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도 제목만 떠오르는 그대에게

Jinyoung Kim
3 min readApr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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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하고 말문이 막혔다. "무슨 내용인데?"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무슨 내용이었더라?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 분명 책을 읽을 때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잠시 활자를 음미하기도, 때론 감탄도 했다. 읽고나선 작가의 경험과 통찰력을 내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물어보는 친구 앞에서 그게 아님이 드러났다. 읽을 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 책 내용도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읽으면 진짜 좋아." 어영부영 추천사를 마무리 지었다.

뒤이어 드는 반성의 시간. 내가 제대로 안읽은건가? 사람들은 책 읽고 잘만 서평하고 이야기하는 듯 보였는데, 다시 읽어야 하는걸까? 그럼 모든 책을 반복해서 읽어야되나? 고민 끝에는 메모리딩 독서법이 있었다.

메모리딩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다. 간단하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기록해놓는다. 이렇게 발췌한 부분에 자기 생각(코멘트)을 덧붙여 써놓는다. 책을 다 읽으면 짧은 감상평을 남긴다. Social books 페이지를 운영하는 오승주 작가의 "메모리딩 실천방법"을 요약한 내용이다. 오승주 작가는 20년 동안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했고 자신만의 독서방법으로 소화해냈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해야한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떠도는 생각을 잡아놓는 방법은 메모가 유일하다. 당시에는 선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흐려진다. 꿈같다. "너의 이름은" 주인공들이 서로 이름을 기억 못하는 상황처럼. 하지만 메모를 하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보면 신기한 일이 펼쳐진다. '아,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지!' 새삼 놀라워한다. 뒤따라 그때 상황이 되살아난다. 메모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되면 책의 흐름이 잡힌다. 마치 책을 다시 읽은 것처럼. 적어놓은 생각을 확장할 기회 또한 얻는다. 흩어져 있는 생각을 정리해 서평이나 다양한 글을 쓸 수 있고,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른 정보(보통은 책)를 찾아다닐 수도 있다.

기대효과가 맘에 들고 좋은 독서법으로도 보이는데 아직 시도는 꺼려할 수 있다. 그래서 초반에 직접 적용해보았던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생각쓰기가 부담스럽다면 구절만 옮겨적자. 남기고 싶거나 마음에 드는구절이 있다면 기록해놓자. PC, 스마트폰, 노트 어디라도 좋으니 기록한만한 공간을 찾아 채워넣자. 처음에는 책 읽기도 바빠죽겠는데라는 심정으로 생각쓰기가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구절만 옮겨적었다. 메모를 다시 보니 책의 맥락은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는 이미 가물가물해진 상태였다. 이렇게 구절을 적다보면 책 한권에서 하나, 둘씩 생각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조금씩 늘려나가보자. 발췌한 구절과 꼭 생각을 같이 써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지지 말자.

리드그라피 "보랏빛 소가 온다" 메모 내용

둘째, 생각을 완벽하게 쓰려고 노력하지 말자.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도 좋다. 키워드도 좋다. 멋진 물음과 깔끔한 글쓰기를 하려고 메모에 너무 애쓰지 말자. 되려 책 읽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부담감을 가지지 말자. 메모는 원석이다. 다시보면서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다.

이 두가지 방법으로 입문자가 느끼는 벽을 어느정도 낮춰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시작하자. 책을 읽고 제목만 남는다면 잊혀진게 너무 많다. 어렴풋이 '좋았다’라는 느낌만 남게된다면 잊혀진게 너무 많다. 그대 탓이 아니다. 사람은 쉽게 잊는다. 붙잡아 두려면 남기고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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