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시작

나는 어떻게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문득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독서는 취미 적는란에 취미가 없을 때, 우겨넣을 수 있는 마법같은 단어였다. 또 다른 단어로는 '영화감상'이 있겠다. 그렇다고 취미가 독서였던 시절은 한번도 없었다. 용돈 만원을 벌기 위해 읽는 위인전 5권. 방학숙제를 위해 읽은 초중고가 읽어야 될 문학 100선 중 몇권. 독후감을 위한 몇권. 책 읽기 자체가 목표가 된적은 없다.

독서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었다. 보통의 20대 남자라면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군대다. 지난 날보다 독서를 조금은 능동적으로 하게 된다. '시간 죽이기'라는 원대한 목표 아래. 이 시기에 책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지니게 되는데, 자기개발류에서 비롯되었다. '이 책만 읽으면 나도 성공하겠지? 남들이 모르는 비법이 있겠지?' 기대감과 조급함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고 싶었는지 만고의 진리와 저자의 성공담이 날 금방 성공의 길로 이끌 줄 알았다. 두번째 책, 세번째 책, 비슷한 자기개발 도서를 읽어가면서 이내, 그것이 아님을 깨닫고 이후로 책을 '모두가 알고 있는 바를 다른 이야기인양 꾸며낸 이야기집'이라고 멋대로 정의내렸다.

한동안 책(기술서적을 제외한)에 대한 접점이 없을 때,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드는 고민이 두가지가 있었다.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제품이 옳은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인터넷 정보는 바닷물과 같아서, 마를 일이 없었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말랐다. 빈약했고, 신뢰하기 힘들었다. 접점은 여기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전자의 고민으로 "린 스타트업"을, 후자로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 훈련소, 고종석의 문장"을 구매했다. "린 스타트업"을 읽고, 통찰력있는 책 한 권이 이렇게 관점을 뒤엎고 시각을 열어주는구나 감탄했는데 책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글쓰기 책은 독서에 대한 기회를 열어주었다. 좋은 문장을 보는 법을 조금씩 익히니 '읽기'가 흥미로워졌다. 이러한 감정과 경험이 섞이면서 자연스레 독서목록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같은 저자의 다른 도서가 궁금했다. 이는 첫 신호를 알렸고, 독서목록에 책이 추가되는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인용된 문구를 보고, 개인적인 호기심때문에, 고민때문에, 읽는 책에서 던지는 물음을 다시 찾고자해서, 읽은 책에 대한 관련된 주제를 더 알고 싶어서, 이렇게 독서가 시작되었다.


참 신기한 것은, 흰색 바탕 위에 검은 글씨가 빼곡히 박혀있는 그 평범한 물건들에서 매번 하나의 신세계가 솟아나온다는 사실이다. 책은 결코 삶과 대립하지 않는다. 책은 인생이다. - "왜 책을 읽는가" 샤를 단치

독서가 다가오는 때가 있는 걸까? '책 속에 길이 있다' 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던 지난 날이, 어느 새 독서가 일상으로 자리잡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한가지, '성인이라면 일 년에 몇 권이라도 읽어야 될텐데'와 같은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재미를 느끼고 있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필요로 시작됐던 독서는 이제 그칠 줄 모르게 되었다.

글로 써내려가며 다른 사람의 독서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각자 무슨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이전 시대에는 어땠을까? 독서는 과거와 현재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독서는 독서 자체로 충분히 흥미롭다. 또 책을 목록에 추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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