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뮤지움] 동네에 ‘말을 거는 미술관’이 있다는 것

Intro.

‘뮤지움, 미술관, 박물관’ 이라는 공간들이 가깝게 느껴시나요? 아마도 가깝다기엔 심리적으로 먼 공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창시절, 특별한 때 방문하거나 가족과 함께 나들이가는 코스 중 하나였던 경험이 대부분이실겁니다. 사실, ‘뮤지움’이라는 공간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작품을 소장하거나 그를 통한 교육 혹은 당대의 담론을 논하는 중요한 문화예술적 장소로 늘 우리들의 삶 곁에 존재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시립미술관, 과학관 등 마음 먹고 하루를 내어 가야하는 큰 뮤지움 말고 내가 사는 동네에 미술관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헬로우 뮤지움’과 ‘C program’은 다음 세대들을 위해 필요한 공간과 경험을 찾던 중에 동네에서 아이들과 가족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동네 미술관’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강남에 있던 ‘헬로우 뮤지움’이 금호동에 설립되기 까지는 수많은 진통이 있었지만 다른 구에 비해 문화예술 인프라가 적은 ‘금호동’에서 헬로우 뮤지움이 주민들을 향해 말을 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 최근 소식

성동구 금호동에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 이 자리잡은 지 어언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총 4번의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방문하고 있는 헬로우뮤지움이 금호동에서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소개해볼까 합니다.

  1. 사거리 북마켓 (6/5)
오전 11시부터 시작했던 ‘사거리 북마켓’은 오전에는 한산한 편 이었습니다. 관장님은 오는 관객들, 주민들의 더위를 식혀줄 레모네이드를 열심히 준비하셨습니다.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레모네이드와 머핀을 보며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어떤 이는 레모네이드만 마시고 가지만 어떤 이는 미술관으로 들어가 하고 있는 행사를 유심히 관찰합니다.
1시 쯤이 되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일요일의 늦잠을 즐기고 나온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하나 하나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거리 북마켓은 금호동에 있는 ‘프루스트의 서재’ 사장님께서 마켓의 셀러 한 팀 한 팀을 섭외하셨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이 작품은 독립출판물 작업을 하는 ‘the Kooh’라는 작가가 만든 책입니다. ‘더쿠(the Kooh)’는 무명씨들의 사진과 일기장을 경매를 통해 구입하고 그 안에서 책에 어울릴 사진들을 골라냈다고 합니다. 다른 이의 삶과 나의 삶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 디자인 마켓 (6월 11일)

동네에 있는 엄마아빠들에게 헬로우 뮤지움을 알리고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접할수 있도록 친근하게 말을 거는 것이 목적이었던 디자인 마켓. 영유아 옷, 장난감, 꽃, 유기농 소스 등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상품들이 마켓에서 판매되었습니다.

(왼편) 디자인 마켓 진행 중에 열린 워크샵 (오른편) 디자인 마켓에 놀러온 주민들 , 부모님들

3. 진행중인 전시 ‘협동시도’ 전 (6월 17일)

지난 6월17일 부터 ‘협동시도’전이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시들은 아이들이 신나게 반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응답과 관객의 호응을 작품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습니다. 이번 ‘협동시도’ 전에서는 관객의 참여로 작품이 완성되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사진 교체 예정

작가님이 미리 화분에 심어둔 씨앗과 자신의 물건을 교환하는 작업이 그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막상 교환대 앞에 앉으면 어떤 물건을 내어놓으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 남에게 주고 싶은 것과 주고 싶지 않은 것, 소중한 것, 버리고 싶은 것 등 여러가지 기준을 떠올리게 됩니다.

헬로우 뮤지움 윈도우에 붙어 있는 사진 위에 자신이 원하는대로 드로잉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손놀림은 주저함이 없습니다.

또 다른 작품은, 헬로우 입구 오른편 큰 윈도우입니다. 현재 동네 사람들의 사진들이 커다랗게 붙여있는데요. 아이들이 그 사진 위에 자유롭게 드로잉을 함으로써 사진은 본래의 이미지에서 아이들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헬로우 뮤지움의 옥상 벽에 자유롭게 드로잉하던 실력들을 1층 유리창에서도 가감없이 드러내는 아이들을 보며 세상 어떤 곳도 캔버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II부. 내가 사는 동네에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것

미술관 혹은 박물관 혹은 뮤지움(MUSEUM) 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들이 왠지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헬로우뮤지움이 ‘동네 미술관’으로 불려지는 이유는,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뮤지움’ 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으리으리한 건물과 작품들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예술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예술적 경험을 향유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기 위해 헬로우뮤지움은 언제나 오는 이들에게 ‘헬로우?’ 라고 인사를 건냅니다.

헬로우 뮤지움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헬로우뮤지움이 미술관을 두려워 했던 이들,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 미술에 관심없던 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건내는지.

[헬로우 뮤지움의 친구들 인터뷰]

>> 김수현 (신재호, 신서연어머니) 헬로우뮤지움 1호 관람객

“저는 7살짜리 재호, 서연이 쌍둥이 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수현 입니다. 행당동에 산지 3년째인데요. 헬로우 뮤지움이 생긴 뒤로는 멀리 나가지 않고 아이들과 자주 동네미술관을 들릅니다. 헬로우가 생기기 전에 충무아트홀에서 ‘아트디스커버리’ 전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예술적 경험을 굉장히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이 곳 저 곳 멀리 찾아다녔는데요. 이제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동네미술관이 생겨서 한 달에 2번 이상 찾는 것 같아요. 동네에 미술관이 있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 같습니다.”

>> 안나영 (까페 팔월 사장님)

“ 헬로우가 개관한 뒤로, 미술관에 들렸다가 오는 가족들, 가기 직전에 들른 사람들 등이 문화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자주 목격되서 좋아요. 본래 미술을 좋아하지만 너무 바빠서 한 번 밖에 가지 못했는데 벽에 작품설명이 어린이들의 글씨로 되어있는 부분과 몬스터 뒷모습이 그림이 날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어요.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도 지나칠 때마다 그곳이 편의점이 아니라 미술관인 것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어요. 골목마다 붙어있는 전시 포스터까지도 헬로우의 일부로 느껴져요.”

왼쪽) 황확동 시장으로 책을 고르러 가시는 박성민 ‘프루스트의 서재’ 대표 오른쪽)서울특별시 성동구 무수막길 56 ‘프루스트의 서재’

>> 박성민 (‘프루스트의 서재’ 대표)

“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 30년을 살았어요.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미술관이 생긴 뒤로 동네는 좀 더 문화적인 도시가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예전에 신금호 역 근처에는 유명한 헌 책방들이 꽤 많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두 문을 닫았죠. 저는 10년간 서점에서 일해 본 뒤 저만의 책방을 열게 되었네요.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서점을 운영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하물며 미술관은 얼마나 더 힘들까. 그래도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미술관이 생겼기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고민도 나누고 이렇게 북마켓 행사도 함께 열게 되었네요.”

학원가는 것보다 미술관 오는게 더 즐거운 아이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림을 꼼꼼히 그리는 모습 속에서 아이들의 Creativity가 살아 숨쉰다.

>>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들

“지금까지 총 4번 미술관에 왔어요. 학원도 다니지만 미술관에 그림 그리러 올 때가 가장 행복하고 편안해요. 꿈이 원래 화가였는데 티비에서 화가는 특별한 삶을 살아야한다고 해서… 좀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에요.”

Outro.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미술관

전세계의 모든 뮤지움들이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지금, 동네미술관이 동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국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이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동네에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아껴줘야 하는 동네 미술관. 앞으로 동네와 미술관이 서로 어떻게 만나는지 기록할 예정입니다.

에디터 / 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