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ngle 체험] Output으로서의 외국어

Jin Yung Park
Jul 27, 2017 · 6 min read

어젯밤, 집 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보다가 무심코 링글 무료 체험 수업을 신청하게 됐다. 그냥 경험 목적으로 가볍게 신청해본 수업에서 뒷통수를 된통 얻어맞아서 기록을 남긴다.

newness -> novelty

revolutional -> revolutionary

achieved individuals -> well-achieved individuals

전자는 내가 나도 모르게 내뱉은 단어들이고, 후자는 유펜 재학생인 튜터가 “Do you mean this?”라며 즉각 수정해준 단어들이다.

링글 체험 세션이 끝난 지금, 후자의 이 세 단어만큼은 내 머릿속에 찰싹 달라붙었다. 나도 모르게 틀린 전자의 단어들은 앞으로 절대 내 입에서 나올 일 없을 거다.

Novelty, revolutionary, well-achieved.

다 사실 아는 단어들이다.

어디선가 읽어봤고 들어본 익숙한 단어들을 틀려서 솔직히 놀라기도 했고,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왜 틀렸나?

내 입에서 나온 적이 없고, 내 손으로 적어본 적이 없는 단어들이란 게 크리티컬하다. input으로 들어오는 단어들은 아직 내 것이 아닌 거다. 내가 output으로 한번이라도 뱉어낸 적이 있어야 그게 차차 내 것으로 소화된다.

참 당연한 이치면서도, 미처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내 경험에도 정말 그랬다.

힘겨웠던 한 차례의 레벨업

중학교 2학년, 해외로 이민을 잠깐 가면서 미국인 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 내 영어를 제대로 ‘레벨업’시켜야겠다고 꽤나 비장하게 다짐했다.

당시 살게 된 동네에 수영장이 있었는데, 처음 구경나간 날 동네 꼬마들이 몇 명 다가왔다. 동양인인 나와 내 동생이 신기했는지 엄청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고, 당장 내일 수영복 입고 제대로 놀자고 제안해왔다.

그래, 그러자! 하고 들어왔는데 다음날 나가지 않았다.

이유는 나는 영어 공부를 하기로 다짐했었기 때문. 본토에서 참된 제 2외국어를 익힐 기회를 뻥 차고(…) 나는 방에서 포스트잇에 영어단어를 써가며 방 벽을 도배했다. 그렇게 억지로 일단 늘려놓은 영어단어 pool에서, 외우는 것 외의 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면 그 pool은 다시 작아졌을 것이다.

어색한 저 뒷모습은 학교 과제 때문에 한 설정이지만, 포스트잇은 원래 저렇게 도배 상태였다.

이후 학교 과제로 에세이를 자주 써야 했는데, 쉬운 영어를 안 쓰고 싶은 괴팍한 마음에 thesaurus.com을 끼고 살았다. 8학년 눈에 너무 심플해보이는 단어들은 다 thesaurus 검색해가면서 ‘느낌 있는’ 단어로 교체해나갔다.

그래도 생각이 조금은 있어서, 너무 과하지 않은 단어, 문장에 녹아들 수 있는 ‘적당한’ 단어를 찾아나섰다. 그런 단어를 고르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적당함에 대한 감이 없기 때문에 시험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다. 대신 그렇게 쓰다보면 이건 적재적소에 잘 쓴 케이스고, 저건 어색하게 쓴 케이스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나는 이 때 영어를 제대로 한단계 ‘레벨업’ 했다.

(+ 이러한 이유로 해외체류 그 자체로는 외국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 발음이 좋아지고 말하는 게 편해질 수는 있어도, 진짜 실력 있는 영어를 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의도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절로 얻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노동을 해야 실력이 된다.)

저 수영장을 앞에 두고 나는 포스트잇을 한땀 한땀…

‘내 단어’를 가진다는 것

수영장에서 참된 배움의 기회를 걷어차고, 이후 학교와 학원에서 제2외국어를 교재 붙들고 공부했다. 해당 언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어느 날, 단어 하나를 접했다. 꽤 문학적인 단어였다. 평소에 구어체로는 쓰지 않을 단어로, 처음 글로 접했을 때 되게 예뻤다.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곧 치룰 시험의 작문 파트에서 이 세련된 단어를 에세이에 한 번 써주면, 채점관 분들이 홀라당 넘어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장에 들어설 때부터, 에세이가 세상 그 어떤 주제로 출제되든 이 단어를 꼭 써야겠다, 그것도 이왕 쓰는 거 임팩트 있게 첫 문단에 등장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시험은 패스했고, 리딩과 리스닝 파트보다 작문 파트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온 이상한 결과지를 보면서 그 단어가 한 몫 했다고 생각했다. 이후 접하는 새로운 표현이나 단어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가짐.

새로운 단어를 의도적으로 여기저기 활용할 때의 장점은, 그 단어를 활용한 occasion과 결부되어 머릿속에 착-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 단어’가 많아지면 표현할 수 있는 생각들이 폭넓어진다.

다시 링글로 돌아와서.

같은 output이더라도 말은 글과 또 별개의 문제다. 체험 수업 말미에 종합 피드백을 해주는데, 튜터가 갑자기 한 방 날렸다.

“You definitely have a very limited vocabulary.”

순간 진짜 충격 받아서 리액션을 못 했다. 이해가 안 됐다.

나는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하는 편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특히 좋은 단어나 표현은 곱씹으며 ‘내 것’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던 나로써는 최소한 vocabulary가 문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한때 ‘있어보이는’ 단어로 에세이를 도배하면서 힘겹지만 찬찬히 어휘력을 키웠고, 당시 그런 글들을 빨간 펜으로 물들이던 선생님께서 나중엔 “I would’ve been very proud if I wrote this at your age.”라고 말씀해주셨다. 한국 돌아와서도 고등학교 숙제로 매주 한 주제에 대해 영어 에세이를 써냈고, 대학교에서는 2년 동안 영자신문사에서 기사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다 ‘글’이었다. ‘말’을 할 때는 이렇게 의식적으로 노력해본 적이 없는 거다.

외국어 실력 향상은 결국 이렇게 의식적으로 output을 계속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당연한 깨달음을 얻는다. 더 냉정하게는 아무리 많이 읽고 들어도 써보지 않거나 말해보지 않으면 진짜 내 것이 아니다. (사실 이건 언어 뿐만 아니라 어떤 걸 갖다놔도 같은 얘기겠다.)

To do or not to do?

이러한 충격과 깨달음을 안겨준 Ringle 체험 수업이 끝났다. 평생 안 잊을 단어 3개도 얻었다. 내가 output을 만들고 그것에 대해 똑부러지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는 이 경험을 할 수 있는 Ringle 수업은 이제 유료다. 이 효용을 체감한 지금, 등 돌릴 수 있을까.

가성비 좋기로 잘 알려진 Ringle이지만 in between jobs 상태인 내게 이 금액은 어쨌든 비용이고, 부담이 안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각 수업에서 내가 얻을 보배 같은 표현력이 축적되다 보면, 10여 년 전(세월..)에 이어 분명 한 번 더 ‘레벨업’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10년 전엔 intermediate에서 advanced low였다면, 지금은 advanced low에서 당당한 advanced로 넘어가기 위한 레벨업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을 안다. 그동안 영문 서적은 왠만하면 원어로 읽고, 영문기사 매일 챙겨보고, 대학 전공도 영문으로 했지만, 계속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욕심이 생겼고, 가능성이 보였다.

Face value보다 future value가 훨씬 클 것이라는 믿음으로, 카드를 긁기 전 이렇게 글을 마무리한다(부들부들).

Ringle universe에 발을 들여보는 걸로.

    Jin Y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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