마주하게 될 우리들의 거울 속 모습이며, 생(生)의 보편성이다. 중세의 예술가들에 의해 ‘죽음’의 그림자를 표현한 ‘Pieta’는 21세기의 젊은 작가 샘 징크에 의해 재현되어 현대인들에게 생의 한 순간을 조용히 목도하게 한다.

바니타스 회화에서 ‘지식' 혹은 그로 인한 명예와 권력을 상징했던 ‘책'은 짐 캠벨(Jim Campbell)의 ‘Low Resolution Works(2001)’에서 새로운 의미로 발현된다. 오늘날의 책(지식의 보고)이기도 한 수많은 ‘미디어’는 사실의 정확한(어떤 의미에서는 원본보다 더 원본 같은) 전달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 구조는 손쉽게 ‘의도화'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본질과는 다른 의미로 과장, 왜곡되어 질 수 있다. 언듯 보기엔 사람들의 평범한 움직으로 보이는 짐 캠벨의 ‘Low Resolution Works(2001)’는 사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이다. 붉은 LED 화면으로 전달되어 지는 영상 정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들을 평범한 사람들과 다름없이 인식 시키고, 역설적으로 미디어가 지닌 나약한 구조(조작이 가능한)를 드러내며 우리가 절대적인 신뢰를 주고 있는 ‘미디어’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다. 당신은 과연 ‘진실’을 보고 있는가? 라며.

그 외에도 이병호 작가의 ‘Vanitas Bust(남)(2010)’, ‘Vanitas Bust(여)(2010)’는 바니타스 회화의 도상중 ‘시계'가 이야기하는 시간의 헛됨과 무상함을, 양정욱 작가의 ‘노인이 많은 병원 302호(2015)'에서는 노년까지 계속되는 노동의 고됨을 통해 나이듬에 대한 사유를 촉발하며, SILO LAB의 ‘묘화(2015)’를 통해 잊혀져 가는 ‘추억’에 대한 회고를, 김태은 작가의 ‘The Message(2015)’를 통해서는 반복되는 업무를 통해 하루하루를 복제하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전시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HYBE의 ‘Leaf(2014)’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꿈과 애착의 대상들이 허망하게 사라져 가는 과정을 인터렉티브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라틴어 ‘Vanitas’의 유래인 성서(전도서 1장)에 의하면 ‘바니타스'는 단순한 허무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닌, ‘의’가 없고 ‘뜻’이 없는 모든 행위는 헛됨을 의미한다. 서울미술관의 기획전 ‘All (is) Vanity; 모든 것이 헛되다’는 현대인의 삶이 덧 없음을 차갑게 관조하는 것 만이 아니라 전시를 통해 지금 순간 우리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 삶과 시간의 편린을 잠시 관조하며 삶의 참 의미를 잠시나마 되새겨 보고자 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그리고 바란다.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삶'을 사유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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