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야? 우리 강남인데, 언제 끝나?”

“나 거의 다 먹었어. 집에 가려고, 엄마는 언제 끝나?”

“엄마도 거의 끝났어.”

“근데 우리가 누구야?”

“아 그냥 우리.”

“왜 누군지 말 안 해줘.”

“아무튼 끝나고 연락해줘.”

엄마가 말했던 그 누군가는 싱겁게도 아빠였고 그렇게 우리 셋은 함께 걸어가는 동영상을 찍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뭔가 시야가 트여서 이상한 점을 되새겨 보니, 아파트 단지의 나뭇가지가 잘려져 있었다.

“왜 나무를 다 잘랐지?”

“가지치기 한 거야. 가지치기를 해 줘야 뿌리가 커지지 않고, 뿌리가 안 커져야 지반이 흔들리지 않는다던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색색의 낙엽들을 떨어뜨리면서 활짝 팔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오늘 본 나무는 너무나 추워 보이고 외로워 보이고 앙상해 보인다. 가지치기를 해야 나무가 더 튼튼해진다니, 나무한테 너무 가혹한 것 같다.

톱질에 잘린 것 같은 하얀 속살이 보인다. 가지치기를 할 때는 제거할 가지를 매끈하게 바짝 잘라서 나무로 하여금 상처를 빨리 감싸게 하고 치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한다. 가끔 나의 나무는 이상한 가지를 만든다. 이상한 가지는 자라기도 참 무섭게 자란다. 적절한 시기에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나무의 수형은 틀어져 버리고 만다. 속살을 꺼내어 보여주는 일은 창피하고, 아프지만 나무가 잘 자라기에는 더 좋을 수도 있다.

Like what you read? Give Sejin Lee a round of applause.

From a quick cheer to a standing ovation, clap to show how much you enjoyed this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