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모건이 움직이고 있다 Part I — JP Morgan Wallet

everytreeisblue
18 min readNov 30, 2022

서론

2021도 Defi 여름, NFT 및 P2E 붐이 이어지면서 파티가 진행되었고, 2022년 현재는 루나 사태와 FTX 사태를 겪으며 파티의 촛불이 꺼져가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생태계는 큰 변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하락장을 맞고서야 많은 웹3인들이 기존의 방식대로 토큰의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고민하고 있으며 사업 아이템과 생존 전략을 찾아나서고 있다. 이러한 격동의 정세 속에 조용히 움직이며 어쩌면 판도 자체를 뒤바꿀 수도 있는 총알을 장전 중인 곳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JP 모건. 아무도 모르게 밀짚모자를 주우며 홀연 등장해 정상대전에 마침표를 찍어버린 샹크스처럼, 어쩌면 혼란스러운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 내의 전쟁을 끝내버릴 수도 있는 JP 모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JP 모건이 블록체인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공개된 것은 크게 3가지이다.

  1. JP Morgan Wallet
  2. Project Guardian
  3. Onyx

Project Guardian에 대해서는 이전에 작성한 글에 설명한 관계로 이번 ‘JP 모건이 움직이고 있다' 시리즈에서는 JP 모건 월렛과 Onyx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이번 Part I에서는 JP 모건 월렛을 알아보도록 하자.

JP Morgan Wallet 상표권 등록

지난 11월 22일 JP 모건이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제출한 ‘JP Morgan Wallet(이하 JP 모건 월렛)’의 상표권 등록이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되었다. 해당 뉴스는 스리슬쩍 갑자기 보도되었으며 JP 모건 월렛에 대한 자세한 이외의 정보는 인터넷에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놓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뉴스는 향후 JP 모건이 게임체인저가 되는 대서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JP 모건 월렛 상표권 등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JP 모건 월렛을 통해 JP 모건이 그리는 그림은 무엇인지 분석해보도록 하자.

사실 JP 모건은 이미 ‘20년도 6월에 해당 JP 모건 월렛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었다. 이미 2년 반 전부터 월렛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20년도에 신청했던 상표권 등록이 ‘22년 11월 15일에 이미 허가가 났었고, 단지 발표 및 보도가 11월 22일에 난 것이다.

JP 모건 월렛에 대한 상표권 인증서는 아래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상표권을 등록한게 어쨌다는 것인가? 상표권이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입체적 형상 등 형태에 상관 없는 모든 표현 방식을 뜻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어느 기업이 진행하는 비즈니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기업은 미국 특허상표청(USPTA)에 상표권을 등록함으로써 자사 비즈니스의 정체성을 공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남들이 해당 정체성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차별성을 부여받게 된다. 김춘수의 시 ‘꽃'에 나오는 어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처럼, 기업의 상품 혹은 서비스가 ‘상표'라는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유의미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길게 말했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상표권 등록 == JP 모건曰: 지금부터 월렛 비즈니스 제대로 시작하겠음

JP 모건 월렛은 무엇일까? — 온라인 금융의 슈퍼앱

JP 모건 월렛 상표권을 인정받음으로써 JP 모건의 월렛 비즈니스는 본격적으로 출발선을 떠났다. 그렇다면 JP 모건 월렛은 어떤 프로덕트일까? JP 모건 월렛은 JP 모건 산하에 있는 Payments 팀이 관활하고 있다. 이 Payments 팀은 ‘21년도 초부터 ‘Future of Payments’라는 캠패인을 시작하며 두가지 슬로건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우선 ‘Payments are eating the world’라는 슬로건은 말 그대로 결제 플랫폼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으로, JP 모건이 결제 플랫폼 비즈니스에 두는 중요도의 가중치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리고 더 구체적인 자사 비즈니스 모델로써 POWER를 내세운다. POWER의 요지를 요약하면, 다양한 기능들이 내장(embed)된 온라인 지갑을 만들어서 실시간(real-time)으로 거래가 처리되고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만 봐서는 JP 모건이 무엇을 만드려는 것인지 아직 감이 안 잡힐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JP 모건이 만드려는 것은 ‘슈퍼앱'에 가깝다. 단 하나의 앱으로 결제, 신원인증, 거래 등 온라인 상에서 필요한 모든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슈퍼앱의 대표적인 예로 중국의 위챗(Wechat)을 들 수 있다. 실제로 JP 모건 Payments 팀도 위챗을 중요한 래퍼런스로 삼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챗은 중국의 카카오톡과 같은 앱이며 ‘21년 9월 12억이 넘는 MAU(월간 사용자)를 끌어모은 앱이다. 위챗은 채팅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수많은 온라인 서비스들을 내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더 이상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 웹서핑을 하거나 앱들을 개별로 설치하지 않고도, 위챗이라는 창구를 통해 거의 모든 온라인 활동에 접근할 수 있다.

채팅, 커뮤니티, 게임, 지도, 뮤직, 쇼핑 등 각종 서비스를 내장하고 있는 위챗

JP 모건 Payments 팀은 ‘유저들은 단 하나의 앱이 필요한 것이지, 더 많은 앱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JP 모건은 위챗과 같은 성공한 슈퍼앱 24개를 모두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찾았다고 한다.

  1. Leadership in niche service eveyday use — 틈새 시장을 공략하여 주도하고 있음
  2. Vertical services through aggressive partnerships — 파트너쉽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들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생태계를 구축함
  3. 22/24 own their own wallet — 분석한 24개의 슈퍼앱 중 22개가 자체 지갑 인프라를 갖고 있음
  4. Highly personalized content that bring customer engagement — 개인화된 컨텐츠를 제공함
  5. Leverage mobile native capabilities — 모바일에서만 가능한 기능들을 적극 활용함(이를테면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AR 기능, 모션 인식 등)
  6. Choose the right monetization model — 적합한 수익창출 모델을 갖고 있음
  7. Right engagement metrics — 자체 사업 성과를 분석할 때 올바른 지표로 평가함
  8. Understand regional nuance — 각 국가/지역별 문화적 특성 및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서비스를 만듬

JP 모건은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위의 특징들을 갖는 슈퍼앱을 만들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위챗처럼 채팅, 뮤직, 커뮤니티와 같은 기능들까지 모두 탑재한 슈퍼앱을 JP 모건이 만들 가능성은 적어보이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금융활동들을 내장한 슈퍼앱 말이다. 그리고 슈퍼앱을 만드려는 큰 플랜에 있어 가장 중추가 되는 열쇠가 바로 월렛인 것이다. 1) 직접 만들 슈퍼앱에 사용되는 하나의 요소로써 월렛을 만들던가 2) 월렛 그 자체가 슈퍼앱이던가, 둘 중 JP 모건이 어떻게 JP 모건 월렛을 바라보려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궁극적인 목표로 슈퍼앱을 두고 있음은 확실하다. 일단 해당 글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월렛과 JP 모건이 만드려는 슈퍼앱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칭하도록 하겠다.

JP 모건은 왜?

왜 IT 테크 회사도 아닌 투자은행 근간의 JP 모건이 슈퍼앱을 만드려는 것일까? JP 모건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자신이야 말로 슈퍼앱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웹3인들은 보통 ‘월렛’하면 메타마스크를 떠올린다. 하지만 JP 모건이 그리는 월렛은 완전히 블록체인에만 특화된 월렛은 아니다. 더 넓은 범위에서 모든 온라인 활동을 지원하는 디지털 지갑과 비슷하다. 우리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지갑을 통해 단순히 현금을 거래하는 것뿐 아니라 1) 신분증을 보관하고(신원 증명) 2) 각종 기타 비즈니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카드를 보관하기도 하고 3) 명함 혹은 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관하기도 하고 4) 공연이나 콘서트의 티켓을 보관하고 5) 영수증을 보관하는 등 단순 송금 이외에도 일상생활을 진행하는 데에 기초가 되는 다양한 행위를 한다. 세상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있는 현재, 마찬가지로 온라인 활동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지갑이 필요하다. 그리고 JP 모건은 빠르게 해당 포지션을 선점하고자 하고 있다.

JP 모건이 크게 집중하고 있는 월렛의 기능으로는 세가지가 있다.

  1. 디지털 ID(신원증명)

현재 디지털 상에서의 ID는 각 앱 및 서비스에서 각자 따로 관리하고 있으며, 그래서 유저들은 각 앱마다 다른 신원과 계정을 가지고 활동을 진행해야한다. 흩어져 있는 디지털 ID를 한 군데에 통합하고, 이를 통해 모든 온라인 계정에 접근하고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면 매우 편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디지털 ID를 통합하여 관리해야한다면 세계 최대의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JP 모건과 같이 사람들이 신뢰하고 있는 기관이 맡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경쟁우위를 취할 것이라는 것이 JP 모건의 논리이다.

2. 결제

JP 모건은 이미 170개국 이상의 고객들을 상대로 하루에 $10T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이미 구축한 신뢰성과 보안성 모두 갖춘 네트워크 및 결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제 경험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JP 모건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결제 시스템의 개선 사항은 바로 1) 즉각적이고(Direct and Real Time)과 2) 국경 없는(Cross-border) 결제이다. JP 모건은 또 특히 엠베디드 결제(Embedded Payment)를 강조하고 있다. 엠베디드 결제란 금융 서비스를 비금융 서비스에 통합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서 굳이 은행과 같은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 내에서 모든 결제를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JP 모건은 엠베디드 결제 분야의 확장을 위해 ‘21년 9월 폭스바겐의 자회사 Volkswagen Payments S.A.에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를 진행해 전체 지분 75%를 인수하여 J.P. Morgan Mobility Payments Solutions S.A. Volkswagen Payments S.A.로 리브랜딩을 진행한 바 있다.

Volkswagen Payments S.A.는 자동차 산업에 특화된 Volkwagen Pay 서비스를 만든 바 있다. 자동차 최초 구매 혹은 리스, 주유 혹은 전기 충전, 주차, 자동차 보험, 자동차 내 엔터테인먼트 혹은 구독 서비스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일련의 활동에 대한 결제를 Volkwagen Pay 하나로 처리할 수 있다. JP 모건 월렛도 다양한 비즈니스들과의 파트너쉽과 확장을 통해 일원화되고 간편한 결제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미 많은 기업들을 고객으로 갖고 있는 JP 모건은 파트너쉽 확장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리에 있다.

3.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앞서 JP 모건은 1) 즉각적(Direct and Real-time)이고 2) 국경없는(Cross-border) 결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로 JP 모건은 블록체인에 크게 집중하고 있고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자산군을 비중 있게 바라보고 있다. 이에 JP 모건은 아예 블록체인 부서를 오닉스(Onyx)라는 자회사로 분사시켰고 해당 Onyx에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오닉스에 대해서는 Part II에서 자세히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보통 금융회사와 같이 비대한 조직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사내 다양한 부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JP 모건 월렛 프로젝트에는 오닉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번 JP 모건 월렛 상표권을 등록할 때 JP 모건은 크게 세가지를 해당 상표권이 갖는 기능으로 설명했다.

  1. Payment query reporting(결제 보고 및 통계 자료 도출) 및 회계 처리
  2.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 자산을 활용한 금융 활동을 지원하는 기술 및 서비스
  3. 온라인 가상 환경과 JP Morgan Wallet API, 금융 활동 관련 각종 프로그램 및 소포트웨어

아예 명시적으로 암호화폐를 다룬다는 부분을 따로 대분류로 두어 상표권을 등록한 것은, JP 모건 월렛이 암호화폐를 다룰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JP 모건 월렛은 현실 세계에서의 금융활동과 더불어 블록체인 월렛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암호화폐 관련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이에 일상생활을 위해 JP 모건 월렛을 사용하는 (블록체인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자연스레 블록체인 생태계에 유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에 USDC가 애플페이와 통합된 것처럼 현실세계와 온체인 세계 사이에 있었던 벽이 허물어지는 움직임 중 하나일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으로 현실세계에서 쇼핑을 할 수 없고 법정화폐로 바로 NFT를 사기 힘들지만, NFT를 사고 남은 암호화폐로 바로 현실세계에서 옷을 살 수도 있게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JP 모건은 왜 굳이 슈퍼앱 및 월렛을 만들지 않고도, 그리고 블록체인에 손대지 않고도 기존 투자은행 업무를 통해 충분히 큰 돈을 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변화를 꾀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굳이 변화를 꾀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핑안 보험그룹이라고 아는가? 핑안 보험 그룹은 중국 소재의 대형 보험금융 주식회사로, 1988년 작은 보험사로 설립되었지만 현재 중국 최대 금융 그룹으로 성장하여 생명·손해보험·은행·증권·신탁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핑안 보험그룹은 여타 전통 금융기관과 크게 차이 없는 금융 그룹이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생존전략으로써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로의 전환)을 핵심 이념으로 내세우면서 매출의 1%혹은 순이익의 10%를 기술 연구 개발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IT 전문가를 3,000명에서 34,000명으로 늘린 것을 보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핑안 보험그룹은 비즈니스 전반에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 등을 접목하여 현재 거대한 왕국을 이루고 있다. 또한 One Connect를 내세우며 계정을 통합하여, 하나의 계정으로 핑안 보험그룹에서 제공하는 모든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핑안 보험그룹은 2019년 포브스 선정 Global 2000 7위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BrandZ 선정 ‘세계 최고가치 브랜드’ 4년 연속 보험사 1위를 차지하였다. 최근 핑안 보험그룹은 보험/금융사가 아니라 핀테크 기업 아니냐는 말까지 듣고 있다.

어찌됐든 그 아무리 오랜 역사 동안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온 대형 금융회사일지라도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 금융이란 분야는 예전에 비해 많이 보편화되고 있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접근권이 주어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금융과 접목되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탈중개화'이다. 이 ‘탈중개화'의 (현재로썬)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 블록체인인데, 어쩌면 대형 중개기관인 JP 모건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JP 모건은 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을 하는 것일까? 다소 탈중앙화 맥시들에게 거부감이 드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탈중앙화 혹은 탈중개화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중개 기관의 존재는 어떻게 보면 분업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수단이고 인류 역사 속 계속 존재해온 시스템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중개 기관들의 참여에 의해 비용이 높아지고, 도덕적 해이가 높아지고, 결제 시간이 높아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이것은 해결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중 가장 큰 가능성을 갖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즉 ‘탈중개화'는 과도한 중개기관들을 적정 수준으로 감소시키고 효율화시키는 것이지, 중개기관을 완전히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JP 모건도 향후 생존하고 업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혁신해야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JP 모건 나름대로의 Digital Transformation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디지털도 최근 이미 대부분의 금융 회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로 큰 차별점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이에 JP 모건이 차별점으로 갈고 있는 무기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자신의 비즈니스를 대체할 경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완할 수 있는 협력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는 데에 평균적으로 7%의 수수료가 중개 기관에게 넘어간다고 한다. 해당 비율은 개발도상국일수록 커진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즉각적이고 국경 없는 송금과 결제를 이룰 수 있다면, 현재 즉각적이지 않고 국경이 있는 구조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많은 중개 기관들이 존립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커다란 파도가 해안가에 들이닥칠 때, 파도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 흐름에 따라 파도를 타는 것이 더 안전하다. 블록체인이 점차 상용용화되고 중개 기관들을 하나둘씩 대체하는 세상이 오는 것을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이 흐름을 기회 삼아 인프라를 빠르게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고착화되고 비효율성이 곳곳에 존재하는 금융 시스템의 구조를 활용해 수익을 취해가고 있는 중개기관들 중 여럿이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경쟁 사회이다. 이외의 금융 기관들이 모두 사라지더라도 JP 모건은 살아남고, 오히려 블록체인이 중심이 된 금융 시스템 내 인프라의 독점자가 될 수 있다면 JP 모건 입장에서는 더 좋은 것이다. 즉, JP 모건이 블록체인 영역으로 계속 확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할 일이다. JP 모건은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크게 변화하여 핵심 기술이 될 세상이 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삼아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있다.

결론 — 지켜보아야 할 JP 모건의 행보

JP 모건 월렛은 아직 상표권만 등록되었을 뿐이며 아직 구체적인 구현체는 나온 것이 없다. JP 모건 월렛이 프로덕트화되어서 세상에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미 유구한 경험과 대중의 신뢰를 구축해놓은 JP 모건이 월렛 서비스를 통해 모든 온라인 활동의 기초 근간을 놓아준다면, 일반 대중들이 어떤 월렛을 사용할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JP 모건이 경쟁자 모두를 압도하고 파이를 다 가져갈 수도 있다. 반면, 현재도 다양한 대기업들이 각잡고 모바일 페이먼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어느 한 곳이 실질적으로 페이먼트 시장을 독점하지 못한 것처럼, JP 모건 월렛도 결제 시장 내에 공존하는 하나의 플레이어에만 미칠 수도 있다.

대형 금융기관인 JP 모건이 과연 기타 테크 기업들과 경쟁하여 얼만큼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JP 모건 같은 빅 플레이어가 블록체인의 미래에 베팅하고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JP 모건이 월렛을 제대로 만들기만 있다면 블록체인 대중화의 선봉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아직 메타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사용할 일이 애초에 많지 않다. 하지만 JP 모건 월렛을 통해 일상 생활 중 결제, 신원 증명, 포인트 및 티켓 사용 등의 활동들을 하며 모르는 새에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 JP 모건은 블록체인의 세상을 향해 출발했다. 앞으로 걸어갈 행보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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