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

혹은 스타트업에서 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나는 어디쯤일까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이라는 세상에서 2년을 보냈다.

이제 겨우 2년이기도 하고, 벌써 2년이기도 하다. 2년 동안이라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2년이라기에는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함께 일할 사람을 찾다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기껏해야 2년이고, 뭘 그리 알 수 있었겠냐먄 그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유/불확실성

‘스타트업은 자유롭다’고들 한다. 사실 자유롭다는 표현은 별로다. 프로세스가 없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명확한 해야 할 일, 제시되는 방법, 충분한 준비 기간, 그런 거 없다. 스타트업이 프로세스 없이 자유로운 것은, 프로세스를 만들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를 만들어 그대로 일을 진행시키기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몇 달 후 회사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막연한 자유를 즐기고 싶어서 스타트업에 간다면 후회할 확률이 높다. 자유만을 즐기다보면 내 자리나 회사 둘 중 하나는 없어진다. 하지만 자유롭고 불확실한 곳에서의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다면, 그 속에서 일을 해낼 자신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옳은 선택이다. 일을 해내는 사람에게 불확실성은 더 큰 자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성장/도태

Startup = Growth by Paul Graham

스타트업은 성장이다. 조금의 오해만 덜어내면 사실이다. 스타트업이 곧 성장인 것은,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흔히 스타트업에 가는 것을 정글에 가는 것에 비유한다(좋은 비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성장/도태라는 면에서는 들어맞는 구석이 있다. 정글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글에 가는 모두가 살아남고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은 성장이다. 나나 회사 둘 중 하나는 성장해야 한다. 사실 둘의 성장은 분리하기 힘든 것이어서, 좋은 스타트업은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압박과 불안을 이겨내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스타트업은 좋은 선택이다.

우왕 돈이다

큰 돈을 한방에 버는 것은 스타트업에 가는 주목적이 될 수 없다. 되기가 어렵다. 지분 희석, 성공 확률을 생각해보면 큰 돈은 너무나 멀고 희미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멀고 희미한 목적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굳이 돈이 아니어도 지칠 이유가 스타트업에는 무수히 많다. 물론 큰 성공을 목적으로 불확실성을 참아내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주로 파운더가 그렇다.

한방이 아니라면, 돈을 바라보는 자세는 스타트업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숫자이어야 한다. 그 숫자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니 명확한 기준이 있을 리 없다. 돈은 스타트업에서 일해야 할 이유도 일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되지 못한다.

나를 알기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어느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어떤 역할로 합류하느냐에 따라 모두 적용될 수도, 모두 틀릴 수도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의 변화무쌍한 시간을 통해 나는 나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불확실성을 맞닥뜨려보니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자유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일을 하다보니 내가 원하는 성장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돈과, 시장에서의 내 가치를 알았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인 것 같다. 자유를 만끽할 수도, 불확실성에 겁을 먹을 수도, 성장할 수도, 도태될 수도, 돈에 휘둘릴 수도 있다. 그래도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될 것은 확실하다. ‘후회하니?’라고 물어보면 ‘아니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Like what you read? Give Johnwook.Choi a round of applause.

From a quick cheer to a standing ovation, clap to show how much you enjoyed this story.