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타이드 감상
회사 교육 중, 크림슨 타이드를 보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과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을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규정에 관한 얘기라는 것이다.
영화 속 함장과 부함장의 갈등의 원인은 분명하다. 핵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상황 속에서 외부로부터 불명확한 명령을 받는다. 함장은 선제 공격을 하자고 하지만, 부함장은 기다리자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다. 함장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고 부함장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 즉 합리적인 추론만 가지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규정에 매달리는 공무원적인 태도는 이 상황에 있어서 정답이 될 수가 없다. 모든 규정은 어느 정도의 레벨에 이르면 자의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규정의 설계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떤 식으로 규정에 따름으로써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할까?
그것은 규정들을 가지고 선택권을 각 개인들에게 제한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부함장은 권한을 내세워서 함장의 권한을 제한한다. 함장은 규정을 어기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고 한다. 하지만 또 다시 규정에 의하여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시기를 지체하게 되고,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시간 덕분에 전 세계에 파국을 불러일으킬 핵전쟁이 예방 된다.
각 개인의 판단은 틀릴 수가 있다. 하지만 판단을 내릴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잘못된 의사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토니 스콧은 바로 이렇게 강력하게 민주주의적 시스템을 옹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