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8_시간을 건너며 너에게 안녕, 샌디에이고

Sierra Nevada 의 하늘 위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하늘을 건너며 이 글을 쓴다. 꿈만 같던 샌디에이고에서의 모든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시간을 건너 뉴욕에 가듯, 그렇게 샌디에이고도 시간을 건너 과거가 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인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로 짐을 싸고 남은 음식들로 아침을 해먹고 다시 짐을 싸는 일. 여행을 가면 어디서든 으레 하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모든 짐을 정리하고 나서 Host 에게 작은 감사의 인사와 함께 가져간 차를 선물로 두고 나온다. 오늘도 고운 하늘 빛이 우리를 반겨준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오전에 공항으로 간다. 오후 7시에 떠나는 비행기지만 그래도 일찍 가서 체크인 수속을 하고 짐을 맡겨두려 한다. 큰 짐을 빨리 맡겨두고 홀가분해지는게 여러모로 편하다.

일찍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뒤 앉아서 앞으로의 계획을 한번 훑어본다. 예약 못한 비행기 표도 다시 예약하고 뉴욕에서의 마지막 숙소도 찾아서 예약한다. 모든 일들을 다 끝내고 나니 오후 4시. 공항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밥을 먹고 기념품을 사고 비행기를 기다린다.

문득 예전에 제주도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서울로 가는 비행기가 결항되서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더 오래 공항에 머물렀어야 했다. 사람 많고 정신없었던 그때는 공항에 머무르기가 참 힘들었는데 지금은 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어느새 뉴욕으로 가야하다니.

샌디에이고에서 1시간 남짓 비행해서 샌프란시스코로, 중간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바로 뉴욕행 비행기를 탄다. 그 동안 시간은 낮에서 오후로, 오후에서 밤으로 바뀐다. 그리고 밤을 건너 뉴욕으로 가고 있다.

도착하면 뉴욕시간으로 새벽 6시.
이른 시간이지만 짐 찾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보면 금방 오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Ray 아저씨를 만나 또 다시 낯선 필라델피아로 향하겠지.


시간이란 참으로 알수없다.

그저 매일매일 낮과 밤이 바뀌는 일인데 어느 한 곳에서는 낮이 되고 다른 한 곳에서는 밤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면 분명 새벽이어야 하는데 낮으로 시간이 변한다. 그리고 시간의 속도는 우리의 의식에 따라 그 흐름이 변한다.

천천히 다시 빠르게, 빠르다 다시 천천히
삶이라는 기나긴 연주곡의 여러 부분에서
지루하지 않게, 혹은 지나치지 않게 조절해준다.

하지만 음악과는 반대로 삶에는 도돌이표가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
이 어둠을 지나 해가 밝아오는 필라델피아에서 나는 어떤 일들을 맞이하게 될까?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얼마만큼의 빠르기로 나를 흘러가게 할까?

시간을 거스르며 샌디에이고에게
안녕을 말한다.
고마웠어요.

Tunde, Ramona, 호스텔의 Assistant 여러분, Sherri, Andrew, Mitchi (아마도 철자가 이게 맞을듯. 미안해요) 그리고 Miller 교수님.

무엇보다 매일매일 내 살을 태우기 바빴던 티없는 햇살과
깔끔한 짠내를 실어나르던 청명한 바람 모두.
고마웠어요. 다음에 또 볼 수 있길 바래요.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 번은
같이 저녁 비행기를 타봐야겠다.
우리가 운이 좋다면
구름 한 점 없는 밤 하늘을 날아
촘촘히 놓여진 별들을 향해 날 수 있을테니깐
하늘의 별과 대지의 별이 구분 안갈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너와 같이 한다면.
그 때 나도 모르게 너에게 아마도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
그리고 부끄러워하는 너의 볼을 입을 맞추고
너의 눈에 창밖의 별들을 담아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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