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무라카미 라디오’ 두번째 에세이집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독자들이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앙앙>이라는 귀여운 패션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작가의 옷자락이라도 스치고픈 그런 마음들이 만들어 낸 책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나도 좋은 글을 읽게 되어 참 좋았다. 첫번째 에세이집 무라카미 잡문집에 비해 재미있게 읽었다. 좀 더 얇기도 했고! 출퇴근길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출근길엔 쪽잠을 자고 퇴근길엔 책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같은 것을 본다. 이틀 정도의 퇴근길에 다 읽었을 정도로 문장이 깔끔하고, 소재도 탁월했다.

오십 개 정도의 짧은 에세이가 실려 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제목은 대표적인 두 개의 에세이의 제목을 함께 나열한 것이다. <채소의 기분>이라는 에세이에서는 내가 본 영화가 등장하는 데 이럴 때 나는 매우 반가움과 작가와 어떤 것을 공유한다는 흐뭇함을 느낀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는 굉장히 굉장히 많은 책과 영화를 읽기 때문에 나는 새발의 피겠지만. <바다표범의 키스>는, 뭐랄까, 글로만도 비린 느낌이라 읽고나서 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좋아했다>라는 에세이가 좋았다. 책 냄새에 행복했다는 것, 뭔지 알기에. 나를 활자중독증이라고 놀리며 의미없는 패션 잡지를 뭘 그렇게 꼼꼼히 읽냐며 핀잔을 주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고교 시절에 소설가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하는데 글 쓰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굉장히 희망적이었다고나 할까.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하는 건 반칙일수도.

마지막엔 오하시 아유미의 후기까지 나와 있어 일러스트에 대해 다시금 집중하고 책을 살펴봤다. 1940년생이라시는 이 분의 작품들은 대부분 거칠게 쓱쓱 그려냈지만 정감이 가는 그림들이었다. 내용을 조금은 빤하게 그려내고 있었지만, 정말 좋았다. 나이가 많다고 센스가 없는 건 아니다.

전체적인 글과 일러스트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퇴근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걸 무겁게 읽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세번째 에세이집을 기다려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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