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5_여기 넘쳐나는 햇빛 한 줌 가져다 너에게 선물하고 싶다.

오늘은 더욱 일찍 일어났다. 이제 확실히 몸이 적응하는 것 같다. 일찍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조심스레 1층으로 내려온다.
여기서도 벌써 5일째, 오늘이 이 숙소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여전히 낯설지만 그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Hello, How are you? 를 외쳐주며 메인 하우스로 간다.

나는 오늘은 꼭 빨래를 해야했기에 그리고 아침을 먹어야했기에 서둘러 메인데스크로 간다.

Barbara 가 바쁘게 움직이며 손님들을 응대한다. 아침부터 손님들이 오고 가는 걸 보니 확실히 여기는 인기가 많은 숙소이긴 한가보다. 조금 기다리다 세탁에 대해 물어보니 드라이까지 하는데 $3 이고, 세탁실은 따로 있다고 한다.

안내를 받고 나서 사람들이 아침 먹는 모습을 구경해본다. 다들 빵을 구워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대화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 다는 알아 들을 수 없지만 대강의 뉘앙스들과 내용이 전달된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소파에 걸터 앉아 여행기를 마무리한다.


동생이 일어났다. 막 잠에서 깬 동생을 데리고 아침을 먹으러 간다. 
아침은 식빵 3조각과 파운드 케익 1조각. 
평소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먹어서 그런지 딱히 감응은 없다.

그저 이거 먹고 아침이 되나 싶은 정도?

동생은 나갈 준비를 하고 나는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숙소 앞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가만히 햇빛을 받아본다.

오늘 하루의 햇빛도 여전히 아름답고 눈부시다. 
가만히 가만히 흔들거리며 잠시 눈을 감는다. 
말랑말랑한 바람 사이로 저 멀리 차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뛰고 누군가는 통화를 하며 거리를 지나간다. 
시간이 교차하는 수많은 삶들이, 
햇빛 아래서 스르르 부서지며 나를 나른하게 만든다. 
한 잔의 차가운 녹차를 다 마실때까지 바람은 간지럽게 분다.

문득 우리의 모든 시간이 생각난다.
햇빛 한 점 없는 시간들이라서 그랬을까? 
여기 넘쳐나는 햇빛 한 줌 가져다 너에게 선물하고 싶다.


빨래를 걷고 나서 Ramona 에게 몇 시까지 어디서 보냐고 메시지를 보낸다. 동생과 어제 저녁 일찌감치 번호를 교환했기 때문에 소통이 쉽다.

오늘의 목적지는 Balboa Park.

유명한 관광지 중에 하나면서 동시에 San Diego 동물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운타운에서는 버스로 고작 10분정도?

도착해보니 공원이라기 보다는 매우 커다란 유적지와도 같은 느낌이다. 곳곳에 서로 다른 분위기의 정원이 있고 서로 다른 주제의 박물관 건물들이 공원 전체에 퍼져있다.

Ramona 와 우리는 주로 정원을 왔다갔다 한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온 Ramona 는 야자수는 함부르크에서 보기 힘들다며 신기해한다. 나도 그녀에게 야자수는 서울에서도 쉽게 보지 못한다고 말해준다.

다음 행선지는 장미 정원.

온갖 장미가 만발한 곳에서 우리는 연신 사진을 찍고 향기를 취한다.

모든 장미에서 저마다 다른 향이 나고, 각각의 향은 세상 어떤 것도 흉내낼 수 없는 깊은 아름다움을 지닌다.

공원에는 참 많은 인파가 있고 그들 모두 각자 보고 즐기며 공원과 함께한다.

허락도 구하지 않고 사진부터 찍어버렸다. 미안합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이 글이 당신께 닿을때까지.
이름 모를 꽃이지만 아름답게 피어있다. 때로는 화려한 것보다 소박한게 더 눈을 사로 잡을때가 있다.

공원을 가로지르며 Ramona 와 참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 곳은 참 Dog-friendly, Baby-friendly 인것 같다고. 생각해보면 이 도시의 어떤 곳에서든 심심치 않게 강아지들과 아가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서울의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쁘고 사랑스럽다.
강아지들은 특유의 순수한 눈으로, 아가들은 티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눈을 계속 유지시켜주는게 사람으로써 부모로써의 도리가 아닐까?


어설픈 영어실력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Ramona 가 말하고 우리는 듣는 편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샌디에이고의 날씨와 여행 가본 곳에 대해 심지어 원자력 문제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여행자 센터의 모든 분들이 입을 모아 추천했던 곳. 바로 뒤에 보이는 건물은 수목원.

그녀는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하다며 독일은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자 건설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지만 인접국들이 국경 근처에 발전소를 짓고 있어서 큰일이라고 한다.나는 차마 고리원전 이야기까진 할 수 없어서 그저 독일은 대단하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은 비슷한가보다. 위험한 것은 그대로 두어선 안된다. 최소한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Ramona 는 한마디 덧붙인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한 바퀴를 쭉 돌고 중앙광장까지 다시 돌아온 우리와 Ramona 는 각자 여정을 다시 즐기기로 한다. 우리 역시 동물원에 가보려고 하다가 너무 비싼 티켓값에 갈 엄두도 못내고 발길을 돌린다.

대신 Seaport Village 에 들리기로 한다.

이 곳은 첫 날 갔던 USS Midway Museum 근처의 해안가 마을로 주로 요트들이 정박해있다.

정박해있는 요트를 보면서 쭉 길을 따라 걷는다.

점심을 거른지라 출출해 괜찮은 집이 어디 없나 찾다가 우연히 바닷가로 통해있는 한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아주 작은 항구같이 바닷가쪽에 건물을 지어 마치 바다 위에서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늘의 점심은 Mahi-Mahi Panini 와 Fish Taco.

당연히 모든 생선은 동생이, 나머지 야채와 타코쉘은 내가, 감자튀김은 서로 나누어 먹는다.

팁을 딱 20% 줄만큼의 맛이지만 경치는 끝내주게 좋다.

마침 에어 레이스 기간이라 밥을 먹는 중간중간 경비행기들의 곡예 비행도 볼 수 있다.뒤에 있는 어느 지긋한 부인께서 “런치쇼” 라고 하시는데 백번 공감된다.

저 부표들 사이사이로 비행기가 하늘을 달린다.

밥을 다 먹고 Seapot Village 근처의 케이크 집에서 치즈 케이크 두 조각을 사서 공원을 걷는다. 이렇게 써놓으면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지만 실제로 정말정말 많이 먹는다.

내 평소량에 비하면 이미 넘치고 차버렸는데.
그래도 숙소 근처 공원에 앉아 케이크를 한 입씩 한다.
이것 역시 너무 달아서 이빨이 다 빠져 없어질 것 같은 맛이다.

너무 달다고 투덜거리자 동생이 그 맛에 먹는거라며 무시한다.

오늘의 지는 해는 강하면서 아름답다. 눈이 부시지만 그래도 열심히 쳐다보려고 노력한다.


숙소에 돌아와 짐 정리를 하는데 Tunde 와 어쩌다 보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신실한 기독교인이고 그래서 신을 믿지 않는 나에게 자신의 경험담과 신을 믿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정확하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결론은 하나.

“신을 믿어보렴, 그가 언젠가는 대답을 주실거야. 만약 니가 기도했는데도, 그가 대답을 주지 않는다면 그땐 더 이상 믿지 않아도 된단다”

“교회를 갈 필요는 없어. 신은 우리 안에 있고, 우리 각자가 하나의 교회를 가지고 있어”

기도하는 법과 어떻게 해야 잘하는 기도인지 물어본 것에 대한 대답이다. 
나야 기독교인들의 삶과 그들의 세상을 잘 모르지만, 최소한 Tunde 는 그 자신이 확실한 증거로써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기본적으로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끝까지 들어주는 편이지만 약간의 반감은 갖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Tunde 는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제대로 된 기독교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한 마디

“니가 교회를 갔는데 그 곳이 좋은 교회인지 아닌지 아는 방법은 하나야. 교회의 말이 니 마음에 들어왔을때 좋게 생각되는지 아니면 이상하게 생각되는지. 만약 니 마음에 들어오는 말이 좋고 옳다고 생각되면 그건 좋은 교회고, 그렇지 않다면 그건 나쁜 교회야. 100명 중 99명은 착한 사람일지라도 1명이 나쁠수도 있거든”


저녁 식사를 거른 Ramona 가 배가 고픈지 나가려고 하자, 서둘러 같이 나가자고 한다. 다시 셋이 된 일행은 Little Italy 를 둘러보며 피자 한조각씩 사고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어온다.

나는 너무 배가 불러 Ramona 가 먹는 거 구경하고, 동생은 피자 반쪽을 먹고 남긴다.먹고나서 피곤했음에도 Ramona 는 열심히 신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여기 와서 조금이나마 대화를 길게 이어나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친절하고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들 눈에도 나와 동생이 그렇게 보이기를.
말은 조금 어수룩하고 대화는 답답하지만
친절하고 괜찮았던 사람들로 기억되길 바래본다.

장미꽃이 잘 어울리는 두 여자.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Ramona 와 동생.

동생과 Seaport Village 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사람은 모두가 충동적이야. 하지만 충동적인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느냐 아니면 그 생각에 계획을 덧붙여서 옮기느냐에 차이지. 예를 들어볼까?

어디어디로 여행을 가자! 라는 어떤 동기는 충동적이지만 바로 비행기 티켓을 사서 떠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철저히 조사하고 일정짜서 가는 사람도 있으니깐. 하지만 모두가 여행을 가자라는 생각을 2~3일 동안 하지는 않아. 갈까 말까하는 건 결정한게 아니야.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가지 않아. 간다가 결정한거지’

삶은 어느 순간 충동적인 결정. 혹은 충동적인 상황 때문에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 다르게 흘러갈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충동적인 사건에 우리를 맡겨둘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계획하고 아무리 열심히 대비해도
삶의 무게는 여전히 무겁게 우리를 짓누르니깐.

그리고 나 역시도.

충동적인 감정을 가지고 오래 지속하고 있기에
이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폭력일수도 있기에
최대한 상대를 배려하려고 애쓰지만서도
어쩔수 없는 부분까지는 여전히 놓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라.
아무런 상처도 어떠한 실망도 주고 싶지 않다.

바다에 위에 부서지는 햇빛 한 줌과
지금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담은 시간 한 묶음과
가득찬 마음과 그리움 한 손 가득 모아서

지금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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