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증상

Joannasimon
10 min readDec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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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인텔리젠……스? 는 《지성》이고……레이빌, 무슨 영단어였더라?」
시논의 물음에 공중의 유이가 즉답했다.
「그 발음에 가장 적합하는 단어는 《labile》로 추측됩니다. 적응력이 높은, 이란 의미의 형용사에요」
「《Artificial Labile Intelligence》를 억지로 번역하면, 《고 적응성 인공지능》이란 게 될까요」
「인공……지능?」
아주 갑작스럽게 나온 단어에 아스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아 그런가……아티피셜·인텔리젠스는 《AI》를 말하는 거네, 유이처럼. 하지만……브레인·머신·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회사랑 AI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가상공간 내에서 움직이는 자동 캐릭터 아니야? 저쯤에 있는 NPC처럼」
시논이 오른손을 뻗어 창밖에 늘어진 상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아스나는 지금 확 오지 않는 하나의 생각에 입술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라스, 라는 회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온 거라고 하고, 라스 내부에서 사용되는 《ALICE》라는 단어가 인공지능에 관계되는 코드네임이라고 하면……조금 이상하지 않아? 그렇다면, 회사의 목적은 차세대 VR 인터페이스의 개발이 아니라, 그 속에서 움직이는 AI 쪽이라는 것처럼 들리는걸」
「으음, 그렇게 되는 걸까……. 하지만, 게임 내 NPC는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데스크탑 용의 상주 AI 패키지도 잔뜩 시판되었잖아. 일부러 회사의 존재 그 자체를 숨기고, 사람 하나를 납치해서까지 개발할 만한 걸까?」
시논의 질문에, 아스나는 즉답하지 못했다. 일보 나아갈 때마다 다음 벽이 막다른 길이 되는 싫은 감촉에, 어쩌면 완전히 틀린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위구심(危?心)을 느끼며, 그래도 무언가 단서를 찾으려고, 아스나는 고개를 들고 유이에게 물었다.
「있지, 유이. 애초에 《인공지능》이란, 어떤 거야?」
그러자 유이는, 드물게 쓴웃음 비슷한 표정을 띄우고, 테이블에 탁 낙하했다.
「저한테 그걸 묻나요, 엄마. 그건, 엄마한테 《인간은 뭘까》라고 묻는 것과 같아요」
「그, 그러고 보면 그러네」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이 인공지능이다, 라고 정의하는 건 불가능해요. 왜냐하면, 진정한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여전히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포트에 걸터앉으며 유이가 한 말에, 셋은 말을 잃고, 함께 눈을 깜빡였다.
「에, 하, 하지만……유이는 AI 맞지? 즉, 인공지능이라는 건 유이를 말하는 거잖아?」
리파가 말을 더듬거리자, 유이는 고개를 갸웃하고, 학생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생각하는 교사 같은 모습으로 잠시 침묵했지만, 끄덕거리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온갖 AI로 불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지난 세기, 인공지능의 개발자들은 두 가지 어프로치로 같은 골을 목표했어요. 하나는 《톱 다운형 인공지능》, 그리고 다른 하나가 《보톰 업형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거에요」
어린 소녀의 입에서 순진한 목소리로 나오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아스나는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우선, 톱 다운 형입니다만, 이건 기존의 컴퓨터·아키텍처상에서 단순한 질의응답 프로그램에 서서히 지성과 경험을 쌓게 해, 학습에 의해 최종적으로 진짜 지성에 가깝게 하려는 방식이에요. 저를 포함해서 현재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것의 거의 대부분이 이 톱 다운 형이에요. 즉……제가 가진 《지성》은, 보기에는 사람들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실은 완전히 다른 거죠. 단적으로 말하자면, 저라는 존재는 『A라고 질문받으면 B라고 답한다』는 프로그램의 집합체밖에 되지 않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유이의 하얀 뺨에 어렴풋이 쓸쓸함의 그림자 비슷한 것이 지나간 것은 눈의 착각이려나, 하고 아스나는 생각했다.
「예를 들면, 조금 전 엄마에게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라고 들었을 때, 저는 《쓴웃음》으로 분류되는 표정의 배리에이션을 표현했죠. 이건, 자기 자신에게 관한 물음을 던져졌을 때, 아빠가 그런 표정으로 반응했던 경우가 많았기에, 제가 경험적으로 학습한 결과에요. 원리적으로는 엄마의 휴대단말에 탑재된 예측변환사전 프로그램과 전혀 다를 게 없어요. 반대로 말하자면, 학습하지 않은 입력에 대해서는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이처럼 톱 다운형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현상에서는 진정한 지능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밖에 할 수 없어요. 이게, 아까 리파가 말했던 《소위 AI》라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말을 끊고, 유이는 시선을 창 밖에 멀리 빛나는 달로 향했다.
「……다음으로, 또 하나의 《보톰 업형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건, 사람들이 가진 뇌……뇌세포가 1천억 개 연결된 생체기관의 구조 그 자체를, 인공의 전기적 장치로 재현하고, 거기서 지성을 발생시키자, 라는 사고방식이에요」
그 너무나도 장대……바꿔 말하자면 황당무계한 비전에, 아스나는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그……그건 조금 무모하지 않아……?」
「네」
유이가 즉답하며 동의한다.
「보통 업형은, 제가 아는 한, 사고실험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채 포기된 어프로치에요. 만약 실현한다면, 그곳에 깃드는 지성은 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간과 진정히 같은 수준까지 달하는 존재가 될 터입니다만……」
어딘가 멀리서 시선을 되돌리고, 유이는 숨을 한 번 쉬고 정리했다.
「이상처럼, 현재, 인공지능――AI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저나 카 내비게이션·프로그램이나 게임 내 NPC 같은, 말하자면 유사 인공지능.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념으로써만 존재하는, 인간과 같은 창조성, 적응성을 가진 진정한 인공의 지성」
「적응성……」
아스나는 되뇌이듯이 그리 중얼거렸다.
「고 적응성 인공지성」
둘과 하나의 시선이 모인다. 그것을 순서대로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을, 천천히 말로 바꾼다.
「만약……만약, 라스가 개발하는 STL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하면……? 그래, 확실히, 키리토가 그런 의문을 가진 것 같았어. 라스는 STL을 사용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라고……. 만약, 사람의 혼 그 자체의 구성을 해석하는 것에 의해, 진짜……세계 최초의 보톰 업형 인공지능을 만드려고 한다면……」
「그, 진정한 AI의 코드네임이 《ALICE》라는 건가요……?」
아스나의 말을 받아 리파가 중얼거리고, 똑같이 어딘가 멍한 표정의 시논이 계속했다.
「그러니까, 라스라는 건 차세대 VR 인터페이스 개발기업이라는 게 아니라……사실은, 인공지능 개발을 목적으로 한 기업이야……?」
검토를 진전함에 따라, 《적》의 모양과 크기가 점점 흐릿해지는 전개에, 셋은 무심결에 입을 다물었다. 유이마저도 얻은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처럼, 눈썹을 꾹 찌푸리고 있다.
아스나는 손을 뻗어 머그컵의 팝업 메뉴에서 따뜻한 차를 리필하고, 크게 한 입 마셨다. 후우, 숨을 내쉬고, 다시 적의 전력평가를 고칠 생각으로 입술을 연다.
「라스가 《적》이라고 한다면, 이미 단순한 벤처 기업의 스케일이 아니라는 거네. 가짜 구급차나 헬리콥터까지 써서 사람을 납치하는 수단, 소재조차 모르는 연구소에 STL이라는 괴물 머신, 게다가 목적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AI를 만드는 거라고 하니까. ――키리토에게 라스의 아르바이트를 소개한 게 크리스하이트……총무성의 키쿠오카 씨였던 건, 그 사람이 VR 관련업계에 인맥이 많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라스가 국가와 연결이 있기 때문일지도……」
「키쿠오카 세이지로인가. 보이는 것처럼 얼빠진 안경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연락은 여전히 안 돼?」
얼굴을 찌푸리는 시논에게 강하게 끄덕인다.
「그저께부터, 전화도 가지 않고 메일도 돌아오지 않아. 여차하면 총무성의 가상과까지 직접 쳐들어가려고 생각했지만, 아마 소용없겠지」
「그렇겠지……. 전에, 키리토가 녀석을 미행했지만 완전히 따돌려졌다고 말했으니까……」
4년 전의 SAO 사건 발생 직후, 총무성에 설치된 《피해자 구출대책본부》는, 사건 해결 후에도 가상공간관련문제에 대응하는 부서로써 남겨졌다. 그곳에 소속하는 검은테 안경인 국가공무원·키쿠오카 세이지로는, 카즈토와는 현실세계에 귀환 직후부터 알게 된 사이로, 현실세계에서는 일개 고교생에 불과한 카즈토를 제법 높게 사주어, 사총사건 때도 조사를 의뢰했었다.
아스나도 현실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고, ALO 내에서는 그의 아바타인 운디네 메이지 크리스하이트와 몇 번 파티를 짰다. 그러나, 남에게 보이는 싱글벙글한 태도 뒤에 어딘가 바닥 모를 부분이 있는 기분이 들어서, 어딘가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 인상을 지니고 있다. 본인은 항상 한직(閑職)에 쫓기는 한가한 공무원을 자칭하고 있지만, 본래의 소속은 다른 부서가 아닐까――라고 카즈토도 의심했었다.
수수께끼의 기업 라스에서의 아르바이트를 카즈토에게 들고 온 게 그 키쿠오카라는 것도 있고, 아스나는 카즈토의 실종 직후부터 몇 번이나 연락을 취하려고 했지만, 키쿠오카의 휴대단말은 계속 권외라고 자동 메세지가 응답할 뿐이었다.
애태우다 직접 총무성에 전화를 걸어보니, 키쿠오카는 해외에 출장중이라고 하여, 그거라면 전화가 이어지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이렇게나 타이밍이 좋다니, 설마 카즈토의 실종에도 그 남자가 관련된 건 아닐까, 라고 의심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때, 아스나와 시논의 찡그린 얼굴을 번갈아 보며, 리파가 불쑥 말했다.
「그 키쿠오카라는 사람을 통해 라스와 국가가 연결되었다고 치면, 어째서 거기까지 모든 걸 비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기업이라면 이익을 위해 비밀을 지킬 필요도 있겠지만, 국가가 그런 굉장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오히려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게 보통 아니에요?」
「그건……확실히」
시논이 요령 좋게 고개를 기웃거리며 끄덕인다.
최근 몇 년, 가상공간과 함께 2대 프론티어로 불리는 우주공간의 개발은 각국이 급하게 진행하고 있고, 외부 부스터를 쓰지 않는 궤도왕환선(軌道往還船)이나 월면유인기지, 또한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계획이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실시간으로 아나운스되고 있다. 그것과 필적하거나, 혹은 상회하는 임팩트가 있을 터인 진정 인공지능의 개발을, 국가가 집요히 비밀에 부칠 이유는 아스나에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정말로 키리토의 납치가 국가적 규모의 극비계획에 관련되었다고 하면, 단순한 고교생에 불과한 자신들에게 가능한 건 이미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닌가……더 말하자면, 그건 경찰의 손조차 닿지 않는 영역은 아닌가. 무력감에 집어삼켜질 듯 어깨를 떨군 아스나의 눈에, 테이블 위에서 올려다보다는 유이의 시선이 부딪혔다.
「유이……?」
「힘내세요, 엄마. 이 알브헤임에서 엄마를 찾을 때의 아빠는,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그래도……난……」
「이번에는 엄마가 아빠를 찾을 차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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