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해야겠어요

빨래. 나는 빨래가 싫다. 수 많은 집안일 중에서도 빨래가 싫다. 젖은 옷을 만지기도 싫고, 탁탁 털어 너는 건 팔이 아프다. 그렇게 잘 넌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바싹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또 팔을 위로 해 옷가지를 끌어 내리고, 옷 형태에 맞춰 곱게 접어서 옷장에 넣어주기까지 해야 한다. 호주에서 언니와 지낼 땐 빨래 때문에 커진 싸움으로 가출을 하고, 인적이 드문 공원 벤치에서 서러워서 엉엉 운 적도 있다. 그날 이후로 그랬었는지, 어쨌었는지 난 빨래가 싫어! 하고 말하고 다니고 빨래는 나와 상극이라고 규정지어 버렸다.

이적의 노래 <빨래>는 좋아한다.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엔 비가 올까요? 라는 첫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다닌다. 뮤지컬 <빨래>도 매우 좋아한다. 빨래가 바람에 몸을 맡기든 인생도 그렇게 맡겨버려라, 였던가 하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뮤지컬 <빨래>의 넘버들은 이뮤 OB 공연에서 공연하기도 했었다. 뮤지컬 <빨래>는 실제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언젠가 한 번 꼭 보고 싶다.

최근에 이사를 했다. 빨래는 어쩔 수 없이 인간과 함께한다. 내가 싫다고 빨래를 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이사한 집은 냉장고가 있지만 세탁기가 없는 반쪽짜리 집이다. 가까운 다른 건물에 공동 세탁실이 있다. 아직 세탁기를 사기 전이라 저번 주말 공동 세탁실에서 빨래를 했다. 빨랫감을 큼지막한 이케아 봉투에 몰아넣고 아래 세탁실까지 다녀왔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있으니 뉴욕에서 휘와 구루마(?)로 세탁물을 끌며 Laundry에 갔던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머리가 노란색이었고, 길었고, 즐거웠다.

공동 세탁실에 나온 설명대로 했는데, 설정된 시간이 37분이라 잘못 했나 싶었다. 우리 집 세탁기는 기본 1시간 반인데 이 친구는 1회 사용에 돈도 받으면서 왜 37분이지? 어쩌겠어, 그냥 집으로 올라왔다가 시간이 되어 내려가니 아까는 조용하던 다른 세탁기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걔네들의 시간을 보니 20분, 16분 남아 있었다. 잘못한 건 아니구나, 다행이야. 하며 빨래를 걷어와 집 구석 구석에 널었다. 건조기도 있었지만 겨울이니까 빨리 마르겠지.

예전 아낙네들은 빨랫방망이로 옷을 다듬으며 세상 한을 다 풀었던가. 나는 빨래를 하기 싫어해서 이렇게 세상에 불만이 많고 푸념이 많은 건가. 빨리 세탁기나 주문해야겠다. 빨랫판을 사야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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