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유목제국사-칭기스칸 (17-1 과제)

# 몽골에서의 기억

2015년 여름 2주간 몽골의 고비 사막을 여행하였다. 오래된 러시아의 푸르공을 타고 매일 5~6시간씩 이동하며 마른 초원과 사막으로 펼쳐진 광대한 지평선을 달렸고 매일 같이 여전히 유목생활을 영위하는 몽골의 유목민들과 날을 지냈다. 그렇게 만난 유목 가족이 총 일곱 가족 정도 된 듯 하다. 여행이 중반으로 흘러갔을 때쯤 우리는 마른 초원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Sand Dune (모래언덕) 앞에 거주 중인, 그리고 3대가 모여사는 유목 가족을 방문하였다. 가장이신 할아버지는 매번 여행객들이 오면 그들과 각 나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신다 하였다.

우리도 어김없이 저녁 식사 후 가장 큰 게르에 둘러 앉아 아이락 (낙타 젖을 발효시켜 만든 알콜성 요거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할아버지께서는 본인은 지금까지 러시아 몽골에서 벗어난 경험은 이르쿠츠크와 중국 베이징에 가본 것이 전부라며 본인의 손자들은 울란바토르에서 교육을 시키는데 유목민으로서의 전통을 지키는 것과 도시생활을 하는 것 사이에서 항상 고민이 된다며 우리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면서 남기신 또 하나의 말씀이 르네 그루쎄의 <유라시아 유목제국사>을 읽으며 항상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이 모래언덕 앞에 온지가 50년이 되었는데 계절이 바뀌며 이곳으로 돌아올때마다 저 모래언덕의 모양이 똑같았던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매년 같은 곳에 오는 것이지만 항상 새로운 곳에 오는 것과 같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이 곧 나의 삶다.’ 이제는 도시의 삶과 완전히 단절된 유목민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의 이 말은 단순히 ‘멋진 말' 정도로 기억에 남았던 이 말이 곧 유목제국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과 같다.


#자연의 법칙과 유사한 유목제국의 법칙

작가에 의하면 문명이라는 것은 농업이 활발해지는 거대한 강을 주변으로 발생했으며 그러한 물질 문명의 혜택은 중앙 아시아 지역과 그 북방의 광할한 대지까지 확장되지 못했고 이것이 곧 해당 지역의 유목 문화를 탄생시켰다.

유목의 삶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삶이다. 우리는 유목제국을 이야기할 때 기마문화를 앞세운 무시무시한 군사력 만을 이야기하곤 한다. 책에서는 또한 그것이 마치 혹독한 자연환경과 그 시련을 견디며 단련된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기마 군사력은 마치 빗물이 넘처 홍수가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것, 그리고 모래가 바람에 날려 한데 이동하는 것과 같은 자연의 법칙과 유사하다. 자연의 법칙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어떠한 에너지가 뭉쳐 그것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그 에너지가 보존된다. 그러한 자연의 힘은 우리의 물질문명을 만날 때 항상 파괴적이고 무서운 존재로 다가온다. 홍수, 번개, 지진, 태풍 이 모든 것이 그렇듯 말이다. 자연의 원리를 따르는 유목민들의 삶은 기마군대로 그 에너지가 모인 것이고 그것이 정주민들, 물질문명 국가에게 다다른 것이며 이는 마치 자연재해와 같은 공포감으로 그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고비 사막에서 만난 유목민 할아버지의 말처럼, 자연은, 그리고 유목민은 항상 자연 속에서 이동하며 그 순리를 따르지만 동시에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 새로운 환경이 자연의 순리에서 벗어난 무언가일 때 그 이동의 에너지는 그것과 충돌하게 되며 그 힘은 가히 공포스러운 힘이 되는 것이다. 태풍이 휩쓸고 간 도시는 폐허가 되듯 칭기스칸도 학살과 공포정치로 정복지를 도시가 아닌 초원으로 되돌려 놓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18세기 그 힘의 크기는 역전된다.

# 18세기의 역전

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칭키스칸, 티무르, 앗틸라 등의 유목정복자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유목제국은 18세기를 끝으로 물질문명 국가들의 신무기 개발로 인해 그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이다. 몽골제국은 18세기 말, 마지막 후예인 준가르 한국이 멸망하면서 막을 내린다.

18세기 산업혁명과 유목 제국의 소멸이 동시대에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책에서 이야기된 바와 같이 18세기 물질 국가들이 신무기를 개발하며 유목제국의 기마 중심의 군사력은 더이상 힘을 잃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대립,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이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칭기스칸, 티무르 등으로 점철되는 유목 지도자들은 광할한 초원을 말이라는 당시 놀라운 이동속도를 이용하여 휘저을 수 있었으며 그 속도는 가히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인해 그 속도의 영향력은 현격히 줄어든다. 인간의 기술이 곧 자연의 순리를 역전하면서 이는 곧 유목 제국의 소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 우리의 삶은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를 통해 역사적 사실과 그 국제사적 의의의 측면 보다는 오히려 ‘삶’이라는 것에 초점이 기울었다. 우리는 ‘정주'의 삶을 살아왔다. 정주의 삶 속에서 우리는 도시, 국가를 이루었고 그 속에서 ‘질서'라는 미명하에 자본과 정치 등의 수많은 시스템을 건축하였다. 또한 인간은 그 시스템 안에서 인식된 ‘자아'를 경험했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스스로 인식하는 ‘나'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이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낸 조작, 그리고 착각일 수 있다.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 그리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곧 유목민의 삶이었고 항상 새로운 것에 맞닥뜨려 적응하는 삶 속에서 하나의 정교하게 구축된 시스템이라는 것은 오히려 방해요소 였을 지 모른다. 유목제국의 광할했던 정복의 역사는 인간의 정지된 시스템과 자연의 변화무쌍한 원리의 충돌이었다. 오늘도 유목생활을 하고 있는 몽골의 그 할아버지는 유목생활과 도시생활 사이에서 손자들의 삶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진정한 ‘자아'와 ‘나'라는 것은 그것에 대해 고민 하는 그 순간, 그 자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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