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5_비일상적인 일상 #7_따뜻함

포근한 이불안에서 기분 나쁜 꿈을 꾼다. 머리 안에 머물던 상상이 눈 앞에 펼쳐지던 그 순간. 마음이 저리면서 잠에서 깬다. 여행중에도 이렇게 이따금 일찍 잠에서 깰 때가 있다. 분명 현실이 아닌데도 현실감이 든다. 오히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내가 비현실같은 느낌이 든다. 모호한 경계라 정신이 없어도 마음은 계속 아프다.

새벽 6시.

오지 않는 잠을 다시 청하며 눈을 감는다. 살짝 뜬 눈 사이로 보이는 침대의 철제 프레임이 묘한 모양으로 변하면서 슬슬 잠이 든다.


다시 눈을 떠보니 오전 10시. 옆에서 머물던 룸메이트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나가기 시작한다. 나 역시 핸드폰을 보다가 동생이 일어난 것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인다. 마트에 가서 아침거리를 사고 먹는 동안 빨래를 돌린다. 돌린 빨래를 정리하고 나서 샤워를 하니 어느덧 오후 2시. 어제 샀던 일일패스의 기간이 다 끝났기 때문에 멀리도 갈 수가 없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유원지인 Tivoli Garden 으로 향한다.

가는 길의 하늘은 여전히 우울하지만 그래도 밝다. 적당히 놀기 좋은 날씨와 일요일의 앙상블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닿게 될까? 적어도 나에겐 기분좋은 의미로 와닿는다.


Tivoli Garden 은 전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놀이공원이라고 한다. 여러번 유지보수를 했겠지만 그래도 꽤나 고풍스러운 느낌이 현대적 놀이기구와 조화를 이룬다.

알고보니 저 성 같은 건물이 유원지와 이어진 호텔이었다.
말괄량이 삐삐가 덴마크 아이였나?
판토마임 극장.
이 배가 레스토랑이다.
회전목마가 아니라 회전기린?

전체적으로 예쁜 가든과 놀이기구가 조화롭게 배치되어있다. 중간중간 미칠듯한 물가의 음식점은 덤이지만.

규모도 큰 편이 아니라서 놀이기구를 타지 않으면 대략 1시간 정도면 모든 곳을 볼 수 있다. 둘러보는 것도, 그냥 앉아서 햇빛 받는 것도 다 좋은 공원이다.

일정한 시간이 되니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진 수문장들이 행진을 시작한다. 절도있게 스네어도 치고 행진을 하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다.

모든 아이들이 다 행진나가고 나서 한 아이만 홀로 남아 건물을 오가며 지키고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그럴수 없기에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오고가는 사이. 햇빛은 따뜻하게 길위를 비춘다. 어른들은 약간 피곤해보이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웃고, 장난치고 가끔은 울기도 한다. 놀이공원을 싫어해서 안간지 꽤 오래되서 잊고 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본능적인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 사랑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유원지에서 나와 조금 떨어진 식당까지 걷는다. Copenhagen 은 Lisse, Amsterdam, Frankfurt 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현대적인 이미지와 고전적인 이미지가 정확히 반반씩 양분해서 도시를 물들이고 있다.

시청의 구청사라고 한다. 들어가보진 못했다.

구청사와 고전적인 건물을 지나자마자 명동과 같은 쇼핑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에는 중국, 베트남 식당부터 옷가게, 장난감가게가 줄지어있다. 분명 방금까지는 19세기에 있던 것 같았는데.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


Copenhagen 에서의 외식은 대부분 뷔페에서 해결하고 있다. 처음 온 날도 그렇고 오늘 저녁도 여전히 뷔페식당에 가서 먹는다. 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물가가 높기 때문이다. 일반 플래터 음식과 뷔페 가격이 거의 같다. 한국은 뷔페가 약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저렴한 뷔페가 많고 여기 사람들도 많이들 찾는 눈치다.

식당이 이쁘다. 이런 식당 하나 차려서 직접 만든 음식 내는 것도 참 보람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저녁을 먹으며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외국에 있지만 여전히 마음은 서울에 있다. 혼자 계신 어머니가 걱정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이다. 여행중에 해답을 찾기란 무리라는 것을 안다. 다만 한 가지 지금의 모든 문제 만이라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경험을 얻길 바란다.

Copenhagen Central. 이제 NIME 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는 계속 왔다갔다 하게 될 랜드마크. 저물어가는 햇살 사이로 비친 중앙역이 조금씩 친근해진다.


덴마크는 다른 나라에서 느꼈던 따뜻함과는 조금 다른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지리적인 환경때문인지 정서적인 관점에서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확실한 건 어디에서건, 누구에게서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내 기대감이 만들어낸 환상일수도 있다. 실제로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밥 먹을 때도 고민하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따뜻하다.

이 넘쳐나는 따뜻함을 가득 가지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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