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픽션/다큐멘터리]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신나게 돌아온다?!?!?!?
학교, 통제의 공간에서 놀이의 공간으로 변하다 — ‘Storytelling 에서 Storyplaying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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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학교에서 뭐했어?’ 라고 묻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아이들이 하는 대답은, ‘재미있었어.’ 혹은 ‘똑같아’ , ‘ ……’ 중 하나이기 일쑤다. 마냥 신나야만 할 나이에 축 처진 어깨로 돌아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나’, ‘앞으로 중학교에 가면 더 힘들어질텐데..’ 라는 생각에 걱정이 적잖이 크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있잖아 있잖아 엄마, 오늘 학교에서 진짜 재밌는 거 했는데… 내가 직접 게임을 만드는 건데 말야, 금도끼랑 은도끼를 물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술래가 하나를 정할 수 있게 만드는 건데…나는 제작팀장이었고 …. ” 내가 되물을 겨를도 없이 아이는 오늘 오전 수업에서 한 활동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이가 계속 말하는 단어는 ‘바닥놀이’였고,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는 왜 하는 건지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애가 ‘바닥놀이’가 재미있었다는 사실은 알았다.
다음주가 되니 아이는 지난 번보다 더 상기된 얼굴로 집에 와서 다시 ‘있잖아, 있잖아..’를 연발하며 자신이 친구들과 만든 게임이 구령대 앞에 설치되었고 다른 팀 친구들이 가장 재미있다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이쯤되니 학교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주일에 네 번 나가는 직장 때문에 학교 참관수업에도 가지 못했던 내가 스승의 날을 핑계를 대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여쭤보았다. ‘선생님, 애가 요즘 바닥놀이가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하는데 대체 그게 뭐에요?’
담임선생님은 씨익 웃으시며 ‘보셔야 안다며 창 밖의 구령대를 가르키며 말씀하셨다. ‘최근에 저희학교가 이웃 혁신학교들 등쌀에 못이겨 바닥놀이를 시행하게 되었는데요. 의외로 이 프로젝트가 그냥 전래놀이나 단체운동 보다 훨씬더 복합적이고 재미있더라구요. 아이들이 친숙한 동화를 읽고 그 이야기를 분석한 뒤에 직접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바닥놀이에 접목시켜서 게임을 만드는 데요….’ 어쩌고, 저쩌고…..여전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 수 없긴 마찬가지.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조금 더 이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아들이 무엇 때문에 신난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알려주신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바닥놀이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딱 봐도 내 아들 사진이 관리자 사진에 박혀있고, 곳곳에 틀린 맞춤법으로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놀공 영상 링크 / 미양초 네이버 블로그 / 수락초 블로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학교에 버려진 공간들을 탐색하고 그 땅에서 놀아도 된다는 계약을 교장 선생님과 체결한다. 그 뒤에는 자신들이 분석한 동화를 바닥놀이에 적용하고 알록달록한 색테이프들을 이용하여 바닥에 자신들의 게임을 붙인다. 부친 테이프를 떼었다 부쳤다 하며 게임의 룰을 바꾸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들은 때론 엄청난 몸싸움을 동반하기도 하고 때론 엄청나게 뛰어다녀야 한다.
아이가 뭘 하는 건지 조금 이해가 된 뒤로는 아들 몰래 블로그에 가서 오늘은 뭘 한건지 보곤한다. 벌써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집에 돌아온지 한 달 째, 시들해졌나 싶었더니 최근엔 자신들이 만든 바닥놀이를 강당으로 옮겨서 3학년 동생들에게 게임을 가르쳐 줬다고 신났다. 정해진 시간에만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아들이 하루종일 자신이 게임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을 편집하는 걸 보며 혼을 낼까 하다가 이번만은 봐주기로 했다.
늘 교실에서 조용히 묻어가던 아이가 어느새 후배들에겐 게임을 가르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 아이가 끌려다닌 것이 아니라 학교의 주인 마냥 즐겁게 다니는 것 같아 난 ‘바닥놀이 프로젝트’에 팬이 되고 말았다. 가을 운동회 때는 휴가를 내서라도 ‘바닥놀이 프로젝트 축제’에 꼭 참여할 생각이다. 아직 여름이건만 우리 아들은 가을을 준비하며 오늘도 새로운 동화를 열심히 뽀개고 있다.
- 이 글은, 그 동안 바닥놀이에 참가한 선생님과 아이들의 일기장, 부모님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재구성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